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으며 큰아이와 나눈 말
국과 밥을 마무리짓고 밥상에 올릴 무렵 큰아이가 묻는다. “아버지, 아버지는 왜 ‘네!’하고 ‘먹어요.’ 하고 말할 수 있어?”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 싶으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일곱 살 큰아이가 곧잘 이 대목을 묻는다. 왜 아버지는 ‘아이 아닌 어른’이면서 왜 ‘아이한테 높임말을 쓰느냐’고 묻는 셈이다. 왜냐하면, 만화영화를 본다든지 만화책을 본다든지, 또 둘레 다른 어른이 쓰는 말이라든지, 또 언니나 오빠라고 하는 사람이 저한테 쓰는 말을 가만히 살피면, 사람들이 쓰는 말투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에 따라 ‘나이 어린 사람’한테 아주 쉽게 말을 놓는다. 말을 놓는 일이 잘못이라는 뜻이 아니라, 아이한테 아무것도 묻지 않고 툭툭 말을 놓는다는 소리이다. 아이가 어떤 넋이나 숨결인지 헤아리지 않고, ‘아이라면 으레 말을 놓아도 된다’고 잘못 배웠고 잘못 생각하며 잘못 안다는 소리이다.
낯선 사람한테는 어른이든 어린이이든 함부로 말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느낀다. 말을 놓고 싶다면 먼저 물어야겠지만, 말을 놓겠다고 물을 까닭도 없다. 나중에 가까운 사이가 되면 ‘나이가 어린 아이’ 쪽에서 먼저 ‘말을 놓아도 돼요’ 하고 말할 테니, 그때가 될 때까지는 아이한테나 ‘어린 사람’한테 섣불리 말을 안 놓아야 올바르다고 느낀다. 제대로 쓰는 높임말이라면 말이다. 4347.12.2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