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노래를 부른 젊은 아이들을 보다가



  아이들이 이불을 걷어차면서 자기에 이불깃을 찬찬히 여미고 난 뒤, ‘슈퍼스타K6’에서 ‘서태지 노래 부르기’를 했다기에 어떤 노래를 어떻게 불렀나 하고 가만히 들어 본다. 여덟 아이들이 노래를 부른다. 이 아이들은 저마다 제 결에 맞게 가락을 바꾸어서 부른다. 현장방송이라고 하던가, 아이들이 많이 어린 탓인지, 큰 무대가 낯익지 않아서인지, 참 많이 떠는구나 싶던데, 서태지가 어떤 노래를 어떻게 불렀는가 하는 대목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면서 부른다고 느낀다.


  1등을 뽑는 경연 무대이기는 하지만, 점수를 못 받으면 떨어지는 무대이기는 하지만, 서태지 노래를 이렇게 불러서야 어떻게 들어 줄까? 가슴을 찢으면서 새롭게 춤을 추고 피와 웃음을 뱉어내는 노래를 밍숭맹숭하게 불러서야, 사람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노래방이라는 곳이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적에 ‘노래 못 부르는’ 내 동무들이 노래방에서 멱을 따면서 부르던 노래보다 못한 노래를 듣다가 끈다. 주어진 임무이니까 노래를 부른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주어진 임무라 하더라도 가슴을 열어 웃음과 눈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노래로 삶을 찾고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길’을 걸을 수 있을 텐데.


  ‘가수 되기’만을 바라는 셈일까? ‘가수 되기’를 이룬 다음에는 무엇을 할 생각일까?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거나, 그리고 텃밭에 씨앗을 심거나 푸성귀를 뜯어서 밥을 차리거나, 즐거움을 빚는 길에는 ‘아주 작은 손길’이 깃들면 된다. 이 작은 손길을 젊은 아이들이 부디 잘 새기고 살펴서 즐겁게 노래꽃으로 피울 수 있으면, 하고 생각해 본다. 4347.10.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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