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21. 이 손과 저 손은
모든 사진에는 다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이야기는 눈부실 수 있고, 어느 이야기는 잔잔할 수 있습니다. 어느 이야기는 아름다울 수 있고, 어느 이야기는 조용할 수 있습니다. 어느 이야기는 무지개와 같고, 어느 이야기는 별빛과 같습니다. 어느 사진이든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높고 낮음을 가릴 수 없고, 좋고 나쁨을 따질 수 없습니다.
이 손과 저 손을 바라봅니다. 왼손은 더 낫고, 오른손은 덜 나을까요? 아닙니다. 사회나 정치에서는 좌파와 우파라든지, 좌익과 우익이라든지 하고 둘로 가르곤 하는데, 어느 한쪽이 나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어느 한쪽이 나쁠 수 없습니다. 둘은 둘대로 다른 숨결이고, 둘은 둘대로 다르면서 아름다운 숨결입니다. 우리는 두 손을 함께 써서 삶을 짓습니다. 한손으로는 삶을 못 짓습니다.
다만, 어느 손을 쓰든 다른 손이 아름다운 줄 알아야 해요. 왼손은 오른손을 아끼고, 오른손은 왼손을 섬길 수 있어야 합니다. 왼손은 오른손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하며, 오른손은 왼손을 돌볼 수 있어야 합니다. 둘은 싸우는 사이가 아니라, 처음부터 한몸인 사이입니다. 그러니, 두 가지 사진이 있으면, 두 가지 사진은 참으로 다르구나 싶으면서 참으로 같구나 싶은 이야기가 흘러요. 어떤 이야기인가 하면, 우리가 스스로 짓는 삶을 곱게 노래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한쪽이 없어져야 할 일이 없습니다. 어느 한쪽을 해코지하거나 손가락질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어느 한쪽을 들볶거나 괴롭혀야 할 일이 없습니다. 어느 한쪽을 얕보거나 깎아내려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이 손과 저 손을 바라봅니다. 두 손은 저마다 다르기에 아름답고, 저마다 다르기에, 두 손을 모아서 아주 새로운 이야기를 짓습니다. 한손으로는 못 짓는 이야기를 두 손으로 짓습니다. 한 손으로는 못 이루는 삶을 두 손으로 이룹니다. 사진기를 손에 쥘 적에 한손으로 받치고 다른 한손으로 단추를 누릅니다. 두 손이 하는 일은 다르지만, 두 손은 늘 언제 어디에서나 함께 움직이면서 ‘사진짓기’를 합니다. 4348.1.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