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453) 숫자말 1


  라디오로 국악방송을 듣던 어느 날, 아무래도 앞뒤가 안 맞는다 싶은 말 한 마디를 듣습니다.


 - 사과 이십다섯 개


  사과를 셀 적에 이렇게 셀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아니, 숫자를 셀 적에 이리 세어도 될는지 궁금합니다. 한자로 된 숫자말을 쓰려면 ‘이십오’를 쓸 노릇이고, 우리 숫자말을 쓰려면 ‘스물다섯’을 쓸 노릇입니다. 그리고, 사과나 배 같은 열매는 ‘개’가 아닌 ‘알’로 세야 옳습니다.


  한국말로 숫자를 세면, “쉰 살”과 “예순 살”과 “일흔 살”이요, 한자말로 숫자를 세면 “오십 세”와 “육십 세”와 “칠십 세”입니다. 한국말과 한자말은 서로 다른 말입니다. 4335.2.25.달/4340.6.18/4347.11.2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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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733) 숫자말 2


그 위안소에는 7∼8명의 조선 여자들이 있었다

《안이정선-가고 싶은 고향을 내 발로 걸어 못 가고》(아름다운사람들,2006) 41쪽


 7∼8명의 조선 여자들이 있었다

→ 조선 여자 일고여덟이 있었다

→ 조선 여자 일고여덟 사람이 있었다

→ 조선 여자가 일고여덟 있었다

→ 조선 여자가 일고여덟 사람 있었다

  …



  숫자를 바르게 세지 못한 데다가 토씨 ‘-의’를 얄궂게 붙입니다. 숫자를 옳게 적는다면 토씨 ‘-의’도 붙이지 않을 테지요. 말짜임을 찬찬히 살피면서 숫자말을 제대로 붙이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7∼8명”이라 적으면, 이 글을 “일고여덟 명”으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4340.6.18.달/4347.11.2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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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안소에는 조선 여자가 일고여덟 있었다


“-명(名)의 조선 여자”는 “조선 여자 -명”이나 “조선 여자 -사람”으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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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739) 숫자말 3


민주노동당이 3달째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단다

〈시민사회신문〉 11호(2007.7.9.) 18쪽


 3달째

→ 석 달째


  입으로 말할 적에 ‘삼’ 달째처럼 쓰는 분은 없으리라 봅니다. ‘석’ 달째라 하겠지요. 그런데 요새는 ‘세’라고 잘못 쓰는 분이 부쩍 늘었습니다. “석 달”과 “넉 달”처럼 적어야 올바른데 “세 달”과 “네 달”처럼 잘못 쓰는 분이 자꾸 늡니다.


  숫자 ‘3’을 적으면, 이 숫자를 어떻게 읽을까요? 요즈음 어른이나 아이는 이러한 숫자를 어떻게 읽을까요? ‘3일’이나 ‘3년’처럼 적으면 한자말로 ‘三日’이나 ‘三年’이 됩니다. ‘사흘’이나 ‘세 해’처럼 적으면 그예 한국말입니다.


  숫자 ‘셋’을 ‘3’으로 적어야 할 자리라면 알맞게 적으면 됩니다. “밥값 3000원”이나 “버스 3번을 타고 가라”처럼요. 그렇지만, 날이나 달이나 해를 가리키는 자리라면, “사흘·석 달·세 해”처럼 적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0.7.10.불/4347.11.2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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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이 석 달째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한단다


“못하고 있단다”는 “못한단다”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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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740) 숫자말 4


중급반에서 실습한 어머니 스물한 분 가운데 열두 분이 어린이 독서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으로 일했다. 총 60명의 아이들을 여섯 개의 모둠으로 나누고, 각 모둠마다 두 분의 담임 선생님을 두어

《김은하-우리 아이,책날개를 달아 주자》(현암사,2000) 79쪽


 총 60명의 아이들을

→ 모두 예순 아이들을

→ 모두 해서 예순 아이를

→ 예순 아이들을

→ 예순 아이를 

 …



  보기글을 잘 살피면, 첫머리에 “어머니 스물한 분 가운데 열두 분”이라 적습니다. 참으로 잘 적었습니다. “어머니 21명 중에 십이 명”처럼 잘못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다음에 적은 “60명의 아이들”과 “여섯 개의 모둠”과 “두 분의 담임 선생님”은 모두 얄궂습니다. 첫머리는 잘 적었으나 왜 뒤쪽에서는 모두 얄궂게 적고 말까요.


 여섯 개의 모둠 (x)

 여섯 모둠 (o)


  “육십 명의 아이들”이 아니라 “예순 아이들”이나 “아이들 예순”입니다. 모둠을 셀 적에도 “여섯 모둠”이나 “모둠 여섯”이에요.


  가만히 보면, 글쓴이가 뒤죽박죽으로 숫자말을 넣었다고 해도, 이 글을 다루어 책으로 묶는 출판사에서 알맞게 틀을 잡아 주어야 했습니다. 4340.7.12.나무/4347.11.2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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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반에서 배운 어머니 스물한 분 가운데 열두 분이 어린이 책읽기 교실에서 담임 교사로 일했다. 모두 예순 아이들을 여섯 모둠으로 나누고, 모둠마다 담임 교사를 둘씩 두어


‘실습(實習)한’은 ‘배운’이나 ‘익힌’으로 손보고, “독서(讀書) 교실”은 “책읽기 교실”이나 “책교실”로 손보며, “담임 선생님”은 “담임 교사”로 손봅니다. ‘총(總)’은 ‘모두’로 손질하고, “여섯 개(個)의 모둠으로”는 “여섯 모둠으로”로 손질하며, ‘각(各) 모둠마다’는 겹말이니 ‘모둠마다’로 손질합니다. “두 분의 담임 선생님”은 “담임 교사 두 분”으로 고쳐씁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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