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마을은 재미있어
어제 아침과 낮에 면사무소에서 방송을 한다. 시골마을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은 ‘일흔 살 밑 나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뿐인데, 면소재지에 ‘현혈 버스’가 왔다면서 ‘열아홉 살부터 헌혈할 수 있으’니 헌혈할 분은 면사무소 쪽으로 나오라는 방송을 네 차례쯤 했다. 이 방송을 듣고는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다. 왜 안 웃겠는가? 우리 마을뿐 아니라 이웃 마을도, 또 다른 이웃이웃 마을에서도 ‘열아홉 살 넘는 젊은이’는 찾아볼 길이 없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밖에 없는 마을에다 대고 ‘헌혈하러 나오라’고 하는 방송을 어떤 ‘공무원 우두머리’가 하라고 시켰을까? 군수가? 면장이? 누가 이런 방송을 하라고 시켰을까? 머릿수 채우는 헌혈을 해야 한다면, 면소재지 중·고등학교 아이들을 부르든지, 중·고등학교 교사를 부르든지, 아니면 면사무소 일꾼들이 피를 뽑으러 가든지 해야 하는 곳이 시골이다. 도시하고 다르다. 어쩌다가 먼 어느 시골마을에 ‘젊은이’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 아이가 어떻게 면소재지에 갈까? 두 시간에 한 대쯤 지나가는 군내버스를 타고 피를 뽑으러 가나? 그러면, 돌아올 적에는? 4348.2.1.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