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are you com from?



  고등학교를 마친 뒤부터 마흔두 살인 오늘에 이르기까지, 내가 늘 듣는 말이 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학교옷’을 입었기 때문인지 이렇게 묻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으나, 학교옷을 벗고 ‘내 옷’을 입은 때부터 ‘내가 사는 동네’에서조차 아이들이 나를 보면서 “아저씨, 한국사람이야?” 하고 묻기 일쑤였고, 어제에도 이런 소리를 또 듣는다.


  열흘에 걸친 배움마실을 마친 뒤, 강화에서 일산으로 가서 하루를 묵은 뒤, 아침 첫버스를 타고 순천까지 와서, 다시 순천에서 고흥으로 돌아오는데, 내 앞자리에 앉은 ‘고흥으로 놀러온 아주머니 세 분’ 가운데 한 분이 “where are you com from?” 하고 물으신다.


  이 말을 듣고 문득 생각한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이 물음에 나는 “I come from green star.”라는 말이 떠올랐지만, “한국말 잘 합니다.” 하고 말씀을 드린다. 이렇게 말하니, 아주머니는 몹시 서운하다는 눈빛으로, “아이고, 영어를 좀 써 보려고 했는데.” 하면서 아쉽다고 한다. 그래서, “한 마디 하셨잖아요?” 하고 다시 말한다. 그러니까, 아주머니는 아직 내가 한국사람인 줄 알아차리지 못하고, ‘한국말 잘 하는 외국사람’으로 여긴 셈이다. 아주머니는 능금 한 알을 나한테 선물로 주셨는데, 받기만 할 수 없어서, 가방에서 그림엽서를 두 꾸러미 꺼내서 건넸다. 그러면서, “저는 이 그림엽서에 나온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이라는 책을 쓴 사람이고, 한국말사전을 새로 엮는 일을 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이곳 고흥에 삽니다.” 하고 덧붙인다. 이제서야 아주머니들은 내가 한국사람인 줄 깨달으며, 자지러지게 웃는다. 내 옆에 앉은 고흥 여고생 두 아이도 자지러지게 웃는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푸른 별’에서 왔다. 푸른 바람이 불고, 푸른 숲이 있으며, 푸른 사랑이 가득한 별에서 왔다. 나는 ‘지구별’에서 살지만, 또 한국이라는 나라에 몸이 있지만, 내 보금자리는 ‘푸른 별’이다. 그렇다면 다른 별에서 왔을까? 어쩌면 그럴는지 모른다. 이 지구가 ‘푸른 별’이 아니라면, 나는 틀림없이 다른 ‘푸른 별’에서 이곳으로 와서 지구를 ‘푸른 별’로 가꾸려는 뜻을 이루려 한다고 느낀다. 4348.1.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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