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엽서, 초상권, 사진 (사진책도서관 2014.12.1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읍내 우체국에 가서 ‘새로 나온 우편엽서’가 있느냐고 물으니, 읍내 우체국에서는 ‘우편엽서’를 아예 안 다룬다고 한다. 우정사업본부에서 펴내는 《우표》 12월호가 있어서 살피니, 이쁘장한 새를 그려 넣은 우편엽서가 새로 나왔지만, 시골 읍내 우체국에서조차 엽서는 장만할 수 없는 셈이다. 시골에서는 우편엽서도 인터넷으로 사야 할까? 아니면 다른 도시로 가서 사야 할까? 도서관 지킴이한테 우편엽서로 새해인사를 띄우자고 생각했지만 안 되겠구나 싶다.


  누군가 우리 집 큰아이와 곁님 동생(나한테는 처남)을 몰래 찍어서 어느 공모전에 내어 상을 받았다고 한다. 한동안 이 대목을 모르고 지냈는데, 어느 이웃이 보여준 사진을 보고 나서 뒤늦게 알았다. ‘미성년자 초상권 침해’ 작품 사진을 보여준 이웃은 이 사진에 깃든 두 사람이 우리 집 큰아이와 곁님 동생인 줄 몰랐단다. 그저 사진이 좋다면서 보여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사진은 내가 2009년 9월 26일에 찍은 사진하고도 거의 똑같다.


  곰곰이 생각한다. 자그마치 다섯 해가 지난 뒤 몰래 공모전에 내면 초상권이 사라질까? 다른 사진 공모전에 내가 ‘우리 아이와 처남’을 찍은 사진을 넣는다면 어떻게 될까? ㄱ이라는 도서관에서 꾀한 사진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사진은 ‘내가 우리 아이와 처남을 사진으로 담은 다음 다른 볼일을 보느라 바쁘게 자리를 비운’ 틈에 몰래 찍은 사진이다. 나 몰래 사진을 찍은 그분은 왜 우리 처남한테, 그리고 처남 곁에 있던 장모님과 곁님한테 허락을 받을 생각을 안 했을까? ‘멋있어 보이는 모습’이라면 허락을 안 받고 찰칵찰칵 사진을 찍어대도 될까? ‘책 문화를 널리 퍼뜨리려는 좋은 뜻’이라면 초상권을 함부로 짓밟으면서 공모전에 넣어도 되고, 이런 사진에 상을 주어도 될까?


  책을 찍는 사진, 책을 읽는 사람을 찍는 사진, 책방을 찍는 사진, 책이 있는 사진, 그러니까 ‘책 사진’이란 무엇인지 아리송하다. 아니, 어쩐지 슬프다. 아니, 슬프다기보다 쓸쓸하다. 아니, 쓸쓸하다기보다 기운이 빠진다.


  사진 한 장은 어떻게 찍어야 하는가. 사진 한 장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 사진 한 장은 어떻게 나누면서 읽어야 하는가. 사진 한 장에는 어떤 삶이 깃드는가.


  스치듯이 지나가는 사이에 아주 놀랍거나 멋진 모습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스치듯이 지나가지 않고 발걸음을 멈추어 가만히 이야기를 귀여겨들을 수 있다면, ‘놀랍거나 멋진 모습’을 넘어서는 ‘사랑스러우면서 아름다운 삶’을 사진으로도 글로도 넉넉히 담을 수 있다.


  사진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사진가’라 할 수 있을까? 사진 공모전을 여는 ㄱ도서관은 사진을 어떻게 마주하면서 다루어야 ‘책과 사진’을 함께 아름다이 엮어서 ‘책 문화 북돋우기’를 할 수 있을까? 눈이 살짝 덮인 도서관에서 매우 무거운 마음이 된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