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582)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두 개였던 고민 덩어리가 좀 더 커진 한 덩어리가 되었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김은식-장기려, 우리 곁에 살다 간 성자》(봄나무,2006) 86쪽


 되었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되었다 뿐이다

→ 되었을 뿐이다

→ 되었다 뿐, 더도 덜도 아니다

→ 되었을 뿐, 이도 저도 아니다

 …



  한자말 ‘이상(以上)’은 더 많을 때를 가리키고, ‘이하(以下)’는 더 적을 때를 가리킵니다. 한자말 ‘이상’과 ‘이하’를 쓰고 싶으면 쓸 일이지만, 많으면 ‘많다’ 하면 되고, 넘치면 ‘넘친다’ 하면 되며, 높으면 ‘높다’ 하면 되고, 위이면 ‘위’라 하면 됩니다. 적으면 ‘적다’ 하면 되고, 모자라면 ‘모자라다’ 하면 되며, 낮으면 ‘낮다’ 하고, 아래이면 ‘아래’라 하면 될 뿐입니다.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됩니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는 무엇을 가리킬까요? “크지도 작지도 않다”는 뜻일 테지요. 그러니, 처음부터 이 뜻대로 적어야 알맞고 쉬우며 바릅니다. 때와 곳에 따라 “많지도 적지도 않다”라든지 “높지도 낮지도 않다”라든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다”로 적을 수 있습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더도 덜도 아니다”나 “이도 저도 아니다”로 손질하면 잘 어울리고, 아예 이런 말 저런 말 모두 털어도 됩니다. 4339.7.8.흙/4347.12.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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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었던 걱정덩어리가 좀더 커진 한 덩어리가 되었다 뿐이다


“두 개(個)였던 고민(苦悶) 덩어리”는 “둘이었던 걱정덩어리”나 “둘이었던 근심덩어리”로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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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799) 애로사항


수련의 4년차인 의국장을 먼저 만나 그쪽 입장도 들어 보고 간호사들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거나 항의를 하여 문제를 풀어 나갔다

《안재성-김시자 평전, 부르지 못한 연가》(삶이보이는창,2006) 28쪽


 애로사항을 전달하거나

→ 힘든 대목을 알려주거나

→ 어려움을 말하거나

→ 고쳤으면 하는 얘기를 들려주거나

 …



  한자말 ‘애로(隘路)’는 “(1) 좁고 험한 길 (2) 어떤 일을 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을 가리키고, ‘사항(事項)’은 “일의 항목이나 내용”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나 “좁고 거친 길”을 가리켜 ‘애로’라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좁고 거친 길”은 그저 “좁고 거친 길”이라 할 뿐입니다.


  어떤 일을 할 적에 걸림돌(장애)이 된다면 ‘걸림돌’이라 말합니다. 걸림돌이 있다면 어렵거나 힘들다는 뜻이니 ‘어렵다’나 ‘힘들다’라 말하기도 합니다. 어렵거나 힘들다면, 이러한 대목을 바로잡거나 고치기를 바라는 만큼 ‘고쳤으면 하는’ 일이나 ‘바로잡기를 바라는’ 일이라고도 말합니다.


 그 도로의 남쪽 끝은 암벽으로 이루어진 애로가 되어 

→ 그 길 남쪽 끝은 바윗돌로 이루어져 좁고 거칠어

 애로가 많다

→ 많이 어렵다

→ 많이 힘들다

 덕유산까지 들어가기엔 적잖은 애로가 있었다

→ 덕유산까지 들어가기엔 적잖이 어려웠다

→ 덕유산까지 들어가기엔 적잖이 힘들었다


  ‘힘들다’와 ‘어렵다’를 쓰면 되고, 때와 곳에 따라서는 ‘고단하다’나 ‘고되다’를 쓸 수 있습니다. ‘고칠 대목’이나 ‘바꿀 곳’처럼 쓸 수도 있습니다. 웃자리에 있는 이들은 으레 “애로사항이 있으면 건의하라”고 말합니다. 이때에는 “힘든 일이 있으면 말하라”로 고쳐서 말해야지 싶습니다. “일하며 어려운 대목은 말하라”로 고쳐서 말해야지 싶어요. 4341.2.16.흙/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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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의 네 해째인 의국장을 먼저 만나 그쪽 생각도 들어 보고 간호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알려주거나 따지며 일을 풀어 나갔다


‘4년차(四年次)인’는 ‘네 해 된’이나 ‘네 해째 일하는’이나 ‘네 해째인’으로 손보고, ‘입장(立場)’은 ‘생각’으로 손보며, ‘전달(傳達)하거나’는 ‘알려주거나’로 손봅니다. “항의(抗議)를 하며”는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따지며”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문제(問題)를 풀어”도 그래도 둘 만하지만 “일을 풀며”나 “말썽을 풀며”로 손질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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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491) 행복지수가 올라가다


한 가지의 최고만이 아닌 백 가지의 최선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면, 분명 ‘우리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그만큼 올라갈 겁니다

《안재구,안영민-아버지 당신은 산입니다》(아름다운사람들,2003) 48쪽


 행복지수는 그만큼 올라갈 겁니다

→ 그만큼 더 행복해집니다

→ 그만큼 더 즐겁습니다

→ 그만큼 더 즐거울 수 있습니다

 …



  ‘지수(指數)’는 “물가나 임금 따위와 같이, 해마다 변화하는 사항을 알기 쉽도록 보이기 위해 어느 해의 수량을 기준으로 잡아 100으로 하고, 그것에 대한 다른 해의 수량을 비율로 나타낸 수치”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행복지수’라 한다면, ‘행복(幸福)’을 그림표로 그려서 숫자로 크기를 나타내는 셈이리라 봅니다.


  아마, 즐거움이나 기쁨도 숫자로 크기를 나타낼 수 있을 테지요. 그런데, 이 보기글은 “한 가지 최고”가 아닌 “백 가지 최선”을 말합니다. 한 가지만 빼어나게 잘하기보다 여러 가지를 골고루 즐길 수 있는 삶을 말합니다. 여러 가지를 골고루 즐기는 삶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글에서 ‘행복지수’와 같은 숫자놀이를 빗대어 말해야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예나 이제나 우리 겨레는 “빨래하기 좋은 날”이라든지 “집 옮기기 좋은 날”이라든지 “나들이하기 좋은 날”이라든지 “자전거 타기 좋은 날”이라든지 “김매기 좋은 날”이라든지 “김장하기 좋은 날”처럼 말합니다. 좋으면 좋다고 말합니다. 즐거우면 즐겁다고 말합니다.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기쁘면 기쁘다고 말합니다.


  ‘행복지수가 올라간다’가 아니라 ‘한결 즐겁다’입니다. ‘더 기쁘다’입니다. ‘아주 즐겁다’요 ‘매우 기쁘다’입니다. ‘활짝 웃으며 즐겁다’이고 ‘노래를 부르며 기쁘다’입니다. 4339.1.23.달/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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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만 잘하지 않고 백 가지가 함께 아름답게 어우러질 수 있다면, ‘우리 아이들’은 틀림없이 더 즐거울 수 있습니다


“한 가지의 최고(最高)만이 아닌”은 “한 가지만 잘하지 않고”로 손보고, “백 가지의 최선(最善)이 함께 어우러질”은 “백 가지가 함께 아름답게 어우러질”로 손봅니다. ‘분명(分明)’은 ‘반드시’나 ‘꼭’이나 ‘틀림없이’로 다듬고, “올라갈 겁니다”는 “올라갑니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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