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4) 재再- 1


언젠가는 재배열을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죠

《존 버거,장 모르/김현우 옮김-행운아》(눈빛,2004) 111쪽


 재배열을 할 수도

→ 다시 배열을 할 수도

→ 다시 배열할 수도

→ 다시 묶을 수도

→ 다시 벌일 수도

→ 다시 엮을 수도

 …



  한국말은 ‘다시’나 ‘또’나 ‘거듭’이나 ‘둘’입니다. 한국말이 아닌 한자 ‘再-’를 빌어서 새 낱말을 짓거나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습니다. 다시 가르친다면 “다시 가르친다”고 하면 됩니다. “재교육을 한다”고 할 까닭이 없습니다. 다시 엮으면 “다시 엮는다”고 하면 됩니다. “재편성을 한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시 시험을 친다”나 “또 시험을 치른다”라 하면 될 뿐, “재시험을 친다”나 “재시험을 치른다”라 할 일이 없습니다.


 재교육 → 다시 가르침 . 새로 가르침 . 거듭 가르침

 재편성 → 다시 편성 . 다시 엮음 . 새로 엮음

 재시험 → 다시 시험

 재작년 → 그러께 . 지지난해


  한국말은 ‘그러께’나 ‘지지난해’입니다. ‘재작년’ 같은 한자말을 빌어서 써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 한국말을 다시 바라보아야 합니다. 우리들 누구나 한국말을 새로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한국말을 거듭 배우면서 꾸준히 가다듬어야 합니다. 4338.4.14.나무/4347.11.1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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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다시 엮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지요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죠”는 “있으리라 생각했지요”나 “있겠다고 생각했지요”로 손질합니다.



재(再)- : ‘다시 하는’ 또는 ‘두 번째’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 재교육 / 재시험 / 재편성 / 재작년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855) 재再- 2


1970년에 서울에 갔을 때 그 동기들과 재회할 기회가 있었는데, 서울에 있던 여섯 명 중 다섯이 한국전쟁으로 남편을 잃었어요

《이응노,박인경,도미야마/이원혜 옮김-이응노 : 서울·파리·도쿄》(삼성미술문화재단,1994) 35쪽


 재회할 기회가

→ 다시 만날 자리가

→ 또 만날 때가

 …



  “다시 만나는” 일과 “두 번째 만나는” 일을 가리킨다는 한자말 ‘재회(再會)’입니다. 여러 가지 뜻을 담은 낱말이 수없이 있으니, ‘재회’도 이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런 한자말로 두 가지 자리에 쓰기보다는, 다시 만나는 자리에서는 “다시 만났다”라 하고, 두 번째 만나는 자리에서는 “두 번째 만났다”라 하면 한결 낫고 알맞으리라 생각합니다.


  “재회의 기쁨”이 아닌 “다시 만난 기쁨”이나 “다시 만나는 기쁨”이라 하면 됩니다. “재회를 기약하며 헤어졌다”가 아닌 “다시 만나기를 빌며 헤어졌다”나 “또 만나자 하며 헤어졌다”라 하면 됩니다. 4340.3.9.쇠/4347.11.1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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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에 서울에 갔을 때 그 동기들과 다시 만날 자리가 있었는데, 서울에 있던 여섯 사람 가운데 다섯이 한국전쟁으로 남편을 잃었어요


‘기회(機會)’는 ‘자리’나 ‘때’로 다듬고, “여섯 명(名) 중(中) 다섯이”는 “여섯 가운데 다섯이”나 “여섯 사람 가운데 다섯이”로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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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058) 재再- 3


내복은 재활용도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언니 내복이나 형 내복을 물려입는 일이 흔했다

《박경화-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북센스,2006) 113쪽


 내복은 재활용도 할 수 있다

→ 내복은 다시 쓸 수도 있다

→ 내복은 물려입을 수도 있다

→ 내복은 돌려입을 수도 있다

 …



  한국말사전에서 ‘물려입다’라는 낱말을 찾아보면 안 나옵니다. ‘물려 입다’처럼 띄어서 써야 하는가 봅니다. 그러나 이 낱말 ‘물려입다’는 우리가 아주 익히 씁니다. ‘물려쓰다’도 이와 같아요. 우리는 먼먼 옛날부터 옷을 ‘물려입’었고, 물건도 ‘물려쓰’며 살았습니다. 이러한 낱말은 마땅히 한국말사전에 올림말로 실어야 옳습니다.


  다시 한국말사전을 뒤적입니다. ‘물려받다·물려주다·물려지내다’ 세 가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밖에 다른 ‘물려-’ 낱말은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물려읽다’라든지 ‘물려보다’라든지 ‘물려듣다’라든지 ‘물려나누다’ 같은 낱말도 쓸 수 있습니다. 대물림을 하거나 이어받는 일을 가리키는 낱말은 얼마든지 새로 지을 수 있습니다.


 자원 재활용 정책

→ 자원 되살림 정책

 고철의 재활용을 통해 철강재 수입을 줄일 수 있다

→ 헌 쇠붙이를 되살려서 철강재 수입을 줄일 수 있다

 폐식용유는 재생 비누로 재활용된다

→ 묵은 기름은 되살림 비누로 다시 쓴다


  한국말사전에서 한자말 ‘재활용(再活用)’을 찾아보면, “폐품 따위를 용도를 바꾸거나 가공하여 다시 씀. ‘다시 씀’으로 순화”처럼 풀이합니다. 그러니까, ‘다시 씀’으로 고쳐써야 하는 한자말 ‘再活用’입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다시쓰기·다시쓰다’ 같은 낱말을 새롭게 지을 만합니다. ‘되쓰다·되살리다’는 한 낱말로 한국말사전에 실립니다. 우리는 우리 삶자락을 알맞게 나타낼 낱말을 차근차근 살려서 새롭게 지으면 됩니다. ‘거듭쓰기·거듭쓰다’ 같은 낱말도 즐겁게 지어서 쓸 만합니다.


 다시쓰기 . 다시씀

 되쓰기 . 되씀

 되살리기 . 되살림

 거듭쓰기 . 거듭씀


  그러고 보니, ‘다시보기’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요즈음은 ‘재생(再生)’이라는 한자말보다 ‘다시보기’라는 새 낱말을 널리 쓰는 듯해요. 이 낱말도 한국말사전에는 아직 안 실리지만, 사람들은 아주 즐겁게 ‘다시보기’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새로보기’나 ‘거듭보기’도 할 수 있습니다. 생각을 열면 새로운 말을 신나게 지을 수 있습니다. 4341.3.9.해/4347.11.18.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내복은 물려입을 수도 있다. 예전에는 언니 내복이나 형 내복을 물려입는 일이 흔했다


보기글에서 말하는 ‘내복(內服)’은 ‘속에 입는 옷’이라기보다 ‘따스하게 껴입는 옷’을 가리킵니다. 서양에서 들여온 옷이 널리 퍼지면서 이러구러 말을 엉터리로 쓰고 마는데, ‘속내의(-內衣)’처럼 우스꽝스레 말하기도 합니다. ‘속옷’과 가르려고 따로 지은 억지스러운 낱말입니다. 그런데, ‘속내의’처럼 굳이 또 “속에 다시 속에 입는 옷”처럼 가리키려면, ‘속속옷’처럼 써야 한결 알아듣기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니면, 아예 다른 낱말을 써서 ‘속에 입는 옷’과 ‘따스하게 껴입는 옷’을 갈라야지 싶어요. 이를테면, ‘속옷’과 ‘밑옷’처럼 다르게 나타낸다면, 겉에 입는 옷 안쪽에 받치는 옷을 알맞게 가리킬 만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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