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50) 통하다通 79


롤라 아주머니가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입구라고 알려준 문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 아까 지나왔던 천장 통로를 통해 다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알레산드로 가티/김현주 옮김-나쁜 회사에는 우리 우유를 팔지 않겠습니다》(책속물고기,2014) 105쪽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입구라고

→ 비상계단으로 가는 길이라고

→ 비상계단으로 이어지는 곳이라고

→ 비상계단으로 이어진다고

 아까 지나왔던 천장 통로를 통해

→ 아까 지나왔던 천장 길을 지나

→ 아까 지나왔던 천장 길을 거쳐

→ 아까 지나왔던 천장 길로

 …



  ‘입구’라는 일본 한자말은 ‘들어오는 곳’이나 ‘들어가는 곳’으로 고쳐써야 알맞습니다.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입구”는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들어오는 곳” 꼴이 될 테지요. 아무래도 얄궂습니다. ‘-으로 通하는’이 온통 군더더기이거나 겹말인 셈입니다. 보기글에 잇달아 나오는 “통로를 통해”에서 ‘통로’도 군더더기로 썼거나 겹말인 셈입니다. 한자말 ‘통로’는 “통하여 다니는 길”을 뜻한다고 합니다. “통하여 다니는 길을 통해” 꼴이 될 테니 도무지 말이 안 됩니다. 말길은 어찌저찌 알아들어도 쓸 만하지 않습니다. “길을 지나”나 “길을 거쳐”나 “길로”로 고쳐쓸 노릇입니다. 4347.12.1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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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아주머니가 비상계단으로 이어진다고 알려준 문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 아까 지나왔던 천장 길을 지나 다시 제 방으로 돌아갔다


“통(通)하는 입구(入口)라고 알려준 문”에서 ‘입구’는 ‘들목’이나 ‘들어오는 곳’이나 ‘어귀’로 고쳐쓸 낱말인데, 글흐름을 살펴 “가는 길이라고 알려준 문”이나 “이어진다고 알려준 문”으로 손봅니다. “통로(通路)를 통(通)해”는 겹말입니다. ‘통로’는 ‘길’로 바로잡습니다. ‘자기(自己)’는 ‘제’로 다듬습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52) 통하다通 80


표범은 소리가 난 쪽으로 재빨리 달려갔고, 냄새를 통해 그것이 얼룩말임을 알 수 있었어

《러디어드 키플링/박성준·문정환·김봉준·김재은 옮김-아빠가 읽어 주는 신기한 이야기》(레디셋고,2014) 52쪽


 냄새를 통해

→ 냄새로

→ 냄새를 맡고

→ 냄새를 맡고는

 …



  사람이나 짐승은 냄새를 맡습니다. 밥이 익는 냄새를 맡고, 살갗 냄새를 맡습니다. 꽃이나 풀이 풍기는 냄새를 맡고, 바람에 묻는 냄새를 맡습니다. 냄새를 맡으면서 무엇이거나 누구인지 알아챕니다. 코를 킁킁거리면서 내 둘레에 무엇이 있거나 누가 있는지 살핍니다. 무늬범은 냄새로 얼룩말을 알아봅니다. 무늬범은 냄새를 맡으며 얼룩말을 알아챕니다. 무늬범은 냄새를 맡고 얼룩말이 있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4347.12.1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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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범은 소리가 난 쪽으로 재빨리 달려갔고, 냄새를 맡고는 얼룩말인 줄 알 수 있었어


‘표범(豹-)’은 오늘날에는 그대로 쓸 만하지만, ‘무늬범’으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한자를 모르거나 안 쓰던 지난날 시골사람 말씨를 헤아린다면 몇몇 양반이 아니고서는 ‘표범’ 같은 낱말은 안 썼으리라 봅니다. “그것이 얼룩말임을”은 “이 냄새가 얼룩말인 줄”이나 “얼룩말인 줄”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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