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젤 알랭 1
카사이 스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11



하고 싶은 대로 하려면

― 지젤 알랭 1

 카사이 수이 글·그림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1.8.15.



  하고 싶은 대로 하려면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합니다. 먹고 싶으면 먹어야 합니다. 사랑하고 싶으면 사랑해야 합니다.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춤을 추고 싶으면 춤을 추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려면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합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하는 까닭은 오로지 하나입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는 사람은 언제나 하고 싶은 대로 합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를 뿐 아니라, 무엇을 하겠노라 생각하지 않으니, 아무것도 못 하는 채 하루하루 흐릅니다.


  그러니, 우리는 생각해야 합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고 싶은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대로 기쁘게 해야 하고, 하려는 대로 즐겁게 해야 해요.



- “간판을 달았어요.” “어머, 그런 건, 에릭한테 시키면 될 것을.” “아뇨. 제 일인걸요.” (7쪽)

- “적어도 누군가에게 상당이라도 하자구요. 경찰이라든가.” “경찰? 이런 흥미진진한 일을 눈앞에 두고?” (29쪽)





  밤에 마당에 서서 별을 올려다봅니다. 아침에는 바람이 꽤 드세게 불더니, 낮이 되며 차츰 가라앉고, 저녁이 되니 조용합니다. 바람이 불지 않으니 그리 춥지 않습니다. 별이 한결 또렷하게 빛납니다. 마당에서 빙글빙글 거닐면서 별을 봅니다. 아이들을 불러 함께 별을 봅니다. 두 아이를 한꺼번에 번쩍 안아 후박나무 밑에서 춤을 추다가, 다시 별을 봅니다. 처음 마당에 내려설 적에는 총총 빛나는 별이로구나 싶더니, 어둠이 눈에 익으면서 미리내를 차츰 알아봅니다. 시골에서 살며 별을 보는 재미가 무척 쏠쏠합니다.



- “고양이 처음 만져 봐.” “네엣?” “털가죽이 참 부드럽네.” (37쪽)

- “지젤 양, 충동적으로 결정하면 안 돼요.” “충동적? 왜? 난 이 아이가 마음에 들고, 이 아이도 날 마음에 들어하는 걸.” (40쪽)

- “에밀리는 머리색이 밝아서 좋겠다. 꼭 해님 같아.” (50쪽)



  카사이 수이 님이 빚은 만화책 《지젤 알랭》(대원씨아이,2011) 첫째 권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지젤 알랭》에 나오는 ‘지젤 알랭’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아이입니다. 그러나 아직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랐어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하고 지내면서 언제나 가슴이 턱턱 막히기만 합니다. 이러다가 혼자 숨을 곳을 자꾸 찾으면서 지내고, 어느 날 언니가 이 아이를 이끌면서 이야기합니다. 네가 하고 싶은 길을 스스로 찾아보라고, 너(동생)한테 내(언니) 몫으로 있는 집을 맡길 테니,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집을 돌보면서 그곳에서 꿈과 생각을 키우라고 이야기합니다. 만화책 《지젤 알랭》은 ‘지젤 알랭’이라는 아이가 홀로서기를 하는 나날을 그립니다.






- “그런 얘기가 아니라,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거냐고 묻는 거잖아. 어린애나 부잣집이 무슨 상관인데!” (58쪽)

- “이건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130쪽)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됩니다. 처음에는 어버이가 손을 잡아 걸음마를 이끌지만, 아이는 어느새 어버이 손을 물리치면서 혼자 걷습니다. 아이는 걸음마를 뗀 뒤 콩콩콩 달리려고 애씁니다. 아이는 어버이보다 앞장서서 걸으려 합니다.


  이윽고 어버이가 아이한테 글을 가르칩니다. 또는 어버이가 아이한테 낫질이나 호미질을 가르칩니다. 또는 어버이가 아이한테 헤엄치기나 나물뜯기를 가르칩니다. 아이는 처음에 어버이 곁에서 어깨너머로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흉내를 내고, 한 해 두 해 흐르는 동안 몸이 자라고 힘이 붙으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합니다. 글도 혼자 써서 읽고, 호미도 혼자 쥐어서 땅을 쪼고, 혼자 물놀이를 하며, 혼자 나물을 뜯습니다.





- “난 공부하는 거 제법 좋아했어. 집 안에 언제나 어둡고 지루해서, 책을 읽고 있을 때가 가장 즐거웠거든.” (145쪽)

- “지금이 가장 즐거워!” “굴뚝 안에서 재투성이가 되는 게요?” “응! 풀을 밟으면 의외로 콕콕 찌르는데, 그게 시원해서 기분 좋아.” (146쪽)

- “나, 부모님과 헤어진 후로 누구랑 같이 뭔가를 먹는 건 처음이야.” (182쪽)



  홀로서기를 할 적에 돈이 어느 만큼 있으면 좋겠지만, 돈이 없대서 홀로서기를 못하지 않습니다. 돈이 넉넉해도 홀로서기를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홀로서기를 하자면,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혼자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무엇이든 스스로 하려는 생각이 있어야, 비로소 무엇이든 스스로 할 수 있어요.


  만화책 《지젤 알랭》에 나오는 아이한테는 무엇이 있을까요? 집이 있습니다. 네, 집이 있어요. 그렇지만, 이 아이한테는 집하고 견줄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손수 삶을 짓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아직 어떤 삶을 지어야 할는지 잘 모르지만, 삶을 짓겠노라 다부지게 외치는 꿈이 있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살아가는 우리한테는 어떤 꿈이 있을까요. 오늘 이 땅에서 살림을 꾸리는 우리한테는 어떤 꿈이 피어날까요.


  나와 이웃 모두 스스로 삶을 지으면서 꿈을 지필 수 있기를 빕니다. 나도 이웃도 저마다 즐겁게 삶을 짓고 꿈을 노래하는 하루를 누리기를 빕니다. 아침마다 해가 빙긋 웃고 저녁마다 별이 방긋 노래합니다. 해와 별을 품에 안으면서 가슴에 씨앗을 심습니다. 4347.11.1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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