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037) 천혜의 1


시베리아로 진출한 러시아가 극동의 부동항을 건설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2》(청어람미디어,2006) 51쪽


 천혜의 조건을

→ 하늘이 내린 조건을

→ 타고난 조건을

→ 훌륭한 조건을

→ 좋은 조건을

 …



  말뜻 그대로 적을 때에 가장 쉬운 글입니다. 꾸밈없이 적을 적에 가장 고운 글입니다. 있는 그대로 쓸 때에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글입니다. 수수하게 적을 적에 가장 맑게 빛나는 글입니다.


  “하늘이 베푼 은혜”를 뜻한다는 한자말 ‘천혜’를 빌어 “천혜의 조건”으로 글을 쓸 수 있으나, “하늘이 베푼 조건”으로 적을 수 있습니다. “천혜의 보고”나 “천혜의 관광 자원”으로 글을 쓸 수 있지만, “하늘이 베푼 보고”나 “하늘이 내린 관광 자원”으로 적을 수 있어요.


 천혜를 입다

→ 하늘이 베푼 은혜를 입다

→ 하늘 은혜를 입다


  보기글에서는 ‘타고난’이나 ‘훌륭한’이나 ‘좋은’이나 ‘괜찮은’을 쓸 수 있습니다. ‘더할 나위 없는’이나 ‘더없이 좋은’이나 ‘그지없이 훌륭한’이나 ‘가없이 뛰어난’을 쓸 수도 있어요.


  얼지 않는 항구를 가리켜 한자말로 ‘부동항’이라고 흔히 적는데, 얼지 않는 항구는 겨울에도 쓸 수 있는 항구이니 ‘겨울 항구’로 적어도 잘 어울립니다. 4340.7.10.불/4347.11.7.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시베리아로 뻗은 러시아가 북동아시아 끝에 겨울 항구를 지을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진출(進出)한’은 ‘나아간’이나 ‘뻗은’으로 손질하고, “극동의 부동항(不凍港)”은 “북동아시아 끝자락 얼지 않는 항구”나 “북동아시아 끝에 겨울 항구”로 손질합니다. ‘건설(建設)할’은 ‘지을’이나 ‘놓을’로 손봅니다.



천혜(天惠) : 하늘이 베푼 은혜. 또는 자연의 은혜

    - 천혜의 보고 / 천혜의 관광 자원 / 천혜를 입다 / 천혜의 조건이 좋은 것이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92) 천혜의 2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천혜의 성소입니다. 추수가 끝나 가는 마을 들판은 한 폭의 아름다운 만다라입니다

《이해선-인연, 언젠가 만날》(꿈의지도,2011) 316쪽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천혜의 성소입니다

→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타고난 성소입니다

→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이 훌륭한 곳입니다

→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이 거룩한 자리입니다

 …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은 무엇을 말할까 가만히 생각합니다. “하늘이 베푼” 것이라면 아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것이지 싶어요. 그러니까, 이 보기글은 같은 뜻을 잇달아 적은 겹말인 셈입니다.


  다만, 같은 뜻을 잇달아 적더라도 느낌을 한결 깊거나 짙게 나타내고 싶은 마음일 수 있어요. 그러면, ‘천혜 + 의’ 꼴로 일본 말투를 쓰지 말고, ‘타고난’이나 ‘훌륭한’을 넣을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으면서 거룩한 곳입니다”처럼 손질해도 됩니다. 4347.11.7.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이 거룩한 자리입니다. 가을걷이가 끝나 가는 마을 들판은 아름다운 만다라입니다


‘성소(聖所)’는 개신교에서 쓰는 한자말입니다. 인도 불교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도 이 한자말을 빌어서 쓸 만하지만, “거룩한 곳”이나 “거룩한 자리”로 손보면 한결 낫고 잘 어울립니다. ‘추수(秋水)’는 ‘가을걷이’나 ‘벼베기’로 손질합니다. ‘만다라(曼陀羅)’는 이 글월에서 그대로 두면 될 텐데, 가을걷이가 거의 끝나는 마을 들판이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만큼, “아름다운 그림입니다”로 손보아도 돼요. “한 폭의 아름다운 만다라”는 “아름다운 그림 한 폭”이나 “아름다운 그림”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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