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790) 숫자말 9


작은 용기에 담은 부엌쓰레기를 1∼3일에 한 번 흙에 돌려줍니다

《요시다 도시미찌/홍순명 옮김-잘 먹겠습니다》(그물코,2007) 53쪽


 1∼3일에 한 번

→ 하루나 사흘에 한 번

→ 사흘에 한 번쯤

 …



  하루에 한 번 하는 일과 사흘에 한 번 하는 일은 꽤 다릅니다. 그러니 이 보기글처럼 적으면 아무래도 알쏭달쏭합니다. 하루에 한 번은 ‘날마다’입니다. 그러니까, “날마다 한다”와 “사흘마다 한다”인 셈이니까, “1∼3일”처럼 날짜를 이야기하자면, 고개를 갸우뚱할밖에 없습니다.


  아무튼, 쓰레기갈이를 날마다 해도 되고 사흘에 한 번 해도 된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인다면, 살짝 뜸을 두고 해도 된다는 이야기일 테니, “사흘에 한 번쯤”으로 손볼 때가 가장 잘 어울리겠다고 느낍니다. 4341.1.5.흙/4347.11.2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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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그릇에 담은 부엌쓰레기를 사흘에 한 번쯤 흙에 돌려줍니다


‘용기(容器)’는 ‘그릇’으로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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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793) 숫자말 10


십三 년 만에 처음 만나는 얼굴이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김보겸-철학 이전의 대화》(애지사,1971) 175쪽


 십三 년 만에

→ 열세 해 만에



  해를 셀 적에는 ‘해’라는 낱말을 씁니다. 한국말은 이렇습니다. 한국말이 아닌 한자말을 빌면 ‘年’을 적을 텐데, 한자말 ‘년’을 쓰면 “십삼 년”이나 “십 년”이나 “삼 년”처럼 말하기만 합니다. 한자말 ‘년’을 쓰면서 “열세 년”이나 “열 년”이나 “세 년”처럼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와 달리, 한국말 ‘해’를 쓰면서 “십삼 해”나 “십 해”나 “삼 해”처럼 말하는 사람도 없어요.


  어느 낱말로 적느냐에 따라 숫자말이 확 바뀝니다. ‘해’로 적느냐 ‘년’으로 적느냐에 따라서, 앞에 넣는 숫자말이 달라져요. 그나저나, 이 보기글을 보면 ‘십’은 한글로 적고 ‘三’은 한자로 적네요. 여러모로 얄궂습니다. 4341.1.12.흙/4347.11.2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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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해 만에 처음 만나는 얼굴이다. 가슴이 뭉클하다


‘년(年)’은 ‘해’로 고쳐 주면 좋습니다. ‘뭉클해진다’는 ‘뭉클하다’로 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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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798) 숫자말 11


아마도 그 점 때문에 최근 1,2년 사이 일본 소설이 한국에서 돌풍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FANTA STIQUE》(페이퍼하우스) 8호(2007.12.) 57쪽


 최근 1,2년 사이

→ 요 한두 해 사이

→ 요즈음 한두 해 사이

 …



  잘은 모릅니다만, ‘1, 2해’로 적은 다음 ‘한두 해’로 읽을 분은 없으리라 봅니다. 거의 모두 ‘1, 2년’으로 적고 ‘일이 년’으로만 읽지 싶어요. 어쩌다가 ‘1, 2해’로 적는 사람이 있어도, 으레 ‘일이 해’로 읽다가, ‘어, 이상하네?’ 하고 받아들이리라 느낍니다. 4341.2.8.쇠/4347.11.2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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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 때문에 요 한두 해 사이 일본 소설이 한국에서 거센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듯합니다


“그 점(點) 때문에”는 그대로 두어도 괜찮지만, “그 때문에”나 “그렇기 때문에”나 “그 대목 때문에”로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돌풍(突風)’은 ‘바람’이나 ‘거센 바람’으로 손보며, ‘최근(最近)’은 ‘요’나 ‘요사이’나 ‘요즈음’으로 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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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803) 숫자말 12


깊어가는 가을밤, 지금은 60을 훌쩍 넘겼을 그때 그 소녀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 봅니다

《에드워드 김-그때 그곳에서》(바람구두,2006) 39쪽


 지금은 60을 훌쩍 넘겼을

→ 이제는 예순을 훌쩍 넘겼을

→ 이제 예순 살을 훌쩍 넘겼을

→ 어느덧 예순을 훌쩍 넘겼을

→ 바야흐로 예순 살을 훌쩍 넘겼을

 …



  나이를 셀 적에 ‘60’이라는 숫자에 이르면, 으레 ‘환갑(還甲)’을 말합니다. ‘환갑’은 똑똑히 따지면 예순한 살입니다. 우리는 환갑잔치를 치르고 칠순잔치나 팔순잔치를 치릅니다. 그런데, ‘예순잔치(예순하나 잔치)’나 ‘일흔잔치’나 ‘여든잔치’를 치르지는 않아요. 앞으로는 예순잔치나 쉰잔치나 마흔잔치를 치르는 한국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4341.2.23.해/4347.11.2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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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밤, 이제는 예순을 훌쩍 넘겼을 그때 그 아이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 봅니다


‘지금(只今)은’은 ‘이제는’으로 다듬고, “그 소녀(少女)의 모습을”은 “그 소녀 모습을”이나 “그 아이 모습을”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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