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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발자취 4 - 시간여행 카스가연구소
요시즈키 쿠미치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450
씨앗으로 남는 발자국
― 너와 나의 발자취 4
요시즈키 쿠미치 글·그림
정은서 옮김
서울문화사 펴냄, 2014.2.28.
나무가 씨앗 한 톨을 떨어뜨립니다. 이 씨앗은 바람을 타고 훨훨 납니다. 어미나무 옆에 떨어지는 씨앗도 있지만, 어미나무한테서 멀리 떨어진 씨앗도 있습니다. 씨앗은 저마다 어미나무 곁에서 떨어져 새로운 곳에 깃든 뒤 천천히 자라는데, 하나하나 새로운 어미나무로 거듭납니다.
씨앗은 어미나무 품에 안겨서 자라는 동안 꿈을 꾸지요. 무슨 꿈을 꾸느냐 하면, ‘나도 앞으로 커서 우리 어머니(어미나무)처럼 될까?’ 하고 꿈을 꿉니다. 우리 어머니처럼 되면, 앞으로 ‘나도 씨앗을 맺겠구나’ 하고 새로운 꿈을 꾸어요. 씨앗은 어미나무 품에서 꿈을 꾸면서 즐겁습니다. 포근하게 감싸는 어미나무 숨결을 느끼면서 씩씩하고 튼튼하게 하루를 일으켜요.
-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모든 결말은 당신의 책임이 아니었어요. 즉 ‘당신 어깨의 짐은 사라졌’니다. 이제, 이 일은 잊어버리는 것이 어떨까요?” “나는, 단지 어깨의 짐을 내려놓고 싶었을 뿐인가?” (36쪽)
- “겨우 이걸로 두 사람의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바뀌었어?” “글쎄? 진정한 엔딩은 앞으로 두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50쪽)
어머니가 아이를 낳습니다. 어머니는 열 달에 걸쳐 아이를 품에 안으면서 마음으로 속삭입니다. 곱게 꿈을 꾸면서 곱게 꿈을 지으렴, 곱게 꿈을 품으면서 곱게 꿈을 가꾸렴, 하고 속삭입니다.
어머니 뱃속에서 자라는 아이는 어머니가 날마다 속삭이는 따사로운 말을 들으면서 씩씩한 꿈을 짓습니다. ‘나도 커서 어머니처럼 사랑으로 내 아이를 낳아서 보듬는 빛이 되겠어’ 하고 꿈을 짓습니다. 이윽고 열 달이 차면, 기쁘게 노래하면서 이 땅에 태어나, 어머니와 아버지한테 싱그러이 웃음을 베풀고,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하루를 누리면서 이 땅에 튼튼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 “전 세계의 비극을 직접 목격하고 진실이란 이름 아래 그걸 밥벌이로 삼고, 그런 작품으로 명예를 얻으면 얻을수록 내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혼탁해졌어. 바로 그랬을 때 만난 사람이, 이 팬티 도촬의 장인, 서브컬처 사진가 즈키니 주니어 씨.” (70쪽)
요시즈키 쿠미치 님이 빚은 만화책 《너와 나의 발자취》(서울문화사,2014) 넷째 권을 읽은 뒤 곰곰이 헤아립니다. 내 말은 언제나 씨앗이 됩니다. 내가 따사로운 마음으로 말을 하면, 내 말은 따사로운 숨결이 되어 흐릅니다. 내가 차가운 마음으로 말을 하면, 내 말은 차가운 숨결로 바뀌어 흐릅니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저 따사롭거나 차가울 뿐입니다. 내 말은 늘 내 마음을 드러낼 뿐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서로 어떤 말을 주고받는지 헤아릴 노릇입니다. 서로 어떤 사이가 되어 삶을 누리고 싶은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내 말 한 마디가 어떤 씨앗이 되어 이녁한테 흘러 가는지 헤아릴 노릇입니다.
- “예전에 언니가 이런 말을 했어요. ‘고통스러운 경험을 해 본 사람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어.’ 저야말로 초대면의 사람이 울어 준 건 생전 처음이에요.” (146쪽)
- “범죄자든 선량한 사람이든, 미래를 바꾸는 것은 ‘그 사람의 의지’에 달린 거잖아? 소장님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런 건방진 생각은 집어치우시지?” (163쪽)
꽃씨는 꽃이 되고, 나무씨는 나무가 됩니다. 풀씨는 풀이 될 테지요. 그러면 꽃과 나무와 풀은 무엇이 될까요? 이 세 가지는 함께 어우러져서 숲이 됩니다.
말씨는 말이 됩니다. 아무렴, 그렇습니다. 말이 되는 말 씨앗인 말씨인데, 말씨는 앞으로 무엇이 될까요? 말은 바로 삶이 됩니다. 그러니까, 내가 하는 말은 언제나 내 삶이 됩니다. 내가 읊는 말은 너와 나 사이에서 삶이 됩니다.
- “아사키는 내가 처음으로 얻은, 같은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단 하나뿐인 소중한 친구야. 하지만 아사키. 이제 남들처럼 평범한 중학생이 되자. 폭력이나 상처에 겁먹지 않고, 나 외에도 새 친구를 잔뜩 만들고.” (179쪽)
삶을 차근차근 돌아보면, 내가 여태 어떤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삶을 하나하나 짚으면, 내가 그동안 어떤 말을 마음에서 꺼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 발자취는 내 말자취입니다. 내 하루는 내가 말한 대로 흐릅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 어떤 말을 하려 하는지 돌아보셔요. 오늘에 이어 모레에 어떤 말을 할 마음인지 짚어요. 말은 사랑이 될 수 있습니다. 말은 꿈이 될 수 있습니다. 말은 생채기가 되거나, 앙금이 될 수 있습니다. 내 말이 어떤 삶이 되도록 하고 싶은지 생각해야 합니다. 4348.1.2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