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스기 가의 도시락 4
야나하라 노조미 지음, 채다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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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458



곁에서 지켜보며 배우는 삶

― 다카스기 家의 도시락 4

 야나하라 노조미 글·그림

 채다인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2.3.25.



  새벽바람이 상큼합니다. 내 몸을 구석구석 훑으면서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으려는 새벽바람이 상큼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이 새벽바람을 차갑거나 서늘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마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나는 차갑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니 차갑지 않고, 서늘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에 서늘하지 않습니다.


  아침노을이 퍼지면서 뜨는 해가 맑습니다. 내 눈을 가만히 틔우면서 뜨는 해님이 반갑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이 아침노을과 해님을 썩 안 반갑게 여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나는 아침노을을 바라보면서 오늘 하루 누릴 삶을 짓고, 해님이 솟는 기운을 느끼면서 아침에 함께 나눌 밥을 헤아립니다. 기쁘게 맞이할 새로운 하루를 생각한다면 하루는 온통 기쁨입니다. 즐겁게 누릴 새삼스러운 하루를 살핀다면 하루는 그예 즐거움입니다.



- ‘이 나라의 손님은 나의 손님. 이 고장의 손님은 나의 손님. 이 집의 손님은 나의 손님.’ (9쪽)

- “쿠루리, 사 가지고 가자. 그래도 확실히 이득이라고. 마루미야, ‘이득’이라는 건 ‘싸다’는 것과는 다른 거야.” “그럼 이득이라는 건 뭔데요?” (42쪽)





  새벽에 누런쌀을 씻습니다. 누런쌀로 밥을 지어서 먹으려면 한참 불려야 합니다. 아침에 누런쌀밥을 먹자면 엊저녁에 불려야 했는데, 엊저녁에 짓고 남은 밥이 있어서, 낮에 새밥을 짓기로 하고, 아침에는 엊저녁 밥으로 새로 지으려 합니다. 갓 지은 밥은 보슬보슬 김이 솟는 맛이 있고, 찬밥은 요모조모 손을 써서 남다른 밥을 짓는 맛이 있습니다.


  늘 먹는 밥이지만 늘 다른 밥입니다. 늘 짓는 밥이면서 늘 새로운 밥입니다. 오늘 나는 어제와 다른 나요, 오늘 나는 새로운 모레로 가는 나입니다. 그래서 내가 짓는 밥은 날마다 다르면서 새롭습니다. 내가 곁님과 아이들하고 나누는 밥은 언제나 새삼스러우면서 즐겁습니다. 어떤 밥이든 지을 수 있고, 어떤 맛이든 누릴 수 있습니다. 어떤 밥이든 기쁘며, 어떤 날이든 웃고 노래하면서 엽니다.



- ‘또 미야 누나 덕이라고 하면 학생회도 있지, 쿠루리가 입후보라니! 그 덕에 친구도 생겼으니 수학여행도 즐겁게 보낼 거야. 미야 누나의 기억이 쿠루리를 기르고 있다.’ (79쪽)

- “그렇게 휘둘리며 살았지만, 그만큼 여러 가지 경험을 했고, 무엇보다 일에 열중하는 아버지는 저에게 있어 자랑스러운 존재였어요.” (83쪽)






  야나하라 노조미 님이 빚은 만화책 《다카스기 家의 도시락》(AK커뮤니케이션즈,2012) 넷째 권을 읽습니다. 삶을 사랑으로 지으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아침저녁으로 사랑을 생각합니다. 삶을 기쁨으로 지으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하루 내내 기쁨을 살핍니다. 삶을 노래로 지으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노래가 가득합니다.


  우리는 삶을 무엇으로든 지을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미움이나 시샘이나 짜증으로도 하루를 지을 수 있습니다. 설렘이나 두려움이나 반가움으로도 하루를 지을 수 있습니다. 다툼이나 나눔이나 아름다움으로도 하루를 지을 만합니다. 어느 것을 내 숨결로 삼아서 하루를 짓든 늘 내 하루입니다.



- ‘미야 누나의 기억이 쿠루리를 이끄는 것처럼, 장소에 새겨진 기억이나 마음이 주는 소박한 은혜.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알고 싶어서 연구자가 되었다.’ (88∼89쪽)

- ‘이곳에서 쿠루리가 성장해 가는 걸 보고 싶은 것이다. 바로 내가.’ (91쪽)





  아이가 어버이 곁에서 하루를 지켜봅니다. 어버이도 아이 곁에서 하루를 지켜봅니다. 서로 지켜보면서 하루가 흐릅니다. 서로 지켜보면서 삶을 배우고 사랑을 물려받으며 꿈을 품습니다.


  새벽바람으로 아이들을 학교나 학원에 넣는다면, 아이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삶과 사랑과 꿈을 살핍니다. 그런데 학교나 학원에서 입시교육만 시킨다면, 아이들은 삶과 사랑과 꿈을 살필 겨를이 없이 쳇바퀴를 돕니다. 머리를 모두 열어 생각을 짓기보다는 늘 똑같은 시험공부만 되풀이하니까, 머리가 제대로 열리지 않습니다.


  시험공부는 새롭지 않습니다. 새롭지 않은 시험공부를 늘 똑같이 해야 할 적에는, 사람들 머리가 그만 닫힙니다. 오늘날 사람들이 머리를 얼마 못 쓰는 까닭은 늘 똑같은 쳇바퀴를 돌기 때문입니다. ‘다른 일’을 하지 못해서 머리를 못 쓰지 않아요. ‘새로운 사랑과 꿈’을 키우지 못하니 새로운 하루가 되지 못해요.





- “오늘 만든 차조기말이, 꽤 인기가 좋았지. 또 기회가 있으면 만들어 줄게.” “받는 것보다, 같이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143∼144쪽)

- “니이는 태어날 때부터 계속 자연이라는 선생님에게서 배워 왔잖아.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커다란 지식을.” (166쪽)



  고등학교를 마친다거나 스무 살이 되어야 어른이지 않습니다. 나이가 차면 그저 나이가 찰 뿐입니다. 철이 들어 머리에 슬기로운 생각을 심을 수 있으면, 나이가 어리더라도 철이 든 사람입니다. 철이 들지 않아 머리에 슬기로운 생각을 못 심으면, 나이가 많더라도 철이 안 든 사람입니다.


  철이 든 사람이 어른이고, 철이 안 든 사람은 철부지입니다. 철이 안 들면서 걱정만 많은 사람은 애늙은이입니다. 우리는 어떤 모습이든 될 수 있습니다. 철이 안 들 수도 있고, 철이 들 수도 있습니다. 삶을 노래할 수도 있고, 삶에 지칠 수도 있습니다. 어느 길이든 나쁘지 않습니다. 어느 길에서든 넉넉하게 배웁니다. 무엇을 배우는지 찬찬히 지켜보면서 내 하루를 따사롭게 돌아볼 수 있기를 바라요. 4348.2.1.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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