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780) 서식말 손질 9 : 하차태그


환승시에는 반드시 하차태그해야 합니다

- 서울시 시내버스



  서울처럼 커다란 도시에서는 버스끼리 갈아타거나 버스에서 전철로 갈아타거나 전철에서 버스로 갈아타기에 수월합니다. 이때에는 교통카드를 쓰면 찻삯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리하여 버스나 전철에서는 ‘갈아탈’ 적에 ‘교통카드를 잘 대라’고 알리는 글을 붙입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갈아타기·갈아타다’를 말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환승(換乘)’이라는 한자말을 씁니다. 버스나 전철은 어린이도 함께 타는 만큼, 어린이도 함께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한국말로 쉽게 ‘갈아타기·갈아타다’ 같은 낱말로 써야 할 테고, ‘환승역’이 아닌 ‘갈아타는 역’이라고 말해야지 싶습니다. ‘갈아타는 역’이라고 할 때에 글잣수가 길다면 ‘길목역’처럼 새로운 낱말을 지을 만해요. 이쪽 길(찻길)과 저쪽 길(찻길)을 잇는 목이 ‘갈아타는 역’이기에, 이러한 곳은 ‘길목역’ 같은 이름을 붙일 수 있어요.


 ㄱ. 갈아탈 때에는 반드시 카드를 대야 합니다

 ㄴ. 갈아타면서 반드시 카드를 댑시다

 ㄷ. 갈아타면서 반드시 카드를 대셔요


  ‘하차(下車)’라고 하는 한자말은 “차에서 내림”을 뜻합니다. 버스나 전철 같은 탈거리는 서양에서 일본을 거쳐서 들어왔습니다. 이러다 보니 일본에서 흔히 쓰는 한자말도 함께 들어왔어요. 차에 탈 적에는 ‘타다’라 말하고, 차에서 내릴 적에는 ‘내리다’라 말하면 됩니다. ‘승차(乘車)·하차(下車)’가 아닙니다.


  ‘태그(tag)’는 영어입니다. ‘꼬리표’나 ‘꼬리표를 붙이다’를 뜻한다고 해요. 이런 영어를 써야 한다면 쓸 노릇이지만, 교통카드를 판에 대는 일은 ‘대다’라고 말하면 됩니다. 4340.11.22.나무/4348.2.13.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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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787) 서식말 손질 10 : 개봉시 주의


개봉시 주의

- 병마개



  지난날에는 병마개가 모두 병따개로 따도록 나왔으나, 이제는 병따개를 따로 안 쓰더라도 돌려서 열 수 있도록 나오기도 합니다. 병따개를 써서 뽕 하고 따는 마개에는 따로 다른 글이 안 적히기 마련인데, 돌려서 여는 병마개에는 으레 ‘돌리세요’와 ‘개봉시 주의’ 같은 글이 적힙니다.


  한자말 ‘개봉(開封)’은 “봉하여 두었던 것을 떼거나 엶”을 뜻하고, ‘주의(注意)’는 “마음에 새겨 두고 조심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조심(操心)’은 “잘못이나 실수가 없도록 말이나 행동에 마음을 씀”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한자말 ‘주의’는 “마음에 새겨 두고 마음을 씀”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무척 엉뚱하다 싶은 말풀이요, 겹말풀이입니다.


 ㄱ. 딸 때 마음을 쓰도록

 ㄴ. 딸 때 잘 살피도록

 ㄷ. 딸 때 잘 살피셔요


  병마개를 옆으로 돌려서 열 적에 자칫하면 손가락을 다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잘 살피라’는 뜻으로 알림글을 적는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잘 살피셔요”나 “잘 살피세요” 같은 말마디를 적을 노릇입니다. 왜냐하면, 술병이라면 어른이 딸 테지만, 물이나 탄산음료를 담은 병이라면 어린이가 딸 테니, 어린이가 잘 알아보도록 글을 적어야 올바릅니다.


  그러고 보면, 예부터 한국사람은 만난 뒤 헤어지는 자리에서 으레 “살펴 가셔요.” 하고 말하면서 절을 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다치거나 넘어지지 말고 잘 들어가라는 뜻을 밝혔습니다. 4340.12.26.물/4348.2.13.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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