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88] 사랑손



  아픈 이를 따스하게 돌보면서 어루만지는 손길을 ‘약손(藥-)’이라고 일컫습니다. 어버이는 아이를 어루만지면서 약손이 되고, 아이도 어버이를 살살 어루만지면서 약손이 됩니다. 서로 약손이고, 서로 따순 손길입니다. 서로 고운 손길이며, 서로 사랑스러운 손길입니다. 그런데, ‘약손’은 우리 겨레가 ‘藥’이라는 한자를 받아들인 뒤에 나타난 아름다운 낱말입니다. ‘藥’이라는 한자를 아직 한겨레가 받아들이지 않던 때에, 또 이런저런 한자를 모르던 시골사람이 살던 곳에서, 우리는 어떤 이름을 썼을까요? 아마 그냥 ‘따순 손’이나 ‘사랑스러운 손’이라 했으리라 느껴요. 아픔을 달래는 손길은 반가우면서 고맙습니다. 아픔을 달래려는 손길은 따스하면서 아늑합니다. 반가우면서 고마운 손길에서 사랑이 피어나고, 따스하면서 아늑한 손길에서 자랑이 자라납니다. 그래요, 우리가 서로 아끼고 보살피는 손길은 ‘사랑손’입니다. ‘사랑꽃’을 피우고 싶은 ‘사랑빛’이고, ‘사랑꿈’을 키우고 싶은 ‘사랑넋’입니다. ‘사랑살이’로 가꾸고 싶은 ‘사랑노래’요, ‘사랑살림’을 일구려는 ‘사랑집’입니다.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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