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477) 기타 등등
오늘날 이 나라에서는 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두세 가지의 도구, 작은칼, 도끼, 괭이, 손수레, 기타 등등 그리고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는 등불, 문방구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정성호 옮김-숲속의 생활》(샘터,1987) 30쪽
손수레, 기타 등등
→ 손수레, 그리고
→ 손수레, 이밖에
→ 손수레, 그밖에
→ 손수레, 여기에
…
한자말 ‘기타(其他)’는 “그 밖의 또 다른 것”을 뜻하고, 한자말 ‘등등(等等)’은 “그 밖의 것을 줄임을 나타내는 말”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기타’이든 ‘등등’이든 “그밖에”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한국말로 ‘그밖에’를 쓰거나 ‘이밖에’를 쓰면 되고, ‘그리고’나 ‘여기에’나 ‘여기에다가’를 쓸 수 있습니다. 4339.1.4.물/4347.11.2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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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이 나라에서는 내 지난 삶에 비추어 두세 가지 연장, 작은칼, 도끼, 괭이, 손수레, 이밖에 공부를 하는 사람한테는 등불, 문방구
“나 자신(自身)의 경험(經驗)에 비추어”는 “내가 겪은 바에 따르면”이나 “내가 겪기로는”이나 “내가 살아오는 동안”이나 “내 지난 삶에 비추어”로 다듬어 줍니다. “두세 가지의 도구(道具)”는 “두세 가지 연장”으로 손봅니다.
기타(其他) : 그 밖의 또 다른 것
- 기타 등등 / 공장 지역의 공해가 기타 지역보다 훨씬 심한 것으로
기타(guitar) : 현악기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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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도 익혀야지
(437) 불특정 다수
불특정 다수라는 제3자의 벽을 부수려는 소설의 꿈은 거꾸러지기 일쑤다
《김곰치-발바닥 내 발바닥》(녹색평론사,2005) 262쪽
불특정 다수
→ 낯선 이
→ 모르는 이
→ 얼굴을 모르는 이
→ 알지 못하는 이
→ 알 수 없는 이
→ 숨은 이
→ 아무개
→ 아무
→ 모든 사람
…
한자말 ‘불특정(不特定)’은 “특별히 정하지 아니함. ‘임의의’로 순화”를 뜻한다 하고, ‘다수(多數)’는 “수효가 많음”울 뜻한다 하며, ‘임의(任意)’는 “대상이나 장소 따위를 일정하게 정하지 아니함”을 뜻한다 합니다. 그러니까, ‘불특정 다수’는 “특별히 정하지 않은 많은 수효”나 “일정하게 정하지 않은 많은 수효”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이 보기글에 나온 “불특정 다수라는 제3자”라면 ‘대중(大衆)’이라는 한자말로 가리킬 사람이 ‘불특정 다수’요 ‘제삼자’가 되리라 느낍니다. 그러니까, 누가 누구인지 모를 만한 사람들을 가리키고, 낯선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숨은 사람이나 알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한마디로 간추린다면 ‘아무개’입니다. 또는 ‘모든 사람’이나 ‘모두’가 될 수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방화
→ 아무한테나 저지르는 방화
→ 아무 집에나 불을 지르는 짓
불특정 다수가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누구나 위험하다
→ 누구이든 위험하다고 나타났다
→ 모든 사람이 위험하다고 나타났다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를 통해 음성 신호를 방송하는 것
→ 누구한테나 전파로 음성 신호를 보내는 것
→ 아무한테나 전파로 음성 신호를 보내는 것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느냐, 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느냐
→ 모든 사람을 손님으로 삼느냐, 몇몇 사람을 손님으로 삼느냐
→ 누구나 손님으로 삼느냐, 몇몇을 골라 손님으로 삼느냐
‘불특정 다수’라는 한자말은 반드시 고쳐써야 할 말마디입니다. 아니, 고쳐쓰고 자시고 할 까닭이 없이, 이런 말마디를 쓸 까닭이 없습니다. 한국말에는 ‘아무’와 ‘누구’가 있습니다. 딱히 어느 한 사람이나 어떤 무리를 가리키려 하지 않을 적에는 ‘아무’와 ‘누구’라는 낱말을 씁니다. 때와 곳에 따라 ‘모두’나 ‘모든 사람’이나 ‘온갖 사람’을 쓸 수 있습니다. 4338.9.24.흙/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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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라는 울타리를 부수려는 소설쓰기는 거꾸러지기 일쑤이다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울을 부수려는 소설쓰기는 거꾸러지기 일쑤이다
‘제삼자(第三者)’는 “일정한 일에 직접 관계가 없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불특정 다수’와 ‘제삼자’는 같은 사람을 가리키는 낱말이지 싶습니다. “불특정 다수라는 제삼자의 벽(壁)”은 “낯선 사람이라는 울타리”나 “아무개라는 울타리”나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울타리”로 손질해 봅니다. “소설의 꿈은”은 “소설을 쓰려는 꿈은”이나 “소설이라는 꿈은”으로 손볼 만한데, 이 보기글에서는 “소설쓰기”로 손보아도 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