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905) 것 44


손님이 마을사람들에게 반갑게 맞아 줘서 고맙다고 큰 소리로 인사를 하지 않고 그냥 떠나 버린다면, 마을사람들은 부끄러움을 느낄 것입니다

《카롤 잘베르그/하정희 옮김-라니아가 떠나던 날》(숲속여우비,2009) 27쪽


 부끄러움을 느낄 것입니다

→ 부끄럽다고 느낄 테지요

→ 부끄럽다고 느낍니다

→ 부끄러워 합니다

→ 부끄럽게 여깁니다

→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



  어림을 나타내려 하면서 ‘-ㄹ 것입니다’처럼 쓰기도 하지만, 한국말은 어림을 나타낼 적에 ‘-입니다’로만 쓰기도 하고, ‘-라고 봅니다’나 ‘-라고 여깁니다’로 쓰기도 합니다. 또는 ‘-ㄹ 터입니다’처럼 씁니다. ‘-ㄹ 것입니다’처럼 쓰면 새로운 말투가 된다고 할 만하지만, 한국말을 흔드는 얄궂은 말투를 굳이 새로운 말투로 삼아야 할는지 궁금합니다. 4347.12.1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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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마을사람한테 반갑게 맞아 줘서 고맙다고 큰 소리로 인사를 하지 않고 그냥 떠나 버린다면, 마을사람은 부끄럽다고 느낄 테지요


‘마을사람들’처럼 적어도 되지만, ‘-들’을 털어 ‘마을사람’으로 적으면 한결 낫습니다. 서양말에서는 겹셈꼴로 흔히 쓸 뿐 아니라, 겹셈꼴을 꼼꼼하게 챙겨서 쓰지만, 한국말에서는 겹셈꼴은 웬만해서는 안 씁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954) 것 51


곧 그치는 비인 걸 / 잠자리 떼가 먼저 안다 … 잿빛 구름 하늘 가득 덮어도 / 해는 있는 거지요 / 장맛비 진종일 오는 날도 / 해는 어딘가에 있는 거지요

《도종환-누가 더 놀랐을까》(실천문학사,2008) 70, 74쪽


 곧 그치는 비인 걸

→ 곧 그치는 비인 줄

→ 곧 그치는 비네

→ 곧 그치는 비로구나

→ 곧 그치는 비야

 …



  어린이가 읽도록 쓴 동시에 ‘것’이 잇달아 나옵니다. 이 동시를 읽는 어린이는 ‘것’을 이곳저곳에 넣는 말투를 배웁니다. 첫머리에서는 ‘것’이 아니라 ‘줄’을 넣어야 올바릅니다. 그런데, 첫머리는 “그치는 비네”라든지 “그치는 비야”처럼 말끝을 고칠 수 있습니다. 말끝을 살짝살짝 달리하면 뜻이나 느낌이 달라집니다.


  잇달아 나오는 “있는 거지요”는 “있지요”로 고쳐씁니다. “있지요”라 해야 올바릅니다. 아니, 군더더기를 말끝에 붙일 일이 없습니다. 어린이가 읽는 문학이면서 어린이가 말을 배우는 동시인 만큼, 우리 어른은 말마디 하나에도 더 꼼꼼히 마음을 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12.1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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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그치는 비인 줄 / 잠자리 떼가 먼저 안다 … 잿빛 구름 하늘 가득 덮어도 / 해는 있지요 / 장맛비 하루 내내 오는 날도 / 해는 어딘가에 있지요


‘회색(灰色)’이라 하지 않고 ‘잿빛’으로 적은 대목이 반갑습니다. ‘진종일(盡終日)’은 ‘하루 내내’나 ‘온 하루’로 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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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35) 것 59

아클레토르페 씨 말이 맞아요. 안 좋은 일이 생긴 게 분명해요
《알레산드로 가티/김현주 옮김-나쁜 회사에는 우리 우유를 팔지 않겠습니다》(책속물고기,2014) 17쪽

 안 좋은 일이 생긴 게 분명해요
→ 안 좋은 일이 생겼어요
→ 안 좋은 일이에요
→ 틀림없이 안 좋은 일이 생겼어요
→ 틀림없이 안 좋은 일이에요
 …


  말짜임이 엉성하다 보니 ‘것’을 넣어서 앞뒤를 잇습니다. 말짜임을 찬찬히 추스르면 “틀림없이 안 좋은 일이 생겼어요”처럼 적습니다. 이 보기글과 비슷한 꼴로 “안 좋은 일이 생긴 게 확실해요”나 “안 좋은 일이 생긴 게 맞아요”처럼 쓰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보기글도 “틀림없이(확실히) 안 좋은 일이 생겼어요”나 “맞아, 안 좋은 일이 생겼어요”처럼 바로잡습니다. 4347.12.1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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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클레토르페 씨 말이 맞아요. 틀림없이 안 좋은 일이 생겼어요

“아클레토르페 씨의 말”이 아닌 “아클레토르페 씨 말”처럼 적은 대목이 반갑습니다. 한국말에서는 이처럼 ‘-의’를 안 넣습니다. ‘분명(分明)해요’는 ‘틀림없어요’로 손볼 낱말인데, 이 보기글에서는 이 말마디를 앞쪽으로 옮겨서 ‘틀림없이’로 다시 손볼 만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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