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29) 시작 57
자렛은 레시피대로 허브 밀크 티 한 잔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 단풍나무 가지에는 단단했던 새순이 움트기 시작했어요 … 마법의 정원 허브들이 계속해서 꽃봉오리를 맺기 시작했어요
《안비루 야스코/송소영 옮김-누구나 할 수 있는 멋진 마법》(예림당,2012) 103, 104, 105쪽
티 한 잔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 차 한 잔을 끓여요
→ 차 한 잔을 끓입니다
→ 차 한 잔을 마련해요
새순이 움트기 시작했어요
→ 새싹이 움터요
→ 새싹이 움트려고 해요
꽃봉오리를 맺기 시작했어요
→ 꽃봉오리를 맺어요
→ 꽃봉오리를 맺으려고 해요
차는 끓입니다. 새싹은 움틉니다. 꽃봉오리는 맺습니다. 이처럼 딱딱 끊어서 말하면 됩니다. 예부터 누구나 알맞고 바르게 쓰던 말투인데, 이러한 말투가 자꾸 어수선하게 흔들리거나 뒤죽박죽으로 엉클어집니다. 일본책을 잘못 옮기면서 이러한 말투가 자꾸 들어옵니다. 이러한 말투를 어른들이 제대로 거르거나 다스리지 못하니, 아이들도 이러한 말투에 길듭니다. 얄궂은 말씨를 차근차근 헤아리면서 슬기롭게 가눌 수 있기를 빕니다. 4347.11.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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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렛은 차림표대로 허브우유차 한 잔을 끓여요 … 단풍나무 가지에는 단단했던 새싹이 움터요 … 마법뜰 허브가 잇달아 꽃봉오리를 맺어요
‘레시피(recipe)’는 ‘차림표’로 손보고, ‘허브 밀크(milk) 티(tea)’는 ‘허브우유차’로 손봅니다. 차는 ‘만들다’로 가리키지 않습니다. 차는 ‘끓이다’로 가리킵니다. ‘새순(-筍)’은 ‘새싹’으로 손질하고, “마법의 정원”은 “마법 정원”이나 “마법뜰”로 손질합니다. ‘허브(herb)’는 그대로 둘 수 있는 한편 ‘풀’로 다듬어도 돼요. ‘계속(繼續)해서’는 ‘잇달아’로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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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말 바로잡기
(1636) 시작 58
가위와 풀통을 준비해 놓고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 … 연필을 잘근잘근 깨물면서 골똘히 생각하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김라합 옮김-마디타》(문학과지성사,2005) 107쪽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
→ 곧바로 일을 벌였다
→ 곧바로 일을 했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 글을 썼다
일을 할 적에는 “일을 한다”고 말합니다. “일을 시작한다”라 하지 않습니다. 글을 쓸 적에는 “글을 쓴다”고 말합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다”라 하지 않습니다. 말끝마다 붙이는 ‘시작’은 군더더기입니다. 차근차근 살펴서 텁니다. 4347.11.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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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와 풀통을 차려 놓고 곧바로 일을 벌였다 … 연필을 잘근잘근 깨물면서 골똘히 생각하다가 글을 썼다
‘준비(準備)해’는 ‘마련해’나 ‘차려’나 ‘갖추어’나 ‘가져다’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