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05. 빛과 빛살



  빛이 한 줄기 퍼질 적에 문득 눈길이 갑니다. 빛이 퍼지는 곳을 바라봅니다. 내 눈은 저절로 빛으로 끌립니다. 아침에 동이 트면서 햇살이 곱게 스며들 적에는 아침햇살로 눈길이 가고, 저녁에 달빛이 드리울 적에는 달빛으로 눈길이 갑니다. 어두운 곳에서 길을 찾을 적에도 밝은 곳을 살핍니다.


  해는 우리한테 빛과 볕과 살을 베풉니다. 빛으로 빛깔을 느끼고 볕으로 따스함을 누리며 살로 기운을 찾습니다. 글을 읽으면 어두운 곳에서도 소리로 듣고, 노래를 부르면 캄캄한 곳에서도 가슴으로 주고받는데, 사진은 밝은 곳에 있지 않는다면 나누지 못합니다. 어두운 곳에서도 사진을 찍기는 하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사진을 볼 수 없습니다. 사진은 ‘찍기’와 ‘읽기’를 함께 할 때에 이루는 만큼, 사진으로 나아가자면 밝은 데를 볼밖에 없다고 할 만합니다. 더욱이, 우리가 먹는 모든 밥은 빛과 볕과 살을 받아서 태어납니다. 우리가 마시는 물과 바람도 빛과 볕과 살을 받아서 싱그럽습니다.


  우리 몸은 무엇일까요. 우리 몸은 우리가 먹은 대로 이루어질 테니, 우리가 먹는 밥은 햇빛과 햇볕과 햇살이 있어 얻는다면, 우리 몸도 빛과 볕과 살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 몸도 조그마한 해님이라고 하면 될까요.


  고기밥을 즐기는 사람 몸에서는 고기 냄새가 납니다. 풀밥을 즐기는 사람 몸에서는 풀 냄새가 납니다. 물고기를 만진 손에서는 비린내가 납니다. 풀을 뜯은 사람 손에서는 풀내가 납니다.


  빛을 보려면 온몸이 빛이어야지 싶습니다. 스스로 빛을 만지고 다룰 때에 빛을 보리라 느낍니다. 그림자를 보려면 온몸이 그림자여야지 싶습니다. 스스로 그림자가 되고 그늘에 깃들면서 어두운 곳에 있어야 그림자도 그늘도 어두움도 보리라 느낍니다.


  빛을 찍지만 빛만 찍지는 않는 사진입니다. 빛과 어두움이 고루 어우러지지만, 빛과 어두움 두 가지로만 이루지는 않는 사진입니다. 빛은 어디에서 나오고, 빛줄기와 빛살과 빛결을 어떻게 가눌 만할까요. 날마다 사진을 찍더라도 늘 스스로 되묻습니다. 내 빛과 내 빛줄기와 내 빛살과 내 빛결은 어디에서 태어나 어디로 흐르는지 스스로 묻고 생각합니다. 지나치면 아무것도 없지만, 지나치지 않고 발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보면 들꽃과 들풀은 늘 나한테 빛이 되고 빛살이 됩니다. 지나치면 그저 지나치며 아무 이야기가 없지만, 지나치지 않고 가만히 서서 살펴보면 모든 이야기는 바로 내가 끌어내는 줄 알아차립니다. 4347.12.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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