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79) 접하다接 5


자랑스런 아빠 마음과는 달리 아이는 조금만 새로운 환경에 접해도 주눅 든 얼굴을 하고 아빠 옷자락 뒤에 숨기 바빴다

《이란주-말해요 찬드라》(삶이보이는창,2003) 83쪽


 새로운 환경에 접해도

→ 새로운 환경이 되어도

→ 새로운 곳에 놓여도

→ 새로운 자리에 있어도

 …



  아이와 지내는 어버이는 사랑도 물려주고 말도 물려줍니다. 어버이가 쓰는 말은 아이가 차근차근 배워서 앞으로 쓰는 말이 됩니다. 어버이가 ‘접하다’ 같은 말마디를 곧잘 쓰면, 아이도 이러한 말마디가 익숙해요.


  아이는 어떤 곳에 있는지 돌아봅니다. 아이는 어느 자리에 있는지 생각합니다. 아이는 어느 터전에서 살아가는지 헤아립니다. 아이는 어떤 마을에서 어떤 말을 쓰면서 생각을 가꾸는지 곰곰이 짚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쓰는 말은 내 아이한테 퍼지는 말인 한편, 내 이웃에서 지내는 아이한테 퍼지는 말이기도 해요. 내 아이뿐 아니라, 내 이웃 아이가 모두 즐겁고 아름답게 말과 삶을 가꿀 수 있기를 빕니다. 4338.6.23.나무/4347.11.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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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아빠 마음과는 달리 아이는 조금만 새로운 곳에 있어도 주눅 든 얼굴을 하고 아빠 옷자락 뒤에 숨기 바빴다


‘환경(環境)’은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곳’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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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245) 접하다接 6


이와 반대로 새끼돼지를 가능한 격리시켜 외부의 미생물과 접하지 않도록 에워싸서 병을 방지하려고 한다

《고와카 준이치/생협전국연합회 옮김-항생제 중독》(시금치,2005) 61쪽


 외부의 미생물과 접하지 않도록

→ 바깥 미생물과 닿지 않도록

→ 밖에서 미생물이 들어오지

→ 바깥에서 미생물이 파고들지 않도록

 …



  ‘미생물’, 그러니까 ‘작은 생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서 돼지가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接하다’가 ‘닿다’를 써야 할 자리에 끼어든 셈입니다. 그런데 글흐름을 따져 본다면 “미생물이 들어오지 않도록”으로 적어야 알맞지 싶어요. 또는 “파고들지 않도록”이나 “스며들지 않도록”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4338.9.18.해/4347.11.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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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새끼돼지를 되도록 떨어뜨려 바깥 미생물과 닿지 않도록 에워싸서 병을 막으려고 한다


“이와 반대(反對)로”는 “이와 달리”로 다듬고, ‘가능(可能)한’은 ‘할 수 있으면’이나 ‘될 수 있으면’이나 ‘되도록’으로 다듬습니다. ‘격리(隔離)시켜’는 ‘떨어뜨려’나 ‘떼어 놓아’로 손보고, “외부(外部)의 미생물과”는 “바깥 미생물과”로 손보며, ‘방지(防止)하려고’는 ‘막으려고’로 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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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271) 접하다接 7


노찾사를 처음 접하게 된 해가 아마 1988년돈가 … 노찾사의 앨범을 처음 접하는 날 멍해지는 기분을

〈노래를 찾는 사람들〉 노래잔치 안내책자(2005)


  지난 2005년 10월 8일,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노래패에서 노래잔치를 열었습니다. 이때 나온 안내책자를 한 부 장만했습니다. 안내책자를 찬찬히 읽다가 ‘접하다’라는 외마디 한자말을 곳곳에서 봅니다.


 노찾사를 처음 접하게 된 해

→ 노찾사를 처음 안 해

→ 노찾사를 처음 만난 해

→ 노찾사를 처음 들은 해

 노찾사의 앨범을 처음 접하는 날

→ 노찾사 음반을 처음 듣던 날

→ 노찾사 음반을 처음 손에 쥔 날


  노래는 ‘접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요새 워낙 이렇게 쓰니까 ‘듣다’로 적어야 할 자리에 ‘접하다’를 쓸는지 모르지만, 노래를 듣거나 소리를 들을 적에는 ‘듣다’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노찾사’라고 하는 노래패를 그동안 모르다가 처음 알았으면 “노찾사를 처음 알았다”라 하거나 “노찾사를 처음 보았다”라 하면 됩니다. “노찾사를 처음 만났다”처럼 말할 수 있어요. 4338.10.12.물/4347.11.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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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찾사를 처음 들은 해가 아마 1988년도인가 … 노찾사 음반을 처음 들은 날 멍해지는 느낌을


“노찾사의 앨범(album)”은 “노찾사 음반”으로 손보고, “멍해지는 기분(氣分)”은 “멍해지는 느낌”으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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