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16. 어제와 오늘


  우리가 찍는 사진은 언제나 ‘오늘’이지만, 종이에 앉히거나 파일이나 필름으로 아로새기는 모습은 언제나 ‘어제’라 할 만합니다. 사진기를 놀려 사진을 찍을 적에는 ‘오늘’이어도, 이 오늘은 곧바로 ‘어제’가 되어, 바로 오늘 찍은 사진조차 “아, 아까 그랬었지!” 하는 생각을 자아냅니다. 그러면, 우리는 오늘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어제를 사는 사람일까요?

  아침에 밥을 먹습니다. 밥을 먹고 기운을 차려 신나게 일하거나 논 뒤, 저녁에 밥을 다시 먹습니다. 저녁에 밥을 먹다가 “아, 아까 아침에 밥을 먹었지!” 하고 떠올립니다. 저녁밥 먹는 자리에서 아침은 그야말로 ‘흘러간 이야기’나 ‘지난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아침과 저녁이란 무엇일까요?

  사진을 찍는 까닭은 바로 이곳에 있는 오늘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즐겁지 않은 오늘이라면 굳이 사진으로 찍지 않습니다. 앞으로 즐거운 오늘이 되기를 바라면서 힘껏 갈고닦아서 바야흐로 즐거운 오늘이 되면 신나게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사진을 읽는 까닭은 흘러간 어제나 지나간 어제를 돌아보고 싶기 때문이 아닙니다. 날마다 새롭게 맞이한 오늘을 즐겁게 누리면서 삶을 지었기에, 이렇게 지은 삶을 찬찬히 되새기면서 ‘어제’와 ‘오늘’을 한 자리에 놓고 싶기 때문입니다. 어제와 오늘은 다르지 않다고 느끼고 싶으며, 어제와 오늘은 같다고 느끼고 싶고, 어제와 오늘은 늘 고이 이어진다고 느끼고 싶기에 사진을 읽습니다.

  사진에 나오는 꼬맹이도 나요, 거울로 비추는 늙수그레한 아저씨나 아주머니도 나입니다. 사진에 나오는 갓난쟁이도 나요, 거울로 들여다보는 젊은이나 푸름이도 나입니다. 얼굴빛이나 몸집이나 살결은 달라집니다. 옷차림이나 목소리도 바뀝니다. 그러나, 옷과 몸에 깃든 넋과 숨결은 한결같습니다. 어제를 살던 나와 오늘을 사는 나는 언제나 같습니다. 스무 해나 마흔 해가 지난 일이지만, 사진을 보면서 ‘쉰 해가 지난 일’조차 ‘바로 어제’나 ‘바로 오늘’인듯이 느낍니다.

  사진은 무슨 일을 할까요. 사진을 찍어서 무슨 일이 생길까요. 사진을 읽는 사람은 마음이 어떻게 움직일까요. 오늘을 찍어서 어제를 드러내는 사진은 우리 앞날에 어떤 빛과 이야기와 노래와 숨결이 될까요. 사랑스러운 손길로 오늘을 다스리기에 사진을 찍고 읽습니다. 4348.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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