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306) 약간의 1
인구구조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년 인구가 가임연령층에 들어설 것이므로 이들 국가의 인구는 수십년 간 약간의 증가를 계속할 것이다
《레스터 브라운/이상훈 옮김-맬서스를 넘어서》(따님,2000) 16쪽
약간의 증가를 계속할 것이다
→ 조금씩 늘어나리라 본다
→ 천천히 늘어나리라 본다
→ 꾸준히 늘어날 터이다
…
조금씩 늘어나는 사람들 숫자입니다. 차츰차츰 늘어날 숫자입니다. 천천히 늘어나는 숫자예요. 꾸준히 늘어나는 숫자일 테며, 멈추지 않고 자꾸자꾸 늘어날 숫자입니다.
약간의 돈이 필요한 모양이다
→ 돈이 조금 드는 모양이다
→ 돈이 조금 있어야 하나 보다
약간이나마 제 성의니
→ 조금이나마 제 마음이니
→ 모자라나마 제 마음이니
고개를 약간 수그리다
→ 고개를 조금 수그리다
→ 고개를 살짝 수그리다
한국말사전에 나온 보기글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약간’ 뒤에 ‘-의’를 붙인 말이든, ‘-의’가 안 붙은 말이든, ‘조금’으로 담아낼 수 있습니다. ‘살짝’을 넣으면 알맞을 자리가 있고 ‘모자라다’나 ‘적다’를 넣으면 알맞을 자리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한국말로 알맞게 넣으면, 토씨 ‘-의’는 어디에도 달라붙지 못합니다. 4337.7.28.물/4347.11.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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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얼개에서 매우 큰 자리를 차지하는 어린이가 앞으로 아이를 낳을 나이가 될 테니, 이들 나라는 인구가 수십 년 동안 조금씩 늘어나리라 본다
‘구조(構造)’는 ‘얼개’나 ‘얼거리’로 고쳐쓰고, ‘비중(比重)’은 ‘무게’나 ‘자리’로 고쳐씁니다. “유년(幼年) 인구(人口)”는 “어린이”나 “나어린 사람들”로 손봅니다. “가임연령층(可姙年齡層)으로 들어설 것이므로”는 “아이를 낳는 사람으로 바뀔 터이므로”로 손보고요. “이들 국가(國家)의 인구(人口)”는 “이 나라 사람들 숫자”로 다듬고, “수십(數十) 년(年) 간(間)”은 “수십 년 동안”이나 “수십 해 동안”으로 다듬습니다. “증가(增加)가 계속(繼續)할 것이다”는 “늘어나리라”나 “늘어나리라 본다”로 다듬어 줍니다.
약간(若干)
1. 얼마 되지 않음
- 그는 약간의 돈이 필요한 모양이다 / 약간이나마 제 성의니
2. 얼마 안 되게. 또는 얼마쯤
- 고개를 약간 수그리다 / 그는 빵을 약간 베어 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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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127) 약간의 2
7년 전, 처음 이 땅에 왔을 때 나는 약간의 영어만 할 줄 알았을 뿐, 한국말은 전혀 하지 못했다
《박채란-국경 없는 마을》(서해문집,2004) 178쪽
약간의 영어만 할 줄 알았을
→ 영어만 조금 할 줄 알았을
→ 영어만 겨우 할 줄 알았을
…
한국말 ‘조금’이나 ‘살짝’이 있으나 ‘약간의’를 쓰는 분을 어렵지 않게 만납니다. 글쟁이나 말쟁이가 흔히 이런 말을 씁니다. 영어를 어설프게 배운 분들이 이런 말을 쓰며, 한국말보다는 영어가 익숙한 분들이 흔히 씁니다.
“얼마 되지 않음”을 나타내는 한국말은 퍽 많아요. 이 많은 말 가운데 가장 알맞겠다고 생각하는 말을 넣으면 됩니다. ‘조금··살짝·겨우’에다가 ‘손톱만큼·바늘만큼·콩알만큼·좁쌀만큼·깨알만큼·모래알만큼’을 넣을 수 있습니다. 4338.1.16.해/4347.11.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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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해 앞서, 처음 이 땅에 왔을 때 나는 영어만 겨우 할 줄 알았을 뿐, 한국말은 하나도 못했다
“7년(年) 전(前)”은 “일곱 해 앞서”로 다듬습니다. ‘전(全)혀’는 ‘조금도’나 ‘하나도’로 다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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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없애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568) 약간의 3
이 글은 국민에게 중요한 약간의 진리를 그들의 머리와 심정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이야기체를 사용하여 시도해 본 것이다
《페스탈로찌/홍순명 옮김-린하르트와 겔트루트》(광개토,1987) 5쪽
국민에게 중요한 약간의 진리를
→ 사람들한테 중요한 진리를
→ 사람들이 아로새길 만한 참된 길을
→ 사람들이 알아 두면 좋을 참된 길을
…
진리를 ‘약간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글쎄. 아리송하네요. 보기글에서는 ‘진리 몇 가지’라고 해야 알맞겠구나 싶습니다. 또는 이도 저도 덜어 “사람들이 알아 둘 만한 진리”나 “사람들이 아로새길 진리”로 손질해야지 싶어요. 한편, “알아 둘 만한”이나 “아로새길”이나 “새길 만한”으로 손질하면, ‘진리’라는 낱말까지 덜어도 됩니다. 4339.4.9.해/4347.11.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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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람들이 새겨 둘 만한 참된 길을 머리와 마음에 하소연하는 투로, 이야기 말투로 써 보았다
한국말 ‘하소연’을 한자말로 옮겨 적으면 ‘호소(呼訴)’가 됩니다. “머리와 심정(心情)에 호소하는”은 “머리와 마음에 하소연하는”으로 다듬고, ‘진리(眞理)’는 “참된 길”로 손보며, “이야기체(-體)를 사용(使用)하여 시도(試圖)해 본”은 “이야기 투로 써 본”으로 다듬습니다. ‘국민(國民)’은 ‘사람들’로 손봅니다. ‘중요(重要)한’은 그대로 두어도 되는데, 이 글월에서는 ‘알아두어야 할’이나 ‘알아두면 좋을’이나 ‘새겨야 할’이나 ‘새길 만한’으로 손질할 수 있어요.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