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39) 새끼 (새끼 제비·제비 새끼)


제비집에 제비 새끼 다섯 마리 / 엄마가 먹이 찾아 / 나가 있을 때

《고은-차령이 뽀뽀》(바우솔,2011) 12쪽


 제비 새끼 다섯 마리

→ 새끼 제비 다섯 마리

→ 어린 제비 다섯 마리

→ 새끼 다섯 마리

 …



  ‘새끼’는 “낳은 지 얼마 안 되는 어린 짐승”을 가리키는데, “어떤 사람을 깎아내리며 이르는 말”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짐승을 가리키면서 쓰는 ‘새끼’이지만 잘 가려서 쓰지 않으면 “남을 깎아내리는 말”이 됩니다. 예부터 집안 어른이나 마을 어른은 아이가 말을 옳고 바르게 쓰도록 이끌면서 ‘새끼’라는 낱말도 제대로 추스르라고 일렀습니다. 이를테면,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어린이문학 가운데 하나인 ‘미운 오리 새끼’를 꼽을 만한데, 집안 어른이나 마을 어른은 ‘오리 새끼’라 말하지 않습니다. ‘새끼 오리’라 말합니다. 그러니까, ‘미운 새끼 오리’처럼 이름을 붙여서 이야기해야 옳고 바릅니다.


 미운 새끼 오리 (o)

 미운 오리 새끼 (x)


  개가 새끼를 낳으면 ‘새끼 개’라 합니다. 소가 새끼를 낳으면 ‘새끼 소’라 합니다. 염소가 새끼를 낳으면 ‘새끼 염소’라 하고, 토끼가 새끼를 낳으면 ‘새끼 토끼’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지 않고 ‘개 새끼·소 새끼·염소 새끼·토끼 새끼’처럼 말하면, 어린 짐승을 가리키는 이름이 아니라 남을 깎아내리는 말이 됩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줄 만한 어른이 잘 안 보입니다. 여느 살림집이든 학교이든, 아이한테 한국말을 제대로 가르칠 만한 어른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글을 쓰는 일을 하는 시인이나 소설가나 동화작가나 기자도 한국말을 올바로 가누지 못합니다.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이름이 올바르지 않다고 따지면서 이런 이름을 바로잡으려고 하는 어른이 얼마나 있을까요.


  어린 개는 ‘강아지’라 하든 ‘새끼 개’라 해야 합니다. ‘개 새끼’라 하면 그만 남을 깎아내리는 말이 되고 말아요. ‘새끼’라는 말마디는 짐승이름 앞에 넣어야 합니다. 짐승이름 뒤에 넣으면 안 됩니다.


 새끼 토끼 (o)

 토끼 새끼 (x)


  한국말사전에서 ‘새끼’라는 낱말을 찾아보면 보기글로 “토끼 새끼”를 싣습니다. 한국말사전을 엮는 학자부터 한국말을 잘못 다룬 셈입니다. 한국말사전을 뒤적여서 한국말을 배우려는 사람은 한국말을 엉터리로 배울 수 있습니다.


  뭍짐승뿐 아니라 물고기한테도 이와 같고, 꽃이나 풀이나 나무한테도 이와 같습니다. ‘새끼 물고기’라 말해야 올바릅니다. ‘물고기 새끼’가 아닙니다. ‘새끼 나무’라 하거나 ‘어린나무’라 해야 올바릅니다. ‘나무 새끼’나 ‘나무 어린이’가 아닙니다. ‘어미나무’가 씨앗을 맺어 떨구면, 이 씨앗이 흙에 깃들어 싹이 트면서 조그맣게 나무가 자라요. 이런 나무를 가리켜 ‘어린나무’라 합니다.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을 살펴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어린이·늙은이’는 “어린 사람·늙은 사람”을 가리킵니다. “사람 어린·사람 늙은”처럼 쓰지 않습니다. 새끼인 개나 새끼인 토끼이기에 ‘새끼 개·새끼 토끼’입니다.


  제비가 낳은 알에서 깨어나는 새끼는 ‘새끼 제비’입니다. 동시이든 동화이든 여느 자리에서 으레 하는 말이든, 어른이라면 아이한테 한국말을 옳고 바르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여느 살림집뿐 아니라 학교와 마을과 사회에서도 ‘새끼’를 일컫는 이름을 올바르게 추슬러야 합니다. 4347.12.7.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제비집에 새끼 제비 다섯 마리 / 어미가 먹이 찾아 / 나갔을 때


‘엄마’는 ‘어미’로 바로잡습니다. 짐승을 사람한테 빗대어 ‘엄마 아빠’처럼 쓸 수도 있다 할 테지만, ‘엄마 아빠’는 아기말입니다. 아이가 자라면 ‘어머니 아버지’로 고쳐서 써야 올바릅니다. 짐승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는 ‘어미’라는 낱말을 씁니다. “나가 있을”은 “나갔을”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양물감 2014-12-07 12:4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저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이 글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얼마전 인터파크에 올린 글이 금칙어에 걸려 비공개처리되었어요. 그때 무슨 단어가 금칙어인지를 알려주지않아 혼자서 이 글자 저 글자 삭제해봤어요. 새끼 라는 낱말도 삭제했지요. 그래도 금칙어가 풀리지않아서 문의를 하니 `바다이야기`가 금칙어였답니다 ㅠㅠ

숲노래 2014-12-07 12:51   좋아요 0 | URL
네, 그래요. `바다 이야기`란
바다를 널리 헤아리는 이야기일 뿐인데,
참으로 이상스러운 어른들 때문에
`들 이야기`나 `숲 이야기`와 같은 `바다 이야기`를
제대로 못 나누고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