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20) 너무


아기 탄생 축하해. 사진 봤어. 너무 귀엽더라. 아이는 이름 그대로 한일 간의 가교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

《이시카와 이쓰코/손지연 옮김-일본군 ‘위안부’가 된 소녀들》(삼천리,2014) 229쪽


 너무 귀엽더라

→ 참 귀엽더라

→ 아주 귀엽더라

→ 대단히 귀엽더라

→ 그야말로 귀엽더라

 …



  ‘너무’는 어떤 자리에 쓰는 낱말일까 생각해 봅니다. 외따로 ‘너무’로도 쓰지만, ‘너무하다’ 꼴로도 씁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라고만 풀이를 하고, 이 낱말을 어느 자리에 어떻게 써야 올바른지는 다루지 않습니다. “너무 크다”라든지 “너무 빨리 달리다” 같은 보기글을 싣지만, 이러한 보기글에서 어떻게 뻗어야 하는가를 알려주지 못합니다.


  ‘너무하다’ 뜻풀이를 보면, “비위에 거슬리는 말이나 행동을 도에 지나치게 하다”로도 쓴다고 나옵니다. 이러한 뜻을 살피면, ‘너무’는 아무 자리에나 쓸 수 없는 낱말인 줄 조금 헤아릴 만할까요. “너무 작네”라든지 “너무 늦었어”라 말할 적에 어떤 느낌일까요? “아주 작네”라든지 “아주 늦었어”라 말할 적에는 어떤 느낌인가요?


 너는 오늘 매우 늦었구나

 너는 오늘 너무 늦었구나


  늦은 모습을 가리키면서 ‘매우’나 ‘몹시’나 ‘퍽’이나 ‘꽤’나 ‘아주’를 넣으면, 다른 느낌은 없이 ‘많이 늦다’를 힘주어 말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너무’를 넣으면, 늦은 모습을 나무라는 느낌을 나타냅니다.


 무척 배불러서 더 못 먹어요 (?)

 너무 배불러서 더 못 먹어요 (o)


  배가 많이 부르다고 할 적에 “무척 배불러서 더 못 먹어요” 꼴로 말하는 일은 드뭅니다. 아니,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무척 배불러요.”처럼 쓸 뿐입니다. “배불러서 더 못 먹어요”라 말할 적에는 어느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만큼보다 더 먹었다는 뜻이고, 이러한 자리에 ‘너무’를 넣을 수 있습니다. “무척 배부르구나”라 할 적에는 배가 많이 부르다는 뜻과 느낌만 나타내고, “너무 배부르구나”라 할 적에는 지나치게 먹어서 배가 많이 부르다는 뜻과 느낌을 나타냅니다.


  이리하여, “너무 귀엽더라”라 말한다면, 귀엽기는 한데 못마땅하다 싶도록 귀엽다는 뜻이 됩니다. 이를테면, 샘이 난다든지 골이 나는 느낌을 나타낸다고 할 만합니다. “너 말이야, 오늘 너무 예쁘잖니?” 하고 말한다면, 다른 사람은 예쁘게 안 보일 만큼 혼자 지나치게 예쁘다는 뜻과 느낌입니다. “오늘 몹시 예쁘구나” 하고 말한다면, 여느 때에도 예쁘지만, 오늘은 더욱 예쁘다는 느낌을 나타냅니다.


 너무 좋아

 너무 기뻐


  요즈음 “너무 좋아”나 “너무 기뻐”처럼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이 무척 많이 늘었습니다. 이러한 말을 쓸 수도 있습니다만, 때와 곳을 가려서 써야 합니다. “너무 좋아”나 “너무 기뻐”는 반가움이나 고마움이나 좋음이나 기쁨하고는 동떨어지는 이야기를 밝히는 자리를 가리킵니다. “갈 길이 너무 멀구나”라든지 “너무 높아서 못 올라가겠어”처럼 써야 알맞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좋아”라 말한다면, 마음속으로는 좋다고 느끼지 않지만 비아냥거리거나 투덜거리는 말씨입니다. “너무 기뻐”라 말한다면, 마음으로는 안 기쁘지만 입으로만 기쁜 척하는 말씨입니다.


  ‘너무’는 ‘너무하다’ 꼴로도 씁니다. ‘너무’라는 낱말을 어느 자리에 써야 할는지 헷갈린다면, ‘너무하다’를 넣으면 한결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네가 한 짓은 너무하지 않니

 너무한다 싶도록 나를 괴롭히는구나

 나를 깔보다니 너무하네요


  갓 태어난 아기가 귀엽다면 “참 귀엽더라”라든지 “대단히 귀엽더라”처럼 말해야 올바릅니다. 아기가 귀엽지 않다고 느낀다면 “너무 귀엽더라”처럼 말하면 됩니다. 4347.11.13.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갓 태어난 아기 축하해. 사진 봤어. 참 귀엽더라. 아이는 이름 그대로 한일 두 나라를 잇는 다리 같은 사람으로 크길 바라


“아기 탄생(誕生) 축하(祝賀)해”는 “갓 태어난 아기 축하해”나 “아기가 태어났다니 기뻐”로 손질합니다. “한일 간(間)의 가교(架橋) 역할(役割)을 하는”은 “한일 두 나라를 잇는 다리 같은”이나 “한국과 일본을 잇는 다리 같은”으로 손보고, ‘성장(成長)하길’은 ‘크길’이나 ‘자라길’로 손봅니다. ‘가교’나 ‘역할’은 일본 한자말이고, ‘성장’도 일본사람이 아주 흔히 쓰는 한자말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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