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278) -맹盲 1


대다수 사람들이 문맹이던 시대였기 때문에, 우리글 강습회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문맹 타파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최경봉-우리말의 탄생》(책과함께,2005) 64쪽


 대다수 사람들이 문맹이던 시대

→ 거의 모든 사람이 글을 모르던 때

→ 거의 모두 글장님이던 때

→ 거의 모두 까막눈이던 때

 …



  한국말사전에서 ‘색맹(色盲)’을 살피면 “색채를 식별하는 감각이 불완전하여 빛깔을 가리지 못하거나 다른 빛깔로 잘못 보는 사람”을 뜻한다고 나옵니다. ‘컴맹(computer盲)’은 “컴퓨터를 다룰 줄을 모르는 사람”을 뜻한다고 나옵니다. ‘문맹(文盲)’은 “배우지 못하여 글을 읽거나 쓸 줄을 모르는 사람”을 뜻합니다. 잘 모른다고 할 적에 ‘-盲’을 으레 붙입니다.


  그런데, 한국말 ‘까막눈’이나 ‘까막눈이’를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면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을 뜻한다고 나옵니다. 그냥 ‘글을 모르는 사람’이라고만 뜻풀이를 붙이지 않고 ‘무식(無識)한’을 덧붙입니다.


  왜 한국말에는 ‘무식한’을 덧붙이는지 아리송합니다. 한국말사전에서 한국말은 이렇게 다루기에, 사람들이 ‘까막눈’이나 ‘까막눈이’ 같은 한국말은 안 좋아하거나 안 쓰려 하지 싶기도 합니다. 글을 모르는 사람은 글을 모를 뿐, ‘무식’한 사람이 아닙니다. 글을 아는 사람은 글을 알 뿐, ‘유식’한 사람이 아닙니다. 한국말사전 말풀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한편, 북녘에서는 ‘글장님’이라는 낱말을 쓴다고 합니다. 이 낱말은 남녘에서도 함께 쓸 수 있으리라 봅니다.


 문맹에서 벗어나다

→ 글장님에서 벗어나다

→ 까막눈에서 벗어나다

→ 글을 깨치다

→ 글을 배우다

 문맹을 퇴치하는 데 힘을 쏟다

→ 글장님을 없애는 데 힘을 쏟다

→ 까막눈을 없애는 데 힘을 쏟다

→ 글을 가르치는 데 힘을 쏟다


  ‘문맹에서 벗어나’는 일이란, 이제부터 ‘글을 아는’ 일입니다. 그러니, “문맹에서 벗어나다”는 “글을 깨치다”나 “글을 배우다”나 “글에 눈 뜨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문맹 퇴치’는 글을 가르치는 일을 가리키니, “글을 가르치다”나 “글을 일깨우다”나 “글에 눈을 뜨게 하다”처럼 손보면 됩니다. 4338.10.17.달/4347.11.8.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거의 모든 사람이 글을 모르던 때였기 때문에, 우리글 배움모임은 널리 눈길을 끌었고 글 모르는 사람을 없애려 한다는 대목에서


“대다수(大多數) 사람들이”는 “거의 모든 사람이”나 “거의 모두”로 손보고, ‘시대(時代)’는 ‘때’로 손봅니다. ‘강습회(講習會)’는 ‘강습모임’이나 ‘배움모임’으로 손질하고, “사람들의 관심(關心)을 끌었고”는 “문맹 타파(打破)를 목적(目的)으로 한다는 점(點)에서”는 “문맹을 없애려 한다는 대목에서”나 “글 모르는 사람을 없애려 한다는 대목에서”로 손질합니다.



문맹(文盲) : 배우지 못하여 글을 읽거나 쓸 줄을 모름

   - 문맹에서 벗어나다 / 문맹을 퇴치하는 데 힘을 쏟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39) -맹盲 2


기계맹인 아내로서는 잘 상상이 되지 않았지만

《김소연-수작사계, 자급자족의 즐거움》(모요사 펴냄,2014) 204쪽


 기계맹인

→ 기계바보

→ 기계를 모르는

→ 기계는 못 다루는

→ 기계는 어수룩한

→ 기계는 낯선

 …



  ‘기계맹’이라는 말보다 ‘기계치(-痴)’라는 말을 더 널리 쓰지 싶습니다. 이런 말은 기계를 잘 모르는 사람을 얕보거나 깔보는 말이 아닙니다. 그저 기계를 잘 모르거나 잘 못 다루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계바보’ 같은 낱말을 새롭게 지어서 쓸 수 있습니다.


  이밖에 ‘책바보’라든지 ‘글바보’라든지 ‘축구바보’라든지 ‘사진바보’라든지 여러 곳에 ‘-바보’를 뒷가지 삼아 붙일 만합니다. 이때에 ‘바보’는 두 가지를 가리킵니다. 첫째, 어떤 일을 잘 모르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둘째, 어느 한 가지에 푹 빠진 채 다른 일을 헤아리지 않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요즈음은 두 가지 가운데 뒤엣것을 퍽 널리 씁니다. 아직 한국말사전에는 이러한 쓰임새로 말풀이를 더 붙이지 못하지만, 앞으로는 이 쓰임새대로 한국말사전 말풀이를 늘려야 한다고 느껴요.


  이 보기글에서는 “기계를 모르는”이나 “기계를 못 다루는”으로 손보면 됩니다. “기계는 어수룩한”이나 “기계는 낯선”이나 “기계는 어려운”으로 손볼 수 있어요. 4347.11.8.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기계를 모르는 아내로서는 잘 헤아릴 수 없지만


“상상(想像)이 되지 않았지만”은 “헤아릴 수 없지만”이나 “생각할 수 없지만”이나 “그릴 수 없지만”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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