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699) 박탈적 1
조건적인 사랑은 박탈적 부모들의 가장 큰 특징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뜻에 따르는 한 이들은 정서적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댄 뉴하스/안진희 옮김-부모의 자존감》(양철북,2013) 47쪽
박탈적 부모
→ 빼앗는 부모
→ 빼앗는 어버이
…
한자말 ‘박탈’은 ‘빼앗음’을 뜻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말로 ‘빼앗다’라 하면 될 말을 굳이 한자를 빌어 ‘박탈하다’처럼 쓴 셈입니다.
“소유권 박탈”은 “소유권 빼앗기”나 “소유권 빼앗음”으로 손볼 만합니다. 또는, “소유권 앗기”나 “소유권 앗음”으로 손볼 수 있어요. “선거권이 박탈되다”는 “선거권이 빼앗기다”나 “선거권이 사라지다”라 손봅니다. “재산을 박탈하였다”는 “재산을 빼앗았다”나 “재산을 없앴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박탈’에 ‘-적’을 붙인 ‘박탈적’은 한국말사전에 없습니다. 쓸 일이 거의 없는 한자말입니다. 보기글에서는 “박탈적 부모”라는 말을 지어서 쓰는데, “빼앗는 부모”나 “빼앗는 어버이”로 고쳐쓸 때에 뜻이 환하게 드러납니다.
그런데, 이 보기글을 보면 “조건적 사랑”과 “정서적 지지”라는 글월이 함께 나옵니다. 외국책을 한국말로 옮긴 분이 ‘-적’을 붙이는 말씨를 많이 좋아하는 듯합니다. 이러다 보니, 쉽고 바르게 글을 쓰기보다는 딱딱한 한자로 껍데기를 씌우는구나 싶습니다. 4347.11.9.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억누르는 사랑’은 ‘빼앗는 어버이’한테서 가장 도드라진다. 아이들이 어버이 뜻에 따르면 이들은 아낌없이 믿어 준다
“조건적(條件的)인 사랑”은 “조건을 거는 사랑”이나 “조건을 내미는 사랑”이나 “억누르는 사랑”으로 손봅니다. ‘부모(父母)’는 ‘어버이’로 손질하고, “-들의 가장 큰 특징(特徵)이다”는 “-들한테서 가장 도드라지는 모습이다”나 “-들한테서 아주 도드라진다”로 손질합니다. “자신(自身)의 뜻에 따르는 한(限)”은 “이녁 뜻에 따르면”이나 “어버이 뜻에 따르는 동안”으로 다듬고, “정서적(情緖的) 지지(支持)를 아끼지 않는다”는 “아낌없이 믿어 준다”나 “무엇이든 믿어 준다”로 다듬습니다.
박탈적 : x
박탈(剝奪) : 남의 재물이나 권리, 자격 따위를 빼앗음
- 소유권 박탈 / 선거권이 박탈되다 / 비리 공무원의 재산을 박탈하였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