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347) 그래서 1


속속 뉴스게릴라가 되어 뉴스를 쏘아 올렸다. 창간 후 6개월 동안은 주간지로 하겠다는 창간준비호 때의 계획은 그래서 창간호부터 일간지로 바뀌었다

《오연호-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2004) 33쪽


 창간준비호 때의 계획은 그래서 창간호부터

→ 창간준비호 때 세운 계획은 첫호부터

→ 그래서 창간준비호 때 계획은 첫호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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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이으려고 이음씨를 씁니다. 이음씨는 글월과 글월을 잇습니다. 토씨는 낱말과 낱말을 잇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쓰는 한국말을 학교에서 제대로 못 가르치거나 안 가르칩니다. 학교에서 제대로 배울 수 없더라도 사람들 스스로 한국말을 제대로 익히려 하지 않습니다. 잘못 배우거나 길든 말투를 바로잡거나 고치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 보기글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잘못 쓰는 말투는 ‘잘못’인 만큼 ‘잘’ 쓰도록 가다듬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잘못된 곳이 있으면 ‘잘’ 되도록 바로잡거나 고치도록 애써야 옳듯, 우리가 주고받는 말마디에서 잘못 쓴 곳이 있으면 ‘잘’ 쓰도록 다듬으면서 말을 새롭게 배워야 옳습니다.


  말이나 글은 왜 잘못 쓸까요?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도 할 테지만,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사람 스스로 제대로 살핀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잘못 쓰는 말이나 글이란 무엇일까요? 처음 잘못 쓰던 때에 곁에서 바로잡아 주거나 올바로 이끈 어른이나 이웃이 없었기 때문에, 그만 ‘잘못 쓰는 말이나 글’이 몸에 익습니다. 말버릇이나 글버릇이 됩니다. 말버릇이나 글버릇으로 ‘잘못 쓰는 말이나 글’이 굳으면, 그만 이 버릇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버릇으로 굳은 뒤에는, 둘레에서 아무리 이 ‘잘못 쓰는 말이나 글’을 밝히거나 짚거나 따지거나 알려주어도, 사람들 스스로 못 고치거나 못 바꿉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사회에서 잘못된 곳이 안 바뀌는 까닭도 사람들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을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잘못을 바로잡을 마음이 있다면, 사회나 경제나 법이나 언론에서 잘못된 모습을 낱낱이 살피고 돌아보면서 바로잡을 테지요. 옳고 바른 길을 가려는 마음이 있다면, 문화와 예술과 교육이 옳고 바른 길로 가도록 힘을 쓸 테고, 이렇게 힘을 쓸 줄 아는 사람은 ‘그동안 잘못 쓴 말과 글’을 날마다 새롭게 살피고 배우면서 ‘내 말씨를 나 스스로 가꾸는 길’을 씩씩하게 가리라 봅니다.


  ‘잘 쓰는 말’이라 할 적에는, 익숙하게 굳은 말버릇을 그대로 쓸 적에 참 아름답습니다. ‘잘못 쓰는 말’이라 할 적에는, 아무리 오랫동안 익숙하게 굳은 말버릇이라 하더라도 앞으로 언제가 되든 꼭 바로잡거나 고쳐야 비로소 아름답습니다.


  고칠 말은 고쳐야 합니다. 고칠 사회 얼거리는 고쳐야 합니다. 아름답게 세울 말은 아름답게 세워야 합니다. 아름답게 가꿀 삶은 아름답게 가꾸어야 합니다. 4337.8.31.불/4347.1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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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달아 뉴스게릴라가 되어 새 글을 쏘아 올렸다. 처음 여섯 달 동안은 주간지로 하겠다는 창간준비호 때 계획은 바아흐로 첫호부터 일간지로 바뀌었다


‘속속(續續)’은 ‘잇달아’나 ‘꾸준히’로 손봅니다. ‘뉴스(news)’는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새 글’로 손볼 수 있습니다. “창간(創刊) 후(後) 6개월(六個月)”은 “처음 여섯 달”이나 “첫호부터 여섯 달”로 손질하고, “창간준비호 때의 계획”은 “창간준비호 때 계획”이나 “창간준비호 때 세운 틀”로 손질하고 ‘창간호(創刊號)’는 ‘첫호’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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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686) 그래서 3


불량 연필 장사를 하면서 하는 전국 자전거 여행은 그래서 나의 꿈과 이상으로만 남게 되었다

《자전거가 있는 풍경》(아침이슬,2007) 149쪽


 여행은 그래서 꿈으로만 남게 되었다

→ 그래서 여행은 꿈으로만 남았다

→ 여행은 꿈으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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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는 이음씨입니다. 이음씨는 글월과 글월을 잇습니다. 글월 사이에 불쑥 끼어들 수 없어요. 입으로 누군가하고 말할 때 살짝 뜸을 들이면서, “전국 자전거 여행은 ……” 하고 쉬었다가 말할 때에는 ‘그래서’든 다른 이음씨든 넣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글을 쓸 적에는 이렇게 할 수 없습니다. 글을 쓰면서 이음씨를 아무 곳에나 불쑥 넣으면, 외려 글이 뚝 끊어지고 글짜임이 엉성합니다.


  이 보기글을 더 들여다보면, ‘그래서’라는 이름씨를 굳이 글월 사이에 넣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를 넣지 않아도 글쓴이가 들려주려는 이야기는 또렷합니다. 꼭 넣어야 하면, 맨 앞에 넣어야 합니다. 4340.1.22.달/4347.1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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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연필 장사’를 하면서 하는 전국 자전거 여행은 내 꿈으로만 남았다


‘불량(不良)’은 ‘나쁜’으로 고쳐씁니다. ‘꿈’도 말하고 ‘이상(理想)’도 말할 수 있지만, 이 자리에서는 ‘꿈’ 하나만 적으면 넉넉하지 싶습니다. ‘꿈’과 ‘이상’은 똑같은 뜻으로 쓴 낱말인 셈입니다. ‘나의’는 ‘내’로 바로잡습니다. “남게 되었다”는 “남았다”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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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750) 그래서 4


그가 4·19의 의의를 십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안고 있는 한계에 대해 냉정하리만치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정창교-마이너리티의 희망노래》(한울림,2004) 44쪽


 그가 … (그렇게) 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 그가 … (그렇게) 하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

→ 그가 … (그렇게) 하는 까닭도 그렇기 때문이다

→ 그래서 그는 … (그렇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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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음씨로 쓰는 ‘그래서’는 글월 앞쪽에 놓습니다. 글월 사이에는 들어갈 수 없고, 이 보기글처럼 글월 맨 뒤에 넣어 글을 마무리할 수도 없습니다. 글월 맨 뒤를 “그 때문이다”나 “그렇기 때문이다”로 마무리하거나 ‘그래서’를 글월 맨 앞으로 돌려야 합니다. 4340.8.1.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래서 그는 4·19 참뜻을 넉넉히 헤아리면서도 한계를 차분하리만치 따진다

그래서 그는 4·19 참뜻을 모두 헤아리면서도 한계를 차가우리만치 따진다


“4·19의 의의(意義)”는 “4·19 뜻”이나 “4·19 참뜻”으로 손봅니다. ‘십분(十分)’은 ‘넉넉히’나 ‘모두’로 손질하고, “한계에 대(對)해”는 “한계를”로 손질하며, ‘냉정(冷靜)하리만치’는 ‘차분하리만치’로 손질합니다. 그런데 ‘냉정(冷情)’이라는 한자로 쓴 보기글이라면 ‘차가우리만치’로 손질합니다. “비판적(批判的)인 입장(立場)을 견지(堅持)하는 것도”는 “비판하는 까닭도”로 다듬을 만한데, 이 보기글에서는 “옳고 그름을 따진다”나 “따진다”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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