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484) 전의 5


그는 뛰어난 어학 실력을 보였기 때문에 교수들은 입을 모아 칭찬했고, 좀전의 실례를 용서했다

《구위드 다메오/이우석 옮김-무솔리니》(학원출판공사,1989) 167쪽


 좀 전의 실례를

→ 좀 전에 있던 실례를

→ 조금 앞서 저지른 잘못을

→ 바로 앞서 했던 부끄러운 짓을

 …



 ‘좀전’처럼 붙여서 쓰는 분도 있으나 ‘조금 전’을 뜻하는 말마디이니 ‘좀 전’으로 띄어서 적어야 올바릅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하면서 말쓰임을 살핀다면, ‘前’을 ‘앞서’로 다듬어 “조금 앞서”처럼 적으면 아무 걱정이나 말썽이 없습니다. “바로 앞서”로 적어 보아도 어울리고, ‘앞서’만 넣어도 괜찮습니다. 4341.7.24.나무/4348.1.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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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솜씨가 뛰어났기 때문에 교수들은 입을 모아 추켜세웠고, 앞서 저지른 잘못을 봐주었다


“뛰어난 어학(語學) 실력(實力)을 보였기”는 “뛰어난 말솜씨를 보였기”나 “여러 나라 말을 훌륭히 할 줄 알았기”로 손질합니다. 둘 가운데 하나일 테지요. ‘칭찬(稱讚)했고’는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추켜세웠고’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실례(失禮)를 용서(容恕)했다”는 “잘못을 덮어주었다”나 “잘못을 너그러이 봐주었다”로 손봅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645) 전의 6


덕수는 그저 놀란 마음에 눈이 동그래집니다. 좀 전의 웃음은 간곳이 없습니다

《강무지-다슬기 한 봉지》(낮은산,2008) 141쪽


 좀 전의 웃음은

→ 조금 앞서 지었던 웃음은

→ 조금 앞서 보여준 웃음은

→ 조금 앞서 같은 웃음은

 …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인다면 어떤 웃음이었는가를 찬찬히 나타낼 수 있습니다. 많이도 아니고, 넘치게도 아닙니다. 아주 조금만 마음을 기울이고, 눈길을 보내면 됩니다.


  그러나 조금이나마 마음을 기울이지 않으니,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펼치지 못합니다. 조금이나마 눈길을 보내지 못하니, 우리 글을 우리 글답게 적바림하지 못합니다.


  조금씩 마음을 기울이면서 우리 누리를 한결 아름답고 밝게 북돋우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만, 조금씩 마음을 바치면서 이웃과 더욱 따뜻하게 어우러지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만, 조금씩 마음을 나누면서 숲과 마을과 보금자리를 고이 가꿀 수 있습니다만, 말도 삶도 이웃도 마을도 나라도 살갑게 껴안지 못합니다. 4342.1.6.불/4348.1.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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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는 그저 놀란 마음에 눈이 동그래집니다. 조금 앞서 같은 웃음은 간곳이 없습니다


‘미소(微笑)’가 아닌 ‘웃음’이라 적은 대목이 반갑습니다. 그러나 바로 앞에 붙은 토씨 ‘-의’를 넣은 말투는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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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876) 전의 7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의 일이다. 열 명 남짓 한 학생들이 강의실 벽에 자신의 작업을 걸었다

《박태희 옮김-필립 퍼키스와의 대화》(안목,2009) 7쪽


 14년 전의 일이다

→ 열네 해가 지난 일이다

→ 열네 해가 된 일이다

→ 열네 해 앞서 있던 일이다

 …



  ‘14년(十四年)’은 한자로 이루어진 말마디입니다. 저는 이 같은 말마디를 쓰지 않습니다만, 오늘날 우리 둘레 어디에서나 이런 말마디를 손쉽게 듣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은 이 말마디로 생각을 나눕니다. 저로서는 이 같은 말마디를 굳이 써야 할 까닭을 못 느낍니다. 그러나 제가 이 말마디를 안 쓴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 모두 이 말마디를 버리거나 털어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십사 년’이 아닌 ‘열네 해’라 말하면서도 내 생각을 넉넉히 나눌 수 있을 뿐입니다.


 14년 전 일이다

 14년이 지난 일이다

 14년 전에 있던 일이다


  이 보기글에서는 한자말 ‘14년’을 그대로 두면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습니다. 그저 토씨 ‘-의’ 하나만 털면 됩니다. 우리는 예부터 이러한 말투로 이야기를 펼쳤고, ‘전(前)’이라는 한자말 없이도 알뜰살뜰 마음을 나타내거나 나누었습니다.


  굳이 딱딱한 말투에 매이지 않아도 되며, 괜히 어줍잖은 말씨에 길들어야 하지 않습니다. 사랑편지를 쓰든, 논문을 쓰든, 신문글을 쓰든, 일기를 쓰든 반드시 ‘십사 년’이나 ‘전 + 의’ 같은 말마디를 넣어야 하지는 않을 테지요. 그렇지만 워낙 오래 익숙하게 지냈기에 이 말버릇을 가다듬지 못하겠다면 하는 수 없습니다. 적어도 “14년 전 일이다”쯤으로는 적바림하도록 말씨를 아주 살짝이나마 보듬어 주면 고맙겠습니다. 4342.12.10.쇠/4348.1.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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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어느덧 열네 해가 지난 일이다. 열 사람 남짓 한 학생들이 강의실 벽에 제 사진을 걸었다


‘지금(只今)으로부터’는 ‘올해로 치면’이나 ‘어느덧’으로 다듬습니다. “열 명(名)”은 그대로 두어도 되고 “열 사람”으로 손보아도 됩니다. “자신(自身)의 작품(作品)을”은 “제 작품을”이나 “손수 찍은 사진을”이나 “저마다 찍은 사진을”이나 “제 사진을”로 손질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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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89) 전의 8


어머니가 우리 집에 있었던 건 벌써 10년도 전의 일이다

《사노 요코/윤성원 옮김-나의 엄마 시즈코상》(이레,2010) 9쪽


 10년도 전의 일이다

→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 열 해나 지난 일이다

→ 열 해도 더 지난 일이다

→ 열 해도 더 지났다

 …



  어머니가 열 몇 해 앞서 우리 집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말뜻 그대로 말을 하면 됩니다. “어머니가 우리 집에 계셨던 때가 벌써 열 몇 해가 되었다”처럼 적을 만합니다. “10년도 전의 일”이라고 적으면 알 듯 말 듯 아리송합니다. 아무래도 ‘더’라는 꾸밈말을 빠뜨렸구나 싶고, 열 해가 더 지났다고 하면 “열 몇 해”가 된 셈입니다. “열서너 해”라든지 “열대여섯 해”라고 적을 수 있을 테지요. “열 해 남짓”이라 적어도 됩니다. 4348.1.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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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우리 집에 있은 때는 벌써 열 해도 더 지났다


“있었던 건”은 “있었던 때는”이나 “있은 때는”이나 “계신 때는”이나 “계셨던 때는”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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