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72. 스스로 찍으면 되니까



  처음 사진이 태어난 뒤,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했을까요?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머잖아 ‘사진이 태어난 지’ 이백 해가 됩니다. 이백 해 앞서, 처음 사진이 태어날 무렵, 그즈음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려고 무엇을 했을까요?


  오늘날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사진기를 장만합니다. 몇 군데 회사에서 만드는 사진기 가운데 마음에 드는 장비를 고르고, 주머니에 알맞다 싶은 값을 치릅니다. 그런데, 지난날에는 사진기를 만드는 회사가 없어요. 사진기가 막 태어날 무렵이니, 사진기를 공장에서 잔뜩 찍어 내지 못합니다. 첫무렵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 스스로 사진기를 만듭’니다.


  손수 사진기를 뚝딱뚝딱 만든다면 어떠할까 헤아려 보셔요. 작은 부품까지 손수 살피고 만드니, 사진 장비를 빈틈없이 압니다. 사진 장비를 빈틈없이 알 테니, 사진을 찍다가 어딘가 말썽이 생기면 손수 고칠 줄 알고, 사진을 찍으면서 아쉬운 대목이 있으면, 손수 손질할 줄 압니다. ‘나한테 맞는 사진기’를 언제나 나 스스로 만들지요.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사진기를 공장에서 척척 찍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 사람 스스로 사진 장비를 빈틈없이 모르기 일쑤입니다. 지난날에는 ‘빈틈없이 알면’서 사진을 찍었다면, 오늘날에는 ‘빈틈없이 모르면’서 사진을 찍어요. 사진기 회사에서 밝히는 ‘제품 사양’이나 ‘제품 설명’을 알는지 모르나, 사진 장비를 이루는 뼈대와 부품이 어디에서 태어나 어떤 손길을 거쳐 어떻게 이와 같은 모습을 이루는지 하나도 알 길이 없는 요즈음이에요.


  지난날에는 글을 쓰려면 손수 연필을 깎거나 붓을 마련합니다. 연필이나 붓을 놀릴 종이도 손수 마련합니다. 그림을 그리려면 물감을 손수 마련해야지요. 그러니, 지난날에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이들은 종이 한 장 허투루 다루지 못해요. 붓 하나와 물감 하나도 알뜰히 섬깁니다. 붓과 종이와 연필은 언제나 ‘내 몸과 같’아요. 사진이 태어난 첫무렵에 사진기를 손수 만들어서 쓴 사람도 ‘사진기는 늘 내 몸과 같’다고 할 만해요.


  오늘날 사람들한테 사진기를 손수 만들어서 쓰라고 할 수 없습니다.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공장에서 똑같이 수만 대나 수십만 대를 찍는 사진기를 장만해서 쓰더라도, 기계를 다루는 손길과 마음과 눈길을 슬기롭게 가다듬을 줄 알면 됩니다.


  스스로 찍는 사진입니다. 손수 찍는 사진입니다. 내 마음을 움직여 찍는 사진입니다. 내 생각을 기울여 찍는 사진입니다. 어느 사진기를 손에 쥐든, 바로 이 대목, ‘스스로 찍’고 ‘손수 찍’는 사진인 줄 또렷하게 느끼고 슬기롭게 헤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10.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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