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294) 원래의 1
이 풀은 키가 30센티미터 정도의 썩어가는 등걸에 뿌리를 3∼5센티미터 정도만 내리고도 원래의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이한중 옮김-씨앗의 희망》(갈라파고스,2004) 109쪽
원래의 모양을
→ 본디 모양을
→ 처음 모양을
→ 제 모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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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말 ‘원래(元來/原來)’는 ‘본디’로 고쳐써야 한다고 합니다. ‘본(本)디’는 “사물이 전하여 내려온 그 처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원래’이든 ‘본디’이든, 한국말로는 ‘처음’으로 적어야 올바른 셈입니다. 이 보기글이든 한국말사전에 나오는 보기글이든, 옳고 바르게 한국말로 적는다면 ‘-의’가 붙을 일이 없습니다.
원래의 가격보다 훨씬 싸다
→ 처음 값보다 훨씬 싸다
→ 제값보다 훨씬 싸다
원래대로 진행되었다
→ 처음대로 되었다
→ 하던 대로 되었다
→ 예전대로 되었다
처음 붙은 값이란 ‘처음 값’이면서 ‘제값’입니다. 어떤 일이 처음대로 된다고 할 적에는 ‘하던 대로’ 되거나 ‘예전대로’ 되는 셈입니다. 4338.8.25.나무/4347.10.2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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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풀은 키가 30센미티터쯤 되면서 썩어 가는 등걸에 뿌리를 3∼5센터쯤만 내리고도 제 모양이 그대로 있다
“30센티미터 정도(程度)의 썩어가는 등걸”은 “30센티미터쯤 되면서 썩어 가는 등걸”로 다듬고, “5센티미터 정도(程度)만”은 “5센티미터쯤만”으로 다듬습니다. “유지(維持)하고 있었다”는 “그대로 있다”나 “지킨다”로 손봅니다.
원래(元來/原來) = 본디
- 원래의 가격보다 훨씬 싸다 / 계획은 원래대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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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321) 원래의 2
이건 분명 꿈이야. 이건 꿈이고, 아마도 눈을 뜨면, 나는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 있을 거야
《다니구치 지로/양억관 옮김-열네 살 1》(샘터,2004) 79쪽
원래의 세계로
→ 처음 있던 곳으로
→ 처음 그 자리로
→ 예전에 있던 곳으로
→ 제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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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있던 자리나 처음 있던 곳은 ‘저 스스로 있던 자리’, 곧 ‘제자리’입니다. 보기글에서는 맨 처음에 있던 곳이라기보다는, 오늘과 같은 자리가 아닌 “예전에 있던 자리”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모습 그대로 “예전부터 있던 자리”라 하거나 “예전에 살던 자리”라 하면 알맞게 잘 어울립니다. 또는 “이제까지 살던 자리”나 “엊그제까지 살던 자리”라 할 수 있어요. 4341.4.19.흙/4347.10.2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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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틀림없이 꿈이야. 이는 꿈이고, 아마도 눈을 뜨면, 나는 제자리로 돌아갈 테야
‘이건’은 ‘이것은’은 줄인 낱말일 텐데, 이대로 두어도 되지만 ‘이는’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분명(分明)’은 ‘틀림없이’로 다듬고, ‘세계(世界)’는 그대로 둘 수 있으나 ‘곳’이나 ‘자리’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돌아가 있을 거야”는 “돌아갈 테야”나 “돌아갈 테지”나 “돌아가겠지”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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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647) 원래의 3
나의 물음에 형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게 나잖아. 이게 원래의 나잖아. 나를 찍을 거면 나를 보여줘야지.”
《백성현-당신에게 말을 걸다》(북하우스,2008) 313쪽
이게 원래의 나잖아
→ 이 모습이 바로 나잖아
→ 이 모습이 참말 나잖아
→ 있는 그대로잖아
→ 꾸밈없는 나잖아
→ 숨김없는 내 모습이잖아
→ 내 참모습이잖아
…
처음 모습이 가장 나은 모습인지 아닌지는 모릅니다. 낫거나 좋다고 따지거나 가를 수 없습니다. 그저 처음 모습이면서, ‘내 모습’입니다. 오롯이 내 모습이라 한다면, ‘참다운 내 모습’이고, ‘참모습’입니다. 꾸미지 않은 모습이요, 수수한 모습입니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이자, 늘 드러나는 모습입니다.
있는 그대로인 모습은 꾸미지 않은 모습이니, ‘꾸밈없는’ 모습입니다. ‘숨김없는’ 모습입니다. 첫 모습이면서 맨 모습입니다. 겉바르거나 덧씌우지 않은 모습입니다. 4342.1.11.해/4347.10.2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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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물음에 형은 이렇게 말했다. “이 모습이 나잖아. 이 모습이 참말 나잖아. 나를 찍으려면 나를 보여줘야지.”
‘질문(質問)’이 아닌 ‘물음’으로 적으니 반갑지만, “나의 물음”은 “내 물음”이나 “내가 물으니”로 고쳐 줍니다. ‘대답(對答)했다’는 그대로 두어도 되나, ‘말했다’나 ‘이야기했다’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찍을 거면”은 “찍으려면”이나 “찍을 생각이면”이나 “직으려 했으면”으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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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77) 원래의 4
츠바사 외 99명의 혼은 원래의 몸으로 돌아갔습니다
《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경계의 린네 14》(학산문화사,2014) 168쪽
원래의 몸으로
→ 예전 몸으로
→ 제 몸으로
→ 제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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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이 몸에서 빠져나갔다가 돌아간다고 합니다. 넋은 그동안 엉뚱한 데에 있었겠지요. 처음 자리로 넋이 돌아간다고 하니, 제자리로 돌아간 셈이요, 제 몸을 찾아서 돌아간 셈입니다. 4347.10.2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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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사와 아흔아홉 사람 넋은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츠바사 외(外) 99명(九十九名)”은 “츠바사와 아흔아홉 사람”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혼(魂)’은 ‘넋’으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