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5.1.2.

 : 새해 첫 자전거마실



- 1월 1일보다 바람이 덜 불지만, 1월 2일에도 바람이 어마어마하게 분다. 자전거마실을 할까 말까 한참 망설이다가, 이 바람을 쐬면서 마실을 하자고 생각한다. 낮잠을 안 자려는 작은아이를 재우는 한편, 우리가 한겨울을 지내는 줄 온몸으로 느끼게 하면 재미있겠지 하고 생각한다. 나 혼자 재미있을는지 모르나, 겨울답게 싱싱 생생 신나게 부는 바람을 쐴 만하리라 느낀다.


- 옷을 단단히 입고 모자도 씌우는데, 이렇게 하더라도 아이들은 추울는지 모른다. 누런 빛이 가득한 들길을 달리면서 노래를 부르자. 나는 나대로 부르면,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부를 테지. 저 멀리 군내버스 지나가는 모습도 보고, 물총새가 먹이를 찾는 모습도 보며, 억새와 갈대가 흐드러진 도랑도 본다. 구름도 보고 하늘도 본다. 모두 우리 가슴에 담는다. 사이좋게 얼크러지는 모습을 보고, 이 시골에서 우리가 누리는 하루를 생각한다.


- 작은아이는 동호덕마을을 지날 무렵 잠든다. 많이 졸렸구나. 그러게, 집에서 낮잠을 자면 얼마나 좋니. 그러나 너희 누나도 너와 같았단다. 집에서는 졸음을 끝까지 견디고, 자전거수레에 앉기 무섭게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잠들곤 했단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맞바람이 아주 드세다. 큰아이가 발가락이 시리다고 말한다. 그래, 시리구나. “괜찮아, 안 추워. 따뜻해.” 하고 말한 뒤, “바람아 멈추어라. 바람아 쉬어라. 바람아 푹 쉬어라. 바람아 이제 그쳐라. 햇볕아 포근하게 내리쬐어라. 우리 아이들 발가락도 따뜻하지.” 하는 말을 외친다.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는 내 말을 따라한다. 이 말을 들었을까? 어느새 바람이 그친다. 그토록 모질게 불던 바람이 참말 뚝 그친다. 게다가 구름이 걷히면서 해가 난다. “벼리야, 이제 따뜻하지?” “응.” 어마어마한 맞바람을 한참 먹다가, 집에 닿기까지 5분 동안 바람 한 점 없는 길을 천천히 달려서 집에 닿는다. 작은아이는 수레에서 아주 깊이 잠들었다. 살며시 안아 잠자리에 누인다. 나는 온몸에 흐르는 땀을 씻고 옷을 몽땅 갈아입는다.


(최종규 . 2-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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