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가 잠자나 아기 시 그림책
목일신 지음, 이준섭 그림 / 문학동네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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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태어나는 곳

― 누가 누가 잠자나

 목일신 시

 이준섭 그림

 문학동네 펴냄, 2003.11.25.



  목일신 님은 이녁 아이를 바라보면서 글을 짓습니다. 이녁 아이를 바라보면서 지은 글은 어느새 가락이 붙어 노래가 됩니다. 아마 처음 글을 쓸 적부터 입에서 흥얼흥얼 노랫가락이 흘렀으리라 생각합니다.


  목일신 님이 낳은 딸아이 목수정 님은 어릴 적에 어떤 노랫가락을 이녁 어버이한테서 들었을까 하고 곰곰이 헤아립니다. 늘 들었을 수 있고, 자주 들었을 수 있으며, 드문드문 들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얼마나 자주 들었거나 몇 차례 들었거나 하는 대목은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버이가 들려주는 노랫가락을 들었다는 대목이 대수롭습니다. 사랑을 담아 따사롭게 들려준 노래를 듣고 자라는 아이는 가슴속에 사랑을 담아 따사로운 눈빛으로 온누리를 보듬습니다.


  내가 낳은 아이이기에 내 아이만 사랑하려고 노랫가락을 짓지 않습니다. 내 이웃이나 동무가 낳은 아이도 내가 낳은 아이하고 똑같습니다. 모두 사랑스럽습니다. 누구나 곱습니다. 누구나 착하고 누구나 애틋합니다. 그러니, 목일신 님이 이녁 아이를 바라보면서 쓴 글이란, 이 땅 모든 아이를 바라보면서 쓴 글이요, 지구별 모든 숨결을 바라보면서 쓴 글이에요.


  새근새근 잠들기를 바랍니다. 깊이 잘 자고 나서 아침에 다시금 씩씩하게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하루 내내 신나게 뛰놀고, 저녁에 꿈나라에서 다시 놀 수 있기를 바라요.


  모든 노래는 삶에서 태어납니다. 삶은 우리 생각에서 태어납니다. 우리 생각은 즐겁게 짓는 이야기에서 태어납니다. 이야기는 웃음에서 태어나고, 웃음은 사랑을 담은 손길로 즐겁게 꿈꿀 적에 태어납니다.



.. 산새들이 모여 앉아 꼬박꼬박 잠자지 ..





  가을비가 내리는 시월 끝자락입니다. 갑자기 늦가을 비가 내리니 집안에 서늘한 바람이 붑니다. 오슬오슬 쌀쌀한 기운이 감돌기에 조용히 잠자리에서 일어나 방바닥에 불을 넣습니다. 아침에 아이들과 먹을 밥을 헤아리며 쌀을 씻습니다. 엊저녁에 끓인 미역국을 살핍니다. 오늘은 아침에 어떤 밥을 지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합니다. 일곱 살 큰아이는 아침마다 아버지한테 묻습니다. “오늘은 무슨 밥이야?”


  날마다 똑같은 밥은 없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밥입니다. 날마다 똑같은 놀이는 없습니다. 어제 한 놀이와 오늘 한 놀이는 다릅니다. 똑같다 싶은 놀이를 날마다 한다면, 날마다 하면서 놀이가 손과 몸에 익어 이튿날에는 훨씬 빠르면서 잰 몸놀림이나 손놀림을 보입니다.


  노래는 바로 오늘 우리가 선 이곳에서 태어납니다. 사랑을 생각하는 사람은 사랑을 노래합니다. 사랑 아닌 것을 생각하는 사람은 사랑 아닌 것을 노래합니다. 누군가는 기쁨을 노래할 수 있고, 누군가는 슬픔을 노래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 있고, 누군가는 미움을 노래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농약이나 새마을운동을 노래할 수 있고, 누군가는 웃음과 춤사위를 노래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나비를 노래할 수 있고, 누군가는 살충제를 노래할 수 있습니다.


  목일신 님은 고흥에서 나고 자랐고, 목일신 님이 낳은 아이 목수정 님은 한국을 떠나 퍽 먼 나라에서 오랫동안 지냅니다. 그래도 목씨 집안 분들은 고흥에 많이 남습니다. 우리 식구가 읍내 마실을 하다가 택시를 불러 우리 집으로 돌아올 적에 부르는 택시는 목씨 집안 아재가 몹니다. 목씨 집안 아재는 이녁 집안 어른들이 예부터 곧고 바르며 옳게 살았던 이야기를 택시를 몰며 즐겁게 들려줍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나중에 커서 어떤 노래를 부를까 하고 생각합니다. 내가 오늘 사랑으로 지어서 부르는 노래를 들려줄 적에, 이 노랫가락 가운데 어느 한 타래가 살며시 스며들어, 아이들이 즐겁게 부르는 노래로 다시 태어나겠지요. 4347.10.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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