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먹는 책읽기
가을이 깊다. 이제 바깥바람이 제법 차다. 겨울이 가까우니 바람도 꽤 드세다. 이런 날 바깥마실을 하면서 바깥바람을 오래 쐬면 몸이 고단하다. 바깥일만 한다면 바깥바람을 드세게 쐴 일이 없지만, 자전거를 달려 등바람을 맞다가 앞바람을 받아치듯이 달리려면 몹시 고단하다.
그러나 아이들은 바깥바람이 드세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새롭게 기운을 끌어올려서 놀 수 있는 까닭은 다른 것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곰곰이 돌아보면, 내 어릴 적에도 바깥바람이 드세건 말건 날이 춥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직 놀이만 생각했다.
바람을 먹을 적에는 ‘아하, 가을바람이로구나’ 하고 생각하는 데에서 그쳐야겠다고 느낀다. 안 그러면 그만 바깥바람에 휘둘리겠지. 자전거마실을 가기 앞서 대문을 땄다가, ‘대문따기’ 하나로 즐거워 까르르 웃으면서 달음박질을 하는 아이를 바라보자. 이 기운을 나누어 받자. 이 기운이 한결 싱그럽도록 웃음꽃을 터뜨리자. 가을에는 가을꽃이 되도록 가을웃음과 가을노래로 하루를 살자. 4347.10.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