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등교’ 책읽기



  요즈음 학교마다 ‘9시 등교’를 하느니 마느니 놓고 말이 떠돈다. 우리 집 아이들은 학교에 다닐 일이 없으니 아랑곳할 까닭이 없기는 한데, 참 대수롭지 않은 일로 정부와 교사와 어버이와 아이들 모두 헤매도록 하는 셈이로구나 싶다. 왜냐하면, 학교에는 9시에 가든 10시에 가든 8시에 가든 7시에 가든 아무렇지 않다. 학교에서 무엇을 하느냐를 살펴야 한다.


  9시에 맞추어 아이들이 학교에 간다고 할 적에, 8시가 아니라서 맞벌이 부부한테 힘들다면? 그러면 회사에서는 맞벌이 부부한테 맞추는 정책을 내놓아야지. 회사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맞벌이 부부를 헤아리는 정책을 나란히 꺼내거나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8시가 아닌 9시에 하느니 마느니를 놓고 따질 까닭이 없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때에 8시보다 9시가 낫다면 이대로 가야 맞다. 왜 그러하겠는가? 학교는 아이들이 다니면서 삶을 배우는 곳이지, ‘학부모’가 다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회사를 가기 빠듯하거나 때가 잘 안 맞는다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알맞으면서 회사에 가기에도 좋은 데로 옮겨야겠지. 아니면, 어버이 스스로 회사에 ‘복지 정책’을 따지거나 바라야 한다.


  도시에서는 ‘9시 등교’를 놓고 따지는데, 시골에서는 아무도 이런 시간을 안 따진다. 시골에서는 웬만한 읍내와 면내 중·고등학교에 기숙사가 있다. 섬이나 두멧자락에서 아침에 맞추어 학교에 올 수 없으니, 아예 기숙사에서 지내는 아이들이 많다.


  그나저나, 9시 등교를 하든 8시 등교를 하든, 오늘날 초·중·고등학교 모두 ‘대학바라기 입시지옥’ 얼거리가 그대로라면,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들볶는 틀은 하나도 안 바뀌는 셈이다. 등교를 따지기 앞서 입시지옥부터 없앨 노릇이다. 입시지옥이 없어지면, 아이들은 새벽 6시에도 신이 나서 혼자서 씩씩하게 학교에 갈 테니까. 4347.10.1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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