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07) -의 : 우리 존재의 신비
우리 존재의 신비를 탐색하고 연구하여 이해할 방법들이 아예 없는 것일까? 그래서 얻은 이해로 우리의 이성理性과 현대 과학에서 얻은 우주에 관한 지식을 아울러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일까
《디팩 초프라/이현주 옮김-우주 리듬을 타라》(샨티,2013) 20쪽
우리 존재의 신비를 탐색하고
→ 신비로운 우리 넋을 살피고
→ 놀라운 우리 숨결을 살펴보고
…
우리는 모두 놀라운 목숨이라고 합니다. 몸과 마음은 모두 놀라운 숨결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놀라운지 찾아보고 살피면서 헤아릴 수 있으면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누구나 슬기롭게 깨달으리라 봅니다. 내가 나를 살피면서 슬기로운 넋이 되고, 나를 둘러싼 온누리를 헤아리면서 똑똑하고 올곧은 얼이 됩니다. 두 가지를 아울러 보듬으면서 튼튼하고 사랑스러운 삶으로 거듭납니다.
이 보기글을 보면 ‘존재’나 ‘신비’ 같은 한자말하고 ‘-의’를 섞습니다. 이밖에 ‘탐색·연구·이해·방법·이성·만족’ 같은 한자말을 잇달아 적습니다. 마음이나 넋이나 얼을 깊이 헤아리자면 이러한 한자말만 써야 한다고 여기는 분이 많지 싶습니다. 그러면, 이런 한자말이 일본을 거쳐 들어온 요 백 해 안팎이 아닌, 이백 해 앞서 오백 해 앞서 이 땅에서 살던 사람은 생각을 깊이 못 했을까 궁금합니다. 천 해나 이천 해 앞서 이 땅에서 생각을 주고받던 사람은 넓거나 깊게 헤아리는 숨결이 아니었을까 궁금합니다.
길은 길을 찾으려는 사람이 찾습니다. 말은 말을 살피려는 사람이 살핍니다. 이웃과 생각을 슬기롭게 나누려 하면 슬기로운 빛이 밝습니다. 동무와 마음을 사랑스레 나누려 하면 사랑스러운 꿈이 자랍니다. 4347.12.1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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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우리 숨결을 찾아보고 살펴서 깨달을 길이 아예 없을까? 이렇게 깨달은 슬기와 현대 과학에서 얻은 우주 지식을 아울러 채울 수 없을까
‘신비(神秘)’는 ‘놀라움’으로 손보고, ‘탐색(探索)하고’는 ‘찾고’나 ‘찾아나서고’나 ‘찾아보고’로 손보며, “연구(硏究)하여 이해(理解)할 방법(方法)들이”는 “살펴보고 깨달을 길이”로 손봅니다. “아예 없는 것일까”는 “아예 없을까”로 손질하고, “그래서 얻은 이해로”는 “이렇게 깨달은 슬기로”로 손질합니다. “우리의 이성理性과”는 이 대목에서 “우리 슬기와”로 손질해야 제대로 어울리지 싶습니다. “우주에 관(關)한 지식”은 “우주 지식”이나 “우주를 다루는 지식”이나 “우주에 얽힌 지식”으로 다듬고, “만족(滿足)시킬 수 없는 것일까”는 “채울 수 없는가”나 “누릴 수 없을까”로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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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08) -의 : 계절의 영향
계절의 영향을 크게 받아서 겨울이면 의기소침해지는 사람도 밝은 햇볕을 쬐면 기분이 훨씬 좋아진다. 계절의 변화는 사람 몸뿐 아니라 나무, 꽃, 나비, 박테리아 등 지구의 모든 생물체에 생화학적 영향을 미친다
《디팩 초프라/이현주 옮김-우주 리듬을 타라》(샨티,2013) 52쪽
계절의 영향을 크게 받아서
→ 계절이 크게 영향을 끼쳐서
→ 철에 따라 크게 달라져서
계절의 변화는
→ 철이 바뀌면
→ 철이 바뀔 적에
…
한국말은 ‘철’이고, 한자말은 ‘季節’입니다. 한글로 적더라도 ‘계절’은 한국말이 아닙니다. ‘season’을 한글로 ‘시즌’으로 적는다고 하더라도 ‘시즌’은 한국말이 아닌 영어입니다. 다 다른 나라에서 다 다르게 쓰는 말입니다. 오늘날에는 학교와 사회와 문학에서 한자말 ‘계절’을 익숙하게 쓸 수 있지만, 한국말은 예나 이제나 ‘철’입니다. 그러나, 한국말이라 하더라도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안 쓰면 오히려 한국말이 낯섭니다. 한국말이 아닌 외국말이라 하더라도 한국사람이 외국말을 자꾸 쓰고 거듭 쓰면 도리어 외국말이 익숙합니다. “계절의 영향”이나 “계절의 변화”처럼 글을 쓰는 까닭은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서 살기 때문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한자말 ‘계절’이나 ‘영향’을 그대로 두더라도 “계절이 크게 영향을 끼쳐서”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계절의 변화”는 “계절이 변화하면”처럼 적을 수 있을 테지요. 토씨 ‘-의’를 알맞게 다스릴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어떤 낱말을 어떻게 쓰는지 제대로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4347.12.1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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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에 따라 크게 달라져서 겨울이면 축 처지는 사람도 포근한 햇볕을 쬐면 마음이 훨씬 좋아진다. 철이 바뀌면 사람 몸뿐 아니라 나무, 꽃, 나비, 박테리아 같은 지구별 모든 목숨이 골고루 달라진다
‘의기소침(意氣銷沈)해지는’은 ‘풀이 죽는’이나 ‘축 처지는’으로 손질합니다. 햇볕은 따뜻한 기운이기에 ‘밝은 햇볕’처럼 쓰지 못합니다. “따순 햇볕”이나 “따뜻한 햇볕”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밝은’을 넣으려면 “밝은 햇빛”처럼 적어야 합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겨울철에 따뜻하게 내리쬐는 볕을 가리키니 “포근한 햇볕”으로 적어야 알맞습니다. ‘기분(氣分)’은 ‘마음’으로 손보고, ‘등(等)’은 ‘같은’으로 손보며, “지구의 모든 생물체(生物體)”는 “지구별 모든 목숨”으로 손봅니다. ‘생화학적(生化學的)’은 ‘골고루’나 ‘두루’로 다듬고, “영향(影響)을 미친다”는 “바꾼다”나 “달라지게 한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