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284 : 단단히 결심
10년 간이나 유학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이 땅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하자고 단단히 결심하면서 시작한 ‘방랑’이었다
《최광호-사진으로 생활하기》(소동,2008) 169쪽
단단히 결심하면서
→ 결심하면서
→ 단단히 다짐하면서
→ 다짐하면서
→ 마음 단단히 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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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말 ‘결심’은 “마음을 굳게 먹음”을 뜻합니다. 그래서 “굳은 결심”처럼 적으면 겹말입니다. 그러나 “굳은 결심” 같은 말마디가 겹말인 줄 느끼거나 깨닫거나 헤아리는 사람은 몹시 드뭅니다. 더군다나 한국말사전까지 “굳은 결심”을 보기글로 올립니다.
굳은 결심 → 굳은 다짐
결심이 서다 → 마음이 굳게 서다
결혼을 결심하다 → 혼인하기로 마음을 굳히다
집을 짓기로 결심하였다 → 집을 짓기로 다짐하였다
한국말사전을 엮는 학자조차 겹말을 모르니, 여느 사람들은 겹말을 더욱 모른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처음부터 한국말을 쉽고 바르면서 알맞게 쓰려 한다면 “굳은 결심”이나 “단단한 결심” 같은 겹말을 쓸 일은 없으리라 느낍니다. 학자가 한국말사전을 엉터리로 엮더라도 우리 스스로 한국말을 올바로 살피고 슬기롭게 가다듬을 줄 알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4342.11.1.해/4347.11.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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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해나 나라밖에서 배우며 보고 느낀 것을 이 땅에서 다시 한 번 돌아보자고 단단히 다짐하면서 한 ‘떠돌기’였다
“10년(十年) 간(間)이나”는 “열 해 동안이나”나 “열 해나”로 다듬고, ‘확인(確認)하자고’는 ‘돌아보자고’나 ‘살펴보자고’로 다듬습니다. ‘시작(始作)한’은 ‘처음 한’이나 ‘처음으로 했던’으로 손질해 봅니다. ‘방랑(放浪)’이나 “느낀 것을”이나 ‘유학(留學)하면서’는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떠돌기’나 ‘헤매기’라든지 ‘느낀 여러 가지를’이라든지 “나라밖에서 배우면서”로 손보아도 잘 어울립니다.
결심(決心) : 할 일에 대하여 어떻게 하기로 마음을 굳게 정함
- 굳은 결심 / 결심이 서다 / 결혼을 결심하다 / 이곳에 집을 짓기로 결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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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350 : 들판과 초원
창밖으로 들판과 초원이 스쳐 지나갔고, 감자를 캐고 있는 아낙들과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농부들도 보였다
《미리암 프레슬리/유혜자 옮김-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사계절,1997) 211쪽
들판과 초원이 스쳐 지나갔고
→ 들판이 스쳐 지나갔고
→ 들과 숲이 스쳐 지나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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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은 ‘들’이나 ‘들판’입니다. 이를 한자말로 옮기면 ‘초원(草原)’입니다. 그러니 “들판과 초원”이 창밖으로 스쳐 지나갔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좀 얄궂지요. 일부러 같은 말을 되풀이하려는 생각이 아니라면 하나만 적어야 마땅합니다.
시골을 기차나 버스나 자동차를 타고 달린다면, 들을 지나기도 하고 숲을 지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보기글에서는 아무래도 “들과 숲”으로 고쳐서 적어야 알맞으리라 느낍니다. 4347.11.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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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들과 숲이 스쳐 지나갔고, 감자를 캐는 아낙과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아저씨도 보였다
“감자를 캐고 있는”은 “감자를 캐는”으로 손봅니다. ‘농부(農夫)’는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보기글을 보면 한쪽에서는 ‘아낙’이라 적는 만큼, ‘농부’는 ‘아저씨’나 ‘아재’로 손보아야 한결 잘 어울립니다.
초원(草原) : 풀이 나 있는 들판
- 끝없이 펼쳐진 초원 / 드넓은 초원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