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없애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582) 약간의 4
사방이 담으로 둘러져 있고, 패랭이꽃이라도 한 뿌리 심어져 있는 햇살이 잘 드는 이 작은 뜰을 사이에 두고 이웃과 약간의 공간을 두게 된다
《조르주 뒤크로/최미경 옮김-가련하고 정다운 나라, 조선》(눈빛,2001) 70쪽
이웃과 약간의 공간을 두게 된다
→ 이웃과 조금 틈을 둔다
→ 이웃과 살짝 틈을 둔다
→ 이웃과 얼마쯤 떨어져 지낸다
→ 이웃과 어느 만큼 떨어져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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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집과 이웃이 사는 집이 꼭 맞붙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이에 조그맣게 뜰이 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마당이나 고샅을 가리키지 싶습니다. 두 집은 마당이나 고샅, 또는 뜰이나 텃밭을 사이에 두고 조금 떨어집니다. 두 집은 살짝 떨어져 지냅니다. 서로 어느 만큼 떨어진 채 오순도순 어울려 살아갑니다. 4339.4.20.나무/4347.11.1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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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담으로 두르고, 패랭이꽃이라도 한 뿌리 심은 햇살이 잘 드는 이 작은 뜰을 사이에 두고 이웃과 살짝 떨어져 지낸다
‘사방(四方)’은 ‘온통’이나 ‘둘레가’로 다듬고, “한 뿌리 심어져 있는”은 “한 뿌리 심은”으로 다듬습니다. ‘공간(空間)’은 ‘자리’나 ‘틈’으로 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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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772) 약간의 5
사실 드렁허리를 교실에서 애완동물로 기르기에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다
《소노다 마사하루/오근영 옮김-교실 일기》(양철북,2006) 49쪽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다
→ 웬만큼 용기가 있어야 했다
→ 적잖이 용기를 내야 했다
→ 제법 씩씩해야 했다
→ 꽤 씩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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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고 굳센 기운”을 가리키는 한자말 ‘용기(勇氣)’입니다. 용기를 말한다면, 용기가 대단한 사람이 있을 테고, 용기가 얼마 없는 사람이 있을 테지요. 보기글에서는 용기가 좀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용기가 좀 있어야 한다♀처럼 적으면 됩니다. “약간의 용기”가 아닙니다. 한자말 ‘용기’를 한국말 ‘씩씩함’으로 고쳐서 쓸 적을 헤아려 봅니다. “약간의 씩씩함”처럼 말을 할 사람이 있을까요? 얼토당토않은 이런 말투를 슬기롭게 깨달아야 합니다. 4339.10.20.쇠/4347.11.1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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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드렁허리를 교실에서 애완동물로 기르기에는 조금 용기를 내야 했다
다만 드렁허리를 교실에서 기르며 귀엽게 여기자면 조금 씩씩해야 했다
‘사실(事實)’은 “털어놓고 말하면”으로 손볼 낱말인데, 이 자리에서는 ‘다만’이나 ‘그저’로 손보아도 됩니다. ‘필요(必要)했다’는 ‘내야 했다’나 ‘있어야 했다’로 다듬습니다. ‘애완동물(愛玩動物)’은 그대로 둘 수 있고, ‘귀엽게 돌보는 짐승’이나 ‘귀엽게 여기는 짐승’으로 손질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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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820) 약간의 6
약간의 걷기를 감수하는 부지런한 주차습관이 환경적으로 우수하다
《박용훈-도로에서 지구를 살리는 50가지 방법》(수문출판사,1994) 68쪽
약간의 걷기를 감수하는
→ 웬만한 길은 걷는
→ 웬만하면 걷는
→ 멀지 않다면 걷는
→ 조금 멀어도 걷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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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글은 여러모로 어설픈 짜임새입니다. 임자말이 ‘주차습관’인데, 한국말은 이렇게 안 씁니다. ‘임자말(주차습관) + 풀이말(우수하다)’로 엮는 한국말 얼거리에 영 어울리지 않습니다. ‘조금 멀어도 걷도록’ ‘차를 대는 버릇을 들이는’ ‘부지런한 몸가짐이어야’ ‘훌륭히 환경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을 밝히려는 보기글이라고 느낍니다. 이러한 뜻을 제대로 밝히려면 글짜임부터 몽땅 손질해서 새로 써야지 싶어요.
생각해 보셔요. “약간의 걷기를…” 하고 쓰는 말은 얼마나 엉성한가요. 일본 말투와 번역 말투가 어지럽게 섞인 이러한 말투를 똑똑히 깨달아 올바로 가다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39.11.26.해/4347.11.1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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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멀어도 걷는 부지런한 몸가짐으로 차를 대야 환경을 살린다
웬만한 길은 걷는 부지런한 몸가짐으로 차를 대야 환경을 지킨다
‘감수(甘受)하는’은 “달게 받아들이는”이나 “기꺼이 받아들이는”이나 “거리끼지 않는”으로 손질하고, ‘주차습관(駐車習慣)’은 ‘차를 대는 버릇’으로 손질합니다. 그런데, “환경적(環境的)으로 우수(優秀)하다”는 무슨 소리일까요.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소리일는지, 아니면 “환경을 지키는 일이다”는 소리일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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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835) 약간의 7 : 약간의 공격적인 태도
이렇게 빈틈없는 모습은 처음 봐. 심지어 약간의 공격적인 태도까지
《기선-게임방 손님과 어머니 3》(서울문화사,2006) 145쪽
약간의 공격적인 태도까지
→ 퍽 공격스러운 모습까지
→ 제법 치고 나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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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스러운 모습을 조금 엿볼 수 있으면 “조금 공격스러운”이나 “살짝 공격스러운”처럼 적으면 됩니다. 많이 매섭지 않고 조금 매서우면 “조금 매서운”이라 하면 되고, 아주 얌전하지 않고 살짝 얌전하구나 싶으면 “살짝 얌전하다”고 하면 돼요.
우리는 “약간의 핑계를 대자면 말이야” 하고 말하지 않아요. “핑계를 조금 대자면 말이야”처럼 말합니다. “그 사람은 건망증이 있더라” 하고 말하지, “그 사람은 약간의 건망증이 있더라” 하지 않습니다. 찌개를 끓일 때에는 “소금을 좀 넣어야겠어”라 합니다. “약간의 소금을 넣어야겠어”라 하지 않습니다.
한편, 이 보기글을 더 헤아리면, 놀이나 운동을 할 적에 ‘공격스러운’ 모습이라면, 가만히 있거나 맞은편이 들어올 적에 맞받는 모습이 아니라, 먼저 ‘치고 나간다’거나 ‘치고 나온다’고 할 수 있어요. 4339.12.6.물/4347.11.1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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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빈틈없는 모습은 처음 봐. 게다가 제법 치고 나오기까지
‘심지어(甚至於)’는 ‘게다가’나 ‘더구나’로 다듬습니다. “공격적(攻擊的)인 태도(態度)까지”에서는 ‘태도’라는 낱말을 덜고 ‘-적’을 떼어 “공격스럽기까지”나 “치고 나오기까지”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