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05] 석 장



  종이 석 장을 받습니다. 나누어 주는 종이를 석 장 받습니다. 나는 “네, 석 장 받았습니다.” 하고 말하는데, 내 옆에서는 “네, 세 장이요.” 하고 말합니다. 그래도 나는 “여기 석 장이요.” 하고 또 말합니다. 한 장을 보태면 “넉 장”이라고 말합니다. ‘석’과 ‘넉’으로 쓰지 못하는 사람한테 따로 ‘석’과 ‘넉’을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궁금해서 물을 때까지 가만히 있습니다. 우리 집 큰아이는 가끔 아버지한테 묻습니다. “아버지, 왜 ‘세’라고도 하고 ‘석’이라고도 해?” “응, 책은 세 권 있다 하고, 종이는 석 장 있다고 해. 사람은 네 사람 있다 하고, 능금은 넉 알 있다고 해. ‘세’를 쓰는 자리가 있고, ‘석’을 쓰는 자리가 있어.” 그러면 왜 ‘세’와 ‘석’을 쓰는 자리가 다를까요? 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말을 달리 쓸까요? 아마, 말 한 마디마다 다 다른 숨결을 담아서 썼을 테지요. 4348.1.1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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