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83) 삶노래꾼 . 삶노래지기 . 삶노래님


시인(詩人) : 시를 전문적으로 짓는 사람

전문적(專門的) : 어떤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그 일을 잘하는



  ‘시인’이라는 낱말이 쓰인 지 백 해쯤 됩니다. 한국사람이 지은 낱말은 아닐 테지만, 시를 쓰는 이들은 ‘시인’이라는 낱말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한글로 ‘시인’이라고도 쓰지만, 이 낱말이 태어난 나라를 그리면서 ‘詩人’처럼 쓰기도 합니다.


  오늘날에는 현대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시’나 ‘詩’를 쓰는데, 지난날에는 ‘시’도 ‘詩’도 쓰지 않았어요. 지난날 사람들은 ‘노래’를 썼어요. 그래서 지난날에는 ‘가객(歌客)’이나 ‘가인(歌人)’ 같은 한자말을 썼지요. 다만, 이러한 한자말은 ‘시골에서 안 지내는 사람’이 씁니다. 이런저런 한자말은 ‘흙을 안 만지는 사람’이 써요. 생각해 보셔요.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사람은 한자말을 쓸 일이 없을 뿐 아니라, 한자를 주고받을 일도 없어요. 그저 ‘말’을 쓰면서 주고받을 뿐이에요.


  시골에서 흙을 만지면서 삶을 짓는 사람은 ‘입으로 말을 짓’습니다. 따로 글을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골사람이나 흙지기는 ‘입으로 지은 말’을 언제나 입으로 읊고, 입으로 읊을 적에는 언제나 가락이 붙어서 ‘노래’로 흐릅니다. 고전문학이나 현대문학 같은 이름이 없어도, 먼먼 옛날부터 시골사람과 흙지기는 ‘노래’를 손수 짓고 부르고 나누고 주고받으면서 삶을 가꾸었습니다.


 노래 . 삶노래

 노래꾼 . 노래지기 . 노래님

 삶노래꾼 . 삶노래지기 . 삶노래님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노래꾼’입니다. 노래를 사랑하면 ‘노래지기’입니다. 노래를 아끼거나 살찌우면서 아이한테 물려준다면 ‘노래님’이라 할 만해요. 이리하여, 이러한 결을 헤아려 오늘날에 ‘시를 쓰는 사람’을 두고 ‘노래지기’나 ‘삶노래지기’ 같은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곰곰이 보면, ‘시’라는 이름으로 쓰는 글은 ‘삶노래’입니다. 삶을 노래하는 글이 바로 ‘시’라 할 수 있거든요. 다시 말하자면, ‘삶노래’를 쓰는 사람이라서 ‘삶노래꾼’이고 ‘삶노래지기’이며 ‘삶노래님’입니다.


  이 얼거리를 헤아리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가리키는 이름도 새롭게 바라볼 만해요. 이를테면, 살림을 맡는 사람을 두고 ‘살림꾼’이라 하니, ‘살림지기’로 이어지고, 다시 ‘살림님’이 됩니다. 부엌일을 하는 사람을 두고 ‘부엌데기’ 같은 말을 으레 쓰지만, ‘부엌지기’나 ‘부엌님’처럼 새로운 이름을 붙일 수 있어요. 청소를 하는 사람을 ‘청소부’라 하는데 ‘청소꾼·청소지기·청소님’처럼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 ‘-꾼’입니다. 어느 만큼 일손이 잡혀서 익숙하게 할 적에는 ‘-지기’입니다. 이제 사랑을 가득 담아서 내 일을 아름답게 누린다면, 누구나 ‘-님’이에요. 4348.2.10.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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