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18] 꽃송이



  할머니가 여덟 살 큰아이를 부르면서 “벼리야, 여기 봐. 뭐가 있나?” 하고 말씀합니다. 여덟 살 큰아이는, “응? 어? 와? 꽃이 있네. 꽃이 한 개다!” 하고 말합니다. 이 소리를 문득 듣고는 내가 우리 집 아이한테 꽃을 가리키는 이름을 말하지 않거나 안 가르쳤는가 하고 가만히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벼리야, 꽃은 ‘한 개’가 아닌 ‘한 송이’라고 말해.” 꽃은 ‘송이’로 셉니다. 풀은 ‘포기’로 셉니다. ‘꽃송이·풀포기’처럼 쓰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꽃송이와 풀포기처럼 말할 수 있어도 ‘꽃개·풀개’처럼 쓰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대목이나 말결을 헤아리는 어른이 차츰 줄어, 그림책이나 만화책이나 영화에서조차 꽃이든 풀이든 열매이든 나무이든 그냥 ‘개’로 세기 일쑤입니다. 이러다 보니 여덟 살 아이는 이러한 말에 젖어들었을 테지요. 4348.2.1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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