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150) 최고 1
저 닭 이름은 비행기다. 최고로 잘 난다
《이영득-할머니 집에서》(보림,2006) 48쪽
최고로 잘 난다
→ 억수로 잘 난다
→ 아주 잘 난다
→ 가장 잘 난다
→ 어느 닭보다도 잘 난다
…
이 보기글은 경상도 아이들이 주고받는 말이라고 합니다. 제가 어릴 적에 쓰던 말을 떠올려 봅니다. 저도 “최고로 무엇무엇이다” 하는 말을 썼는데, ‘최고’가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는 몰랐으나 ‘가장’ 어떠하다는 뜻인 줄 알기는 했습니다. 같은 뜻으로 ‘제일(第一)’이라는 말도 썼어요.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한자말 ‘최고’는 세 가지 있습니다. 한글로만 써 놓으면 헷갈릴 텐데, 말뜻 그대로 “가장 오래된”과 “가장 높은”으로 다듬을 때가 더 낫지 싶어요. 때와 곳에 따라 ‘으뜸’과 ‘첫째’를 넣어 손볼 수 있고요. “세계 최고의 고산 도시”는 토씨 ‘-의’까지 붙이는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로 다듬으면 돼요.
아이들도 흔히 쓰는 말이라면, ‘최고’이든 ‘제일’이든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으뜸·가장·첫째’ 같은 한국말이 있으니, 이런 말을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배워서 쓸 수 있으면 한결 나으리라 생각해요. 또한, ‘억수’라는 말이 있어요. 도시사람은 잘 안 쓰지만 시골사람이 흔히 쓰는 말이고, 또 고장말로도 흔히 써요. 보기글이 실린 책은 경상도 시골아이가 쓴 말을 옮겼으니, 이때에는 “최고로 잘 난다”보다 “억수로 잘 난다”가 훨씬 잘 어울리지 싶어요. 그리고 닭 이야기를 하니까, “다른 어느 닭보다 잘 난다”처럼 말할 수 있습니다. 4339.9.27.물/4347.10.26.해.ㅎㄲㅅㄱ
최고(最古) : 가장 오래됨
- 세계 최고의 금속 활자
최고(最高)
1. 가장 높음
- 최고 높이 / 최고 속도 / 최고 점수 / 최고 책임자 /
세계 최고의 고산 도시
2. 으뜸인 것. 또는 으뜸이 될 만한 것
- 최고 미덕 / 최고 부자 / 자기 분야에 대해서 국내 최고라고 자부한다
최고(催告)
1. 재촉하는 뜻을 알림
2. 상대편에게 일정한 행위를 하도록 독촉하는 통지를 하는 일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33) 최고 2
더울 땐 / 소나기가 최고다
《유희윤-참, 엄마도 참》(문학과지성사,2007) 18쪽
소나기가 최고다
→ 소나기가 가장 낫다
→ 소나기가 참 좋다
→ 소나기가 으뜸이다
→ 소나기가 반갑다
…
어린이가 읽을 글에서 나타나는 ‘최고’입니다. 어른이라면 이런 한자말을 잘 알 수 있을 텐데, 너덧 살이나 대여섯 살이나 예닐곱 살 어린이도 이런 한자말을 잘 알 만한지 궁금해요. 아이한테 읽히려는 동시에 이 같은 낱말을 굳이 써야 할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듣거나 읽는 말을 천천히 받아들입니다. 아이들한테는 ‘익숙한 말’이 아직 따로 없습니다. 둘레 어른이 여느 때에 어떤 말을 쓰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배우는 말이 달라집니다.
“소나기가 으뜸이다”나 “소나기가 첫째이다”처럼 말하는 어른이 둘레에 있으면, 아이는 ‘으뜸’과 ‘첫째’를 마음에 담아, 아이 스스로 언제나 ‘으뜸’과 ‘첫째’를 말합니다. “소나가기 가장 좋다”나 “소나기가 가장 낫다”처럼 말하는 어른이 옆에 있으면, 아이는 ‘가장 좋다’와 ‘가장 낫다’를 마음에 실어, 아이 스스로 늘 ‘가장 좋다’와 ‘가장 낫다’를 말해요.
더울 때에는 소나기가 반갑습니다. 네, “소나기가 반갑습”니다. 더울 때에는 소나기가 고맙습니다. 네, “소나기가 고맙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을 동시라면, 아이가 말을 한껏 북돋울 수 있도록 더 마음을 기울이기를 바라요. 4347.10.2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