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806) 숫자말 13


모내는 날 직접 들에 나가서 4, 50년 만에 처음으로 그것도 최신식 현대농법(?)으로 모내는 장면을 보셨으니

《전희식-똥꽃》(그물코,2008) 65쪽


 4, 50년 만에

→ 마흔∼쉰 해 만에

→ 거의 쉰 해 만에

→ 마흔 몇 해 만에

 …



  “마흔쉰(마흔∼쉰)”이나 “쉰예순(쉰∼예순)”처럼 말하는 사람보다는 “사오십”이나 “오륙십”처럼 말하는 사람이 더 많으리라 느낍니다. 아무래도 어려서부터 버릇이 된 말씨 때문이요, 둘레에서 흔히 듣는 말씨 때문일 테지요.


  보기글을 생각합니다. 마흔 해를 넘기고 쉰 해가 못 되는 햇수만큼 모내기를 구경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마흔 몇 해 만에”라 하거나 “거의 쉰 해 만에”라 할 수 있습니다. 또는 “얼추 쉰 해 만에”나 “얼추 마흔 몇 해 만에”라 하면 됩니다. 4341.3.8.흙/4347.11.29.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모내는 날 몸소 들에 나가서 거의 쉰 해 만에 처음으로 게다가 가장 새롭다는 농법(?)으로 모내는 모습을 보셨으니


‘직접(直接)’은 ‘손수’나 ‘몸소’로 다듬습니다. “최신식(最新式) 현대농법”은 살짝 우스갯소리처럼 적은 말이니 그대로 둘 만한데, 그래도 ‘가장 새로운’으로 손보면 어떠할까 싶습니다. ‘그것도’는 ‘게다가’나 ‘더군다나’로 손질하고, ‘장면(場面)’은 ‘모습’으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818) 숫자말 14


이는 1국가당 평균 40명, 1국가에서 1년당 2명에 못 미치는 숫자이다

《김영명 편저-군부정치론》(녹두,1986) 142쪽


 1국가당 평균 40명

→ 한 나라에 줄잡아 마흔 사람

→ 한 나라에 얼추 마흔씩

→ 나라마다 마흔 사람쯤

 …



  이 자리에서는 ‘1’을 넣지 않고 ‘나라마다’로 적어도 됩니다. “1국가에서 1년당”이라는 말도 보이는데, “한 나라에 한 해”로 다듬거나 “한 나라에 해마다”로 다듬어 줍니다. 그나저나 ‘1국가’처럼 쓰는 보기글은 몹시 얄궂습니다. “한 국가”도 아니고 어떻게 “일(一) 국가” 같은 말마디를 넣어 글을 쓸 생각을 했을까요. 4341.4.7.달/4347.11.29.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는 한 나라에 줄잡아 마흔, 나라마다 한 해에 두 사람에 못 미치는 숫자이다


“1년당(年當)”은 “한 해마다”나 “한 해에”로 다듬습니다. ‘국가(國家)’는 ‘나라’로 고쳐 줍니다. ‘평균(平均)’은 ‘줄잡아’나 ‘얼추’로 고쳐씁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837) 숫자말 15


그때 유명한 시에나 마을의 광장을 방문했는데, 야구장의 2, 3배 정도 넓이의 광장이 완전히

《가와이 하야오/김동원 옮김-종교와 과학의 접점》(솔밭,1991) 113쪽


 야구장의 2, 3배 정도 넓이의 광장

→ 야구장 두세 갑절 만한 너른터

→ 야구장보다 두세 갑절 넓은 터

→ 야구장 두세 곳을 더한 만큼 넓은 자리

 …



  한자말 ‘배(倍)’를 쓰더라도 “이삼 배”가 아닌 “두세 배”로 읽어야 올바릅니다. 한자말을 털고 한국말을 쓰고 싶다면 “두세 곱”이나 “두세 곱절”이나 “두세 갑절”처럼 쓰면 됩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야구장과 광장을 견주는 만큼 “야구장 두세 곳 크기”처럼 손질해도 잘 어울립니다. 4341.6.2.달/4347.11.29.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때 시에나라는 이름난 마을에 있는 너른터를 갔는데, 야구장보다 두세 갑절 넓은 터가 모두


“유명(有名)한 시에나 마을의 광장(廣場)을”은 “시에나라는 이름난 마을에 있는 너른터를”로 손질하고, ‘방문(訪問)했는데’는 ‘찾아갔는데’나 ‘갔는데’로 손질합니다. ‘정도(程度)’는 ‘만큼’이나 ‘만한’으로 손보고, ‘완전(完全)히’는 ‘모두’나 ‘죄다’나 ‘오롯이’로 손봅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854) 숫자말 16


어린 시절 나의 용돈은 1년에 두 번, 가을 축제 때와 설날에 부모에게 받는 100엔이 전부였다

《고히야마 하쿠/양억관 옮김-인생이라는 이름의 여행》(한얼미디어,2006) 157쪽


 1년에 두 번 (x)

 1년에 2회 (x)

 한 해에 2회 (x)

 한 해에 두 번 (o)



  보기글을 보면, “이(二)회”가 아닌 “두 번”이라고 잘 적습니다만, 바로 앞 “일년(一年)”은 어쩌지 못하는군요. 햇수로 하나이니 “한 해”입니다. 꾸밈없이 말을 하고 글을 쓰는 버릇을 들이면 되는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생각해 보면, 일본사람이 쓴 글에 ‘一年’으로 적혀서 소리값만 한글로 옮겨 ‘1년’으로 적었을느지 모릅니다. ‘一’이나 ‘年’ 같은 한자까지 한국말이라고 잘못 생각하면서 그러려니 옮겼을는지 모릅니다. 4341.8.20.물/4347.11.29.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어릴 적 내 용돈은 한 해에 두 번, 가을잔치와 설날에 어버이한테서 받는 100엔이 다였다


“어린 시절(時節)”은 “어린 날”이나 “어릴 적”으로 손보고, ‘나의’는 ‘내’로 손봅니다. “가을 축제(祝祭)”는 “가을잔치”나 “가을 마을잔치”나 “한가위”로 손질하고, ‘부모(父母)에게’는 ‘어버이한테서’로 손질하며, ‘전부(全部)’는 ‘다’나 ‘모두’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낭만인생 2014-11-29 14:43   좋아요 0 | URL
우리말 찾기가 쉽지 않네요. 잘 읽었습니다.

숲노래 2014-11-29 19:01   좋아요 0 | URL
차근차근 생각을 기울이면 즐겁게 배우지만,
그동안 익숙한 대로 바라보면
아주 어렵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