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40) ‘해’와 ‘햇살’ (떠오르는 햇살 위)
곧 떠오르는 햇살 위로 펄떡펄떡 힘차게 뛰어오르는 잉어 한 마리가 그려졌지
《김소연·이승원-소원을 말해 봐》(비룡소,2014) 23쪽
떠오르는 햇살 위로
→ 떠오르는 해를 보며
→ 떠오르는 해와 함께
→ 떠오르는 해님처럼
…
아침에 해가 뜹니다. 저녁에 해가 집니다. 뜨고 지는 별은 ‘해’입니다. 해를 두고 ‘해님’이라 하기도 합니다. ‘해님’이라 할 적에는 해를 섬기는 뜻과 해를 가까이 여기려는 마음이 함께 깃듭니다.
해가 뜨면 ‘햇살’이 퍼집니다. 해가 뜨면서 ‘햇빛’이 온누리를 비춥니다. 해가 뜰 적에 ‘햇볕’이 지구별을 골골샅샅 따스하게 내리쬡니다.
“햇살이 뜬다”라든지 “햇빛이 뜬다”라든지 “햇볕이 뜬다”고 할 수 없습니다. 햇살은 ‘퍼진다’거나 ‘드리운다’거나 ‘뻗는다’고 합니다. 햇빛은 ‘비춘다’거나 ‘밝힌다’고 합니다. 햇볕은 ‘쬔다’거나 ‘내리쬔다’거나 ‘따뜻하게 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살·빛·볕’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보기글을 보면 “떠오르는 햇살”처럼 적습니다. 잘못 적었습니다. 햇살은 떠오를 수 없습니다. 해가 뜨면서 퍼지는 빛줄기를 가리켜 ‘햇살’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어린이가 읽는 그림책에 이처럼 한국말을 잘못 적으면, 이 그림책을 읽는 어른과 아이는 한국말을 엉뚱하게 받아들입니다. 잘못된 말마디를 깨닫고는 이 대목을 지운 다음 바로잡는 슬기로운 어버이가 있을 수 있지만, 잘못된 말마디인지 모르는 채 그냥 읽는 어버이가 퍽 많습니다. 책에 적힌 말투이기 때문에 ‘책에 적힌 말투가 틀리겠느냐?’ 하고 잘못 생각하는 어버이도 꽤 많습니다.
이 보기글을 더 살피면, “햇살 위로”라 하는데, “떠오르는 햇살”을 “떠오르는 해”로 바로잡더라도 이래저래 얄궂습니다. 왜냐하면, 그림에 나오는 잉어 한 마리는 해보다 높은 위쪽으로 뛰어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잉어가 해보다 위로 뛰어오른다고 여길 수 있을 테지만, 잉어는 “해를 보며” 뛰어오른다고 해야 맞습니다. 잉어는 “해와 함께” 뛰어오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는, 잉어는 “해처럼” 뛰어오른다고 할 만합니다. 4347.12.1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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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떠오르는 해를 보며 펄떡펄떡 힘차게 뛰어오르는 잉어 한 마리를 그렸지
“한 마리가 그려졌지”는 “한 마리를 그렸지”나 “한 마리가 나타났지”로 바로잡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