사진 찍는 눈빛 130. 내가 나를 볼 적에
사진을 찍다 보면, 사진기를 손에 쥔 사람은 사진에 나오지 않고, 사진기 앞에 선 사람만 사진에 나옵니다. 여러 사람이 어느 곳에 나들이를 가서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찍는 사람’은 늘 찍고, ‘찍히는 사람’은 늘 찍힙니다. 이리하여, 여러 사람 가운데 ‘찍새(사진가)’ 한 사람만 사진에 없기도 합니다. 이때에 누군가 한 사람이 ‘너도 함께 찍어야지. 너는 한 장도 안 나왔잖아.’ 하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일이 흔할 텐데, 이런 말을 듣는 ‘찍새(찍는 사람)’는 ‘난 괜찮아. 너희들 많이 찍어.’ 하고 말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이 둘레를 지나가는 사람을 살펴서, 누군가 마땅해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사진기를 맡겨서 다 함께 찍도록 하기도 합니다.
자, 그러면 생각해 봅니다. ‘찍는 사람’은 사진에 한 번도 안 찍혔을까요? ‘찍히는 사람’만 늘 사진에 찍혔을까요?
사진을 보면 ‘사진을 찍는(찍은) 사람’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사진에는 ‘사진을 찍는(찍은) 사람’ 마음이 드러납니다. 사진 한 장은 ‘사진을 찍는(찍은) 사람 얼굴이요 모습이자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 한 장에 ‘사진을 찍는(찍은) 사람 겉모습과 차림새’가 담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모든 사진에는 이 사진을 찍는(찍은) 사람이 어떤 숨결이고 생각이며 마음인가 하는 대목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이리하여, 어디 나들이를 가서 여럿이 사진을 찍을 적에 ‘사진기를 손에 쥔 사람’은 이녁이 사진에 함께 찍히지 않는다고 해서 서운하거나 쓸쓸하지 않습니다. 사진기를 손에 쥔 사람은 모든 사진에 이녁 숨결과 손길과 마음이 깃들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이녁이 찍은 사진에 드러나는 모습을 보면서 ‘이때에는 무엇을 했고, 어디에 있었으며, 언제였는가를 모두 압니다. 사진에 나오지 않은 다른 사람들 모습과 몸짓과 이야기까지 떠올립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 한 장을 찍으면서 ‘사진 한 장’에 갈무리하는 모습뿐 아니라 둘레 모습과 이야기와 삶을 함께 마음으로 담습니다.
내가 나를 볼 적에 사진을 찍습니다. 내가 어떤 마음인가 하고 가만히 바라볼 수 있을 때에 사진을 찍습니다. 여럿이 함께 나들이를 가서 기쁘고 설렌다면, 기쁨과 설렘이 사진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혼자서 어느 마을을 찾아가서 천천히 걷거나 자전거를 달리면서 둘러보면서 아름다움과 멋스러움을 느낀다면, 혼자 다니며 찍은 모든 사진에 아름다운 빛과 멋스러운 꿈이 드러납니다.
내가 나를 보지 않는다면 사진기를 손에 못 쥡니다. 내가 나를 보지 않으면서 사진기 단추를 누르면, 아무 이야기가 없이 밍밍하거나 따분한 사진이 태어납니다. 내가 나를 스스로 바라보는 눈길에 따라 사진이 달라집니다. 4348.2.25.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 찍는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