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47) 재再- 6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린 우리 강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대해 말씀을 나눠 보겠습니다. 4대강, 재자연화가 가능할까요
《박창근,이원영-4대강 사업과 토건 마피아》(철수와영희,2014) 84쪽
재자연화가 가능할까요
→ 다시 자연으로 돌릴 수 있을까요
→ 다시 자연이 될 수 있을까요
→ 다시 살릴 수 있을까요
→ 되살릴 수 있을까요
→ 되돌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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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자연화’라는 한국말은 없습니다. 지식인이 아무렇게나 지은 한자말입니다. 한국 지식인이 엉성하게 지은 일본 한자말입니다.
한국사람은 ‘再자연’이든 ‘자연化’이든 안 씁니다. 자연이 되어야 한다면 “자연 되기”라 할 뿐이고, 다시 자연이어야 한다면 “다시 자연”이라 할 뿐입니다.
이 보기글을 보면, 망가진 냇물을 살리는 길을 살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냇물 살리기”가 ‘재자연화’인 셈입니다. “자연으로 돌리다”나 “자연이 되다”처럼 풀어낼 수 있지만, 이보다는 “다시 살리다”나 “되살리다”나 “되돌리다”처럼 거듭 풀어낼 적에 비로소 제 뜻과 느낌이 살아나리라 생각합니다. 4347.12.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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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린 우리 강을 어떻게 살릴는지 말씀을 나눠 보겠습니다. 4대강, 되살릴 수 있을까요
“살릴 것인가에 대(對)해”는 “살릴는지”나 “살리는 이야기”나 “살릴 수 있는가를 놓고”로 다듬습니다. ‘가능(可能)할까요’는 ‘될까요’나 ‘이루어질까요’로 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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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30) 재再- 5 : 재인식
진정한 만남이란 자신이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무엇인가를 다시 알아보고 재인식하는 것과 같은 묘한 체험입니다
《김은영-캠프힐에서 온 편지》(知와 사랑,2008) 285쪽
다시 알아보고 재인식하는
→ 다시 알아보고 다시 느끼는
→ 다시 알아보고 느끼는
→ 다시 알아보고 깨닫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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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말 ‘재인식’은 “다시 인식”을 뜻합니다. 그러니, 이 보기글처럼 “다시 알아보고 재인식하는”처럼 적으면 어딘가 얄궂습니다. 아니, 겹말이라고 할 만합니다. “다시 알아보고”처럼 적었으면 “다시 알아보고 인식하는”처럼 적을 노릇입니다.
그런데, 한자말 ‘인식(認識)’은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여 앎”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인식하는’은 ‘아는’을 가리키는 셈이요, 이 보기글은 “다시 알아보고 다시 아는”처럼 이야기를 풀어낸 셈입니다.
같은 낱말을 되풀이하면서 글을 쓸 수도 있지만, 이 자리에서는 “다시 알아보고 느끼는”이나 “다시 알아보고 깨닫는”이나 “다시 알아보고 돌아보는”처럼 앞뒤에 다른 낱말을 넣어서 뜻이나 느낌을 살리면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4347.12.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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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운 만남이란 내가 잊어버렸던 그 무엇인가를 다시 알아보고 느끼는 듯한 새로운 일입니다
참된 만남이란 내가 잊어버렸던 무엇인가를 다시 알아보고 느끼 듯이 새롭습니다
‘진정(眞正)한’은 ‘참된’이나 ‘참다운’으로 다듬고, “잊어버리고 있었던”은 “잊어버렸던”으로 다듬으며, “재인식(再認識)하는 것과 같은”은 “다시 느끼는 듯한”이나 “다시 깨닫는”으로 다듬습니다. “묘(妙)한 체험(體驗)입니다”는 “새로운 일입니다”나 “새롭습니다”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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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176) 재再- 4
대부분의 자연식품 상점은 자신들이 제공한 백을 재사용하는 고객들에게
《그레그 혼/조원범,조향 옮김-Living Green》(사이언스북스,2008) 137쪽
재사용하는 고객들에게
→ 다시 쓰는 손님한테
→ 되가져오는 손님한테
→ 가져와서 쓰는 손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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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에 안 실린 ‘재사용’이라는 한자말이지만, ‘재활용(再活用)’이라는 한자말과 함께 두루 쓰이는구나 싶습니다. ‘再’를 앞에 붙인 두 한자말 ‘재사용·재활용’인데, 한자 말풀이 그대로 ‘다시 사용’하거나 ‘다시 활용’하는 일을 가리켜요. ‘사용’이나 ‘활용’이란 ‘씀/쓰기’를 가리키는 만큼, 두 낱말이 쓰이는 자리는 모두 “다시 쓰기”나 “되쓰기”나 “거듭 쓰기”나 “되살리기”처럼 알맞게 풀어내어 쓰면 뜻과 느낌이 또렷합니다. 쉽고 즐겁게 한국말로 이야기를 나누면 됩니다. 4341.9.5.쇠/4347.12.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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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자연식품 가게는 이곳에서 마련한 가방을 다시 쓰는 손님한테
‘대부분(大部分)의’는 ‘거의 모든’으로 손질하고, ‘상점(商店)’은 ‘가게’로 손질하며, ‘자신(自身)들이’는 ‘저희가’나 ‘이곳에서’로 손질합니다. ‘제공(提供)한’은 ‘준’이나 ‘마련한’ 으로 손보고, ‘백(bag)’은 ‘가방’이나 ‘주머니’로 손보며, ‘고객(顧客)’은 ‘손님’으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