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45) 쾌재


겉으로는 별것 아닌 듯이 행동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미리암 프레슬리/유혜자 옮김-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사계절,1997) 61쪽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 속으로는 기뻐서 소리를 쳤다

→ 속으로는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 속으로는 야호 하고 외쳤다

 …



  “잘되어 만족스럽게 여겨 내는 소리”를 가리킨다는 ‘쾌재’입니다. ‘만족(滿足)’은 “마음에 흡족함”을 가리킨다 하고, ‘흡족(洽足)’은 “조금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넉넉하여 만족함”을 가리킨다 합니다. 그러니 ‘만족 → 흡족 → 만족’인 꼴이 되어, 무슨 뜻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여러 한자말 풀이를 살피면서 ‘만족 = 넉넉함’인 줄 헤아릴 만합니다.


  마음에 넉넉한 모습을 돌아봅니다. 즐겁거나 기쁘거나 좋다고 할 적에 마음에 넉넉할 테지요. 그러니, 한국말로는 “즐거워 소리치다”나 “기뻐서 소리치다”처럼 쓰는 말마디를 한자말로는 “쾌재를 부르다”처럼 쓰는 셈이로구나 싶습니다.


 인생의 쾌재를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 삶이 기쁘다고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 기쁜 삶을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 삶을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삶이 기뻐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쁠 적에는 ‘야호’나 ‘이야’ 같은 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옵니다. 기쁘기에 이 같은 소리가 샘솟습니다. “기뻐서 소리치다”라 말할 수 있고, “기뻐서 외치다”라 말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얼거리로 “기뻐서 노래하다”나 “기뻐서 춤추다”라 말해도 잘 어울립니다.


  더 살피면, 한 낱말로 ‘기쁜소리’나 ‘기쁜말’이나 ‘기쁜노래’처럼 적어도 됩니다. 기뻐서 하늘로 날아갈 듯한 느낌을 한국말로 살뜰히 나타내는 길을 즐겁게 그려 봅니다. 4348.2.6.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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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아무것 아닌 듯이 있었지만 속으로는 기뻐서 소리를 쳤다


‘별것(別-)’은 ‘아무것’으로 손보고, ‘행동(行動)했지만’은 ‘했지만’이나 ‘움직였지만’이나 ‘있었지만’으로 손봅니다.



쾌재(快哉) : 일 따위가 마음먹은 대로 잘되어 만족스럽게 여김. 또는 그럴 때 나는 소리

   - 쾌재를 부르다 / 인생의 쾌재를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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