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03] 몸띠



  ‘폴리’라고 하는 만화영화를 본 우리 집 두 아이가 ‘안전벨트’라는 낱말을 넣어 노래를 부릅니다. ‘폴리’라고 하는 만화영화에서는 늘 ‘안전벨트’라고 나오기 때문입니다. 두 아이가 아주 어릴 적부터 옆에서 ‘안전띠’라고 말했지만, 만화영화는 하루아침에 두 아이 말투를 ‘띠’에서 ‘벨트’로 바꿉니다. 가만히 보면, 만화영화뿐 아니라 둘레 다른 어른들도 으레 ‘벨트’라고만 말할 뿐, ‘띠’라는 한국말은 잘 안 씁니다. 그러면 여덟 살 아이와 다섯 살 아이는 ‘안전벨트’가 어떠한 뜻인지 알까요? 자동차를 탈 적에 몸에 채우라고 하는 띠인 줄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릴 테지만, ‘안전’이나 ‘벨트’가 따로따로 무엇인지는 알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몸띠’라는 낱말을 두 아이한테 새로 들려줍니다. 자동차를 탈 적에 너희 몸에 띠를 두르니, 이 띠는 ‘몸띠’라고 알려줍니다. 다섯 살 아이는 만화영화에 나오는 대로 그냥 ‘안전벨트’로 노래하지만, 여덟 살 아이는 “몸에 하는 띠로구나?” 하면서 ‘몸띠’라는 낱말을 곧바로 받아들여서 씁니다. 큰아이가 보여주는 모습을 살피면서 한 가지를 새로 깨닫습니다. 한국말로 곱고 바르게 가다듬어서 쓰는 끼닭이라면, 외국말을 털거나 고치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오늘 이곳에서 삶을 또렷이 헤아리면서 즐겁게 나눌 만한 한국말을 찾을 때에 서로 웃고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4348.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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