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21) 서식말 1 : 무엇에 대해 감사합니다


지적해 주신 데 대해 감사합니다

- 국립국어원 누리집



  한국말을 다루는 정부기관인 국립국어원 누리집에서 흔히 쓰는 말투로 “지적해 주신 데 대해 감사합니다(감사드립니다)”가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일하는 분들은 국립국어원에 어떤 이야기를 묻는 사람이 있으면, 으레 글 끝에 이 같은 말을 붙입니다. 이러한 말투는 국립국어원뿐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흔히 쓰고, 여느 회사에서도 자주 씁니다. 공무원이나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말투를 쓴다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무엇)하는 데 대해”는 번역 말투입니다. ‘감사(感謝)하다’는 한자말입니다. 번역 말투는 마땅히 한국 말투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한자말이기에 안 써야 하는 말은 아니지만, 한국말이 있다면 구태여 한자말을 써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한자말을 즐겨쓰는 분들은 으레 ‘다양성을 살리려면 한자말도 써야 한다’고 말하지만, 다양성을 살리려 한다면 영어도 일본말도 다 쓸 노릇이고, 번역 말투나 일본 말투도 다 쓸 노릇일 테지요.


  번역 말투나 일본 말투를 왜 바로잡아서 ‘한국 말투’로 쓰려 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한국말이 버젓이 있는데, 굳이 공공기관에서 ‘땡큐’나 ‘아리가또’ 같은 외국말을 써야 할 까닭이 없듯이, ‘고맙습니다’라는 한국말이 있으니 ‘감사합니다’ 같은 외국말(중국말 또는 한자말)을 써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국립국어원은 한국말을 다루는 곳이요, 한국말을 나라밖에도 알리는 구실을 맡는 만큼, 한국사람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면서 슬기롭게 쓸 말을 보여주는 몫을 해야지요.


 ㄱ. 짚어(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ㄴ. 알려(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ㄷ. 말씀 고맙습니다

 ㄹ. 말씀 잘 들었습니다

 ㅁ. 말씀 고맙게 듣겠습니다


  어떤 틀에 맞추어서 쓴다는 ‘서식말’이라 하더라도, 아름다운 틀을 지을 수 있습니다. 어떤 틀에 따라서 쓴다는 서식말일 때에도, 사랑스러우면서 슬기롭게 틀을 가꿀 수 있습니다.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아주 뛰어나면서 훌륭하고 갈고닦아서 멋지고 기쁘게 쓸 수 있습니다. 4336.3.20.나무/4348.2.13.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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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60) 서식말 2 : 출입을 하지 마십시오


관계자 외 출입하지 마십시오

- 서울 상암동 축구경기장



  “관계자 외 출입금지” 같은 푯말이 꽤 오랫동안 쓰였습니다. 참으로 오랫동안 ‘출입금지’라는 푯말로 사람들이 억눌렸습니다. 한자말로 붉게 적는 ‘금지(禁止)’는 매우 무섭거나 무시무시하다 할 만합니다. 그런데, 이 한자말은 어느새 ‘마십시오’로 바뀝니다. 사회에 민주가 흐르면서 ‘딱딱한 관공서 말투’가 조금 누그러집니다.


  그런데, ‘출입(出入)’이라고 하는 한자말도 한국말이 아닙니다. 한국말은 ‘드나들다’입니다. ‘들고 나다’라든지 ‘나고 들다’처럼 쓰는 한국말입니다. ‘출입문’은 한국말로 ‘나들문’입니다. 전철을 타고 내리려고 드나드는 길목이라든지, 고속도로에서 이곳과 저곳을 잇는 길목을 가리킬 적에 으레 ‘나들목’이라는 낱말을 씁니다.


 ㄱ. 드나들지 마십시오

 ㄴ. 아무나 들어오지 마셔요

 ㄷ. 이곳 관계자만 들어오는 곳입니다

 ㄹ. 이곳 일꾼만 드나드는 곳입니다

 ㅁ. 이곳에 오지 마셔요


  ‘出入’을 한글로 ‘출입’처럼 적더라도 한국말이 되지 않습니다. ‘출구’와 ‘입구’도 한국말이 되지 않습니다. 한국말은 ‘나가는 곳’과 ‘들어오는 곳’입니다. ‘출입구’ 같은 외국말은 ‘드나드는 곳’으로 바로잡을 만합니다. 또는 ‘나들목’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를 “관계자 외 출입하지 마십시오”로 한 번 손질했다면, 더 손질해서 “관계자 말고 드나들지 마십시오”로 적을 만합니다. 더 손질해서 “아무나 드나들지 마십시오”나 “함부로 들어오지 마셔요”처럼 적을 수 있어요.


  힘껏 내디딘 한 걸음을 더욱 힘껏 새롭게 내딛으면서, 아름다운 서식말이 되도록 마음을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35.6.10.달/4348.2.13.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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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2-13 12:46   좋아요 0 | URL
감사 보단 고맙습니다. 별표 치고 갑니다. ^^

숲노래 2015-02-13 15:22   좋아요 1 | URL
`무엇보다` 어떤 말이 나아서 어떤 말을 써야 하지는 않습니다.
참다운 뜻과 까닭이 있기 때문에
`낡은 말`을 털어서,
언제나 새로운 말을 쓸 뿐이랍니다.
고맙습니다.

[그장소] 2015-02-13 16:07   좋아요 0 | URL
어느 땐 감사가 더 극진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고맙다.는 조금 더 아래 의 말 같죠.
전하기만 하면 그 뿐..이 아니기에 가능함 고맙다.를 쓰려 의식해 왔는데 그래도 한계를 느껴버려요 . 있을까요.? 고맙다 를 대신할 좀 더 극진 한 표현 이...?

숲노래 2015-02-13 16:18   좋아요 1 | URL

`말`이 무엇이고, `한국말`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사회의식과 고정관념으로 스며든 대로 바라보면
어떤 말이든 제대로 못 쓰기 마련입니다.

http://blog.aladin.co.kr/hbooks/7380137

이 글에 `고맙다`라는 낱말을 놓고 글을 썼으니
찬찬히 읽어 보시고 그장소 님 스스로
잘 헤아려 보시기를 바라요.

모든 실마리는 스스로 찾아야 보이는 법입니다.
고맙습니다.

말에는 위아래가 없습니다.
고맙다는 한국말이고
감사는 외국말(중국말)입니다.
땡큐는 영어일 뿐인데, 땡큐가 `고맙다`보다 위나 아래일 수 없지요.

[그장소] 2015-02-13 16:36   좋아요 0 | URL
외국말..ㅋ 국산으로 갈아타겠습니다.
연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부품등 정기적인
차량 정비를 보면 외제차는 어지간한 고소득이 아닌한 밑빠진 독 물붓기...임을...
알기에 B,M,W 강 추! ^^

숲노래 2015-02-13 16:37   좋아요 1 | URL
ㅋㅋㅋ
그것도 멋진 생각입니다.
`베엠베와 다르면서도 새롭고 멋진 연비`가 나는
국산을 타도 아름답고 사랑스레 달릴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